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rning : 모든 글은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w. 글쟁이 선생님
01. 엘리베이터
늦은 밤,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번호를 누르려다 문득 손을 멈춘다. 닫힌 문. 그 옆의 거울. 그리고 번호판. 그를 멍하니 들여다본다.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가만히, 그저 가만히. …순간 느껴지는 기시감. 거울 속의 그는 나를 마주 보지 않고 등 돌아서 있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를 건드려본다. 거울에 점점 다가선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에게 다가서기 한 발자국 전, 그가 서서히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Writer : 데프콘, 지바냥, 탐스럽네
02. 길
몇 년 전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다.
"오랜만이네."
"おいおい, そんな ばかな。"
여전히 비포장길이었다. 거칠고 투박한 자갈이 발 군데군데를 자극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평생을 순탄하고 평범하게 살아왔다. 내 인생은 고운 모랫길이었다. 아프지 않고 부드러운 길이었지만 힘을 주어 밟으면 움푹 패이고 모래에 휘감겨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런, 나약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자갈길은 있는 힘껏 밟고 걸어도 내 발만 아플 뿐이지 여전히 견고하고 투박했다. 어머니와 함께 이 길을 걸어봤을까. 어머니의 인생은 이 비포장길이었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Writer : 어피치, L글루탐산나트륨, 콘
03. 위안
네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이더라도, 그걸로 위안을 얻었다면. 그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괜찮다며 붙잡아 두고 싶었다. 눈과 귀를 잠시 멀게 하더라도 그 품에서 느끼는 안식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매일매일 되새기며 잠에 든다.
Writer : 젤리, 프로필 누르지 마, 기저귀남
04. 관계
더 이상 미련 갖지 않기로 했어. 너한테, 어차피 넌 내거니까. 잡은 물고기에게 관심은 사치니까. 네가 아무리 그래도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될 걸 알고 있어.
"넌 어차피 나한테 관심 없잖아."
너는 잔인하게 말한다. 내가 줄 땐 당연하다는 듯이 받더니, 이젠 없으니까 허전하냐?
Writer : 망나니펀치, Wanna_One, 뚝배기, 기저귀남
05. 새벽
새벽이 온다. 해가 뜨기 전, 달도 그 빛을 잃고 가로등도 꺼져버린. 이따금 시간을 잊은 창문만이 형광등 불빛을 아련히 비추어주는 칠흑과 같은 시간. 그 어둠의 속에서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바로, 야식으로 시킨 매운 국물 닭발과 날치알 주먹밥, 쿨피스. 25,000원에 요기요 할인으로 5,000원 할인받아 총 2만원으로 산 것. 여자친구와 맛있게 먹을 생각에 들떠있다. 닭발이 오고 나와 그녀는 맛있게 야식을 먹는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지만, 나는 그 맛을 기억한다. 또한, 나는 여자친구의 발자국 소리를 기억한다. 나 갈게. 그리고 멀어지던 발소리. 나는 갑자기 휑해져 버린 방에 눕는다.
세 시간 뒤에는 출근해야 하니까. 억지로 자야 한다.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던 게 벌써 몇 날 며칠인지 기억나질 않는다.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깊은 현실의 고민 때문인지, 카페인 때문인지. 잠들고 싶지만, 오늘도 새벽이 다가옴만을 느낄 뿐.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알고 싶은 건 바로 '너도 나를 좋아하는지'.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로꼬의 '네가 모르게'를 재생하고 눈을 감아본다. 그러나, 오늘도 생각에만 잠기다가 잠을 못 이룬다. 잠들만 하면 눈이 떠지고, 자세를 잡을 만 하면 뒤척이고, 누워서 쉰다는 생각으로 휴식을 취하자 해도, 잠을 못 자면 피곤함의 연속…….
차라리 바로 아침이나 왔으면, 잠 못 이루는 새벽은 싫다.
고요한 불 꺼진 방과는 다르게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억지로 가둔 너가 내 마음에서 떠나가려는 듯 발버둥 치는 걸까. 그날 처음 널 봤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이 다시 느껴지는거만 같다.
잠이 안오는 이 새벽은 더 길어질 것이다.
Writer : 데프콘, 지바냥, 블루, 이재환(ken), owlcity, 기저귀남, 인공눈물
* * *
모든 작품은 쑥남 여러분들이 만든 것입니다.
해당 주제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은 주제 아래에 Writer에 모두 적어두었습니다.
문장의 매끄러움을 위해 댓글의 일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수정 없이 원래의 버전을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6월부터 시작했던 새벽작문 - 릴레이 소설 쓰기가 10편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었던 콘텐츠에 참여해주셔서, 댓글로 좋다고 남겨주셔서, 편집 잘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길다고 하면 긴 시간 동안,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즐거웠듯이 여러분들도 즐거웠기를 바라요.
+) 소곤소곤 [부사] :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첫댓글 으흑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ㅜㅜ 쓸까말까 고민하다 썼는데 ㅜㅜ 만약, 다음에 또 쓸 기회가 생긴다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네. 글 정리하고 다듬느라 고생하셔수다!
으앙 첨 참여해봤는데 뿌듯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