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모터사이클 산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BMW는 일본의 혼다와 더불어 대표적인 6휠 브랜드로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모두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며 그 역사나 네임밸류에서도 높은 우위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일찍부터 근대화가 진행됐고 특유의 장인정신과 치밀함으로 정밀 기계 제조에 남다른 성과를 냈다. 자동차의 시초인 다임러와 벤츠가 독일인인 만큼 바퀴달린 것에 대한 종주국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BMW는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기술로 모터사이클을 만들었고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넘기 힘든 독자적인 위치에 올라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럭셔리 브랜드 호렉스와 오랜 역사를 가진 MZ 등의 브랜드도 여전히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 데카베(DKW)
DKW(Dampf Kraft Wagen), 증기자동차라는 뜻을 가진 이름은 1916년 덴마크 엔지니어였던 요르겐 라스무센이 작소니 쵸파우 지역에 공장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처음 의도했던 증기자동차 제작에는 실패했지만 어린이용 자동차와 2행정 엔진을 생산하면서 돈을 벌어 모터사이클 제작에 들어간다. 1920년대부터 모터사이클을 만들었고 초기 모델부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생산을 시작한다. 1928년부터 1966년까지는 자동차도 생산했는데 당시의 차들은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1932년 경제 대공황이 오자 작소니 지방의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Audi), 호르히(Horch), 반더러(Wanderer) 등과 데카베가 회사를 합쳐 아우토우니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 이 아우토우니온은 후에 아우디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아우토우니온 데카베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계속 생산했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데카베의 대표 모터사이클이었던 RT125는 전쟁배상 개념으로 영국 BSA와 미국의 할리데이비슨에 설계도를 넘기게 된다. 또한 야마하 YA-1을 만드는 모태가 되기도 한다. 전쟁배상으로 특허권이 모두 말소가 되자 일본의 악기 제조업체 야마하가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YA-1을 만들어내고 야마하 모터 컴퍼니를 설립한 것이다.
전쟁전만해도 데카베는 독일 최대의 모터사이클 브랜드였지만 전쟁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면서 데카베는 동독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데카베의 이름으로 1958년까지 모터사이클의 생산을 이어갔으며 자동차는 1966년까지 생산했다. 데카베의 쵸파우 공장은 국유화되어 MZ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하게 된다. 서독지역에 남게 된 공장은 IFA라는 이름으로 생산을 이어가다 문을 닫게 된다.
◆ MZ
한때 국내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MZ는 Motorenwerke Zschopau GmbH의 약자로 쵸파우 지역의 자동차 공장이라는 뜻으로 1956년부터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모터사이클만 만들었으므로 1992년 Motorrad und Zweiradwerk의 약자로 명칭을 바꾸었다. MZ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이 동과 서로 나뉠 때 동독지역에 있어서 국유화 되었고 당시 만들던 모델들을 1990년대까지 꾸준히 생산하게 된다. 데카베의 동독 공장은 MZ가 된 것이고 서독 공장은 후에 아우디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체제가 한 브랜드의 운명 또한 반대로 갈리게 만들게 한 것이다.
MZ는 초창기 레이스에서 맹활약했으며 데카베의 기술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600cc 이상의 대형 모터사이클도 꾸준히 만들었다. 1990년에 독일이 통일되면서 민영화되었다가 경영난으로 1996년 말레이시아의 기업으로 팔려가게 된다. 현재 MZ는 전기 스쿠터와 모페드 생산으로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 호렉스(Horex)
1920년 레이서였던 프리츠 클린만에 의해서 시작된 호렉스. 1923년 248cc의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내면서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브랜드로의 역사가 시작된다. 1933년에는 800cc 엔진의 S8을 발표하는 등 대배기량 바이크를 만들어낸다. 전쟁으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다. 그러다 1960년 다임러 벤츠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모터사이클 생산을 중단시키고 공장을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1977년 프리들 뮤닉이 호렉스 모터사이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해 1400cc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얼마 못가 다시 문을 닫게 된다. 이후에 몇 번의 부활과 파산을 반복했다가 현재는 3C카본 그룹이 소유권을 인수해 6기통 엔진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1218cc 6기통 엔진에 호화 장비를 가진 호렉스의 VR6 시리즈는 수작업으로만 생산된다.
◆ BMW 모토라드(BMW motorrad)
Bayerische Motoren Werke AG, 1913년 항공기 엔진을 만들면서 시작되어 1차 대전 이후 모터사이클 엔진, 농기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를 공략했다. 1923년 비행기 엔진을 베이스로 한 수평 대향 엔진을 장착한 R 32를 만들어내며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제조에 들어간다. 1928년에는 자동차 제조 공장을 인수해 영국의 오스틴 세븐을 라이센스 생산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다시 비행기 엔진을 주력 생산했으며 자동차 제조는 중단되었지만 모터사이클 생산은 유지된다. 군용으로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종전 후 항공기 생산이 금지되자 프라이팬이나 자전거 등을 만들며 유지되다 1948년 모터사이클 생산이 재개된다. 수평대향 엔진을 사용하는 R시리즈를 주력으로 만들어오다가 1982년 직렬 4기통 엔진의 K시리즈도 선보이게 된다. 동시에 R 80 GS 등으로 다카르랠리를 비롯한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활약을 하기 시작한다.
1994년에는 단기통 엔진의 F시리즈를 선보인다. BMW의 미들클래스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병렬 트윈 엔진의 850cc 엔진을 장착한다.
BMW 모토라드의 연간 생산량의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R 1200 GS/어드벤처 시리즈는 2013년부터 공수냉 방식의 박서 엔진이 장착되고 2018년부터는 배기량이 업그레이드된 R 1250 GS/어드벤처로 생산되고 있다.
GS시리즈는 BMW의 대표적인 기종으로 처음에는 온/오프를 뜻하는 G/S(Gelände/Strasse)라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오프로드 스포츠라는 뜻의 GS(Gelände Sport)로 쓰이고 있다. 듀얼 퍼퍼스 모터사이클의 상징적인 기종이 되었으며 모든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GS시리즈를 잡기 위해 대배기량 듀얼 퍼퍼스를 만들어내게 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모터사이클이다.
장거리 투어러 RT시리즈 역시 BMW의 대표적인 기종으로 BMW가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데 이바지한 기종이다.
맥시 스쿠터인 C 시리즈는 2012년부터 제작되었으며 대만의 킴코가 제작한 엔진을 사용한다. BMW가 만든 최초의 스쿠터 시리즈로 650cc 엔진의 GT와 S만 만들어지다 최근에는 400cc 엔진을 장착한 C 400 X가 출시되고 있다.
2012년에는 직렬 4기통 엔진의 슈퍼스포츠 바이크 시장에 도전한다. S 1000 RR로 명명된 슈퍼바이크는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전자장비와 출력으로 데뷔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박서 엔진이 수냉화 되면서 단종될 것이라 생각되었던 공냉 박서 엔진은 헤리티지 라인으로 부활했다. R nineT 시리즈는 레트로 스타일의 유행과 동시에 데뷔해 그 열풍을 이끌었으며 현재에도 대표적인 클래식 스타일 모터사이클로 자리 잡았다.
독일 브랜드 중 현재까지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는 BMW와 호렉스 두 곳 뿐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독일 출신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대부분 자동차도 함께 만들며 시작되었고 전쟁에 의해 흥망성쇠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엔진과 강력한 프레임, 거기에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추었던 독일의 모터사이클은 1960년대 일본제 브랜드가 가격을 무기로 유럽에 상륙할 때도 굳건히 자신들의 시장을 확보했다. 그것은 기술본위의 회사 운영도 있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설계사상이 유행을 타기 보다는 그 흐름을 만들어 가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BMW는 400cc 스쿠터부터 300cc 매뉴얼 모터사이클, 1600cc 럭셔리 투어러와 슈퍼 스포츠 모터사이클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특히 헤리티지 라인과 GS시리즈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개척이었으며 이를 대세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BMW의 저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