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56]아름다운 인연(11)- ‘펜화 대통령’ 안충기
소생의 졸저 『어머니』 출판기념 1차 잔치가 지난 2월 27일 서울 인사동 한 식당(오수별채)에서 있었다(2차 전주). 그때 내가 좋아하는 선후배 귀빈들을 소개하면서 “이 자리에는 참으로 여러 명의 대통령이 계신다. 그들은 저 용산에서 시도때도없이 술만 쳐먹는 대통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 뒤 줄줄줄 “자서전-평전 대통령 김택근(김대중자서전 집필, 김대중평전, 성철평전 저자), 전각대통령 진공재(국보급이면 뭐하리, 오지게 가난한 것을), 소리꾼 대통령 배일동(글로벌한 폭포 명창), 펜화 대통령 안충기, 문화대통령 정재숙(대한민국 문화계 오지랖, 전 문화재청장), 출판대통령 한철희(돌벼개출판사 대표, 인문서적 짱)” 소개를 했다. 농담이지만, 그 다음으로 “생활글 대통령 최영록”을 덧붙여 좌중이 웃었다. 그날은 나의 자랑스런 ‘인생 길동무(도반)’들을 60여명 지인과 친구들 앞에서 공식 소개한 기분 째진 날이었다. 아아-,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우리같은 어떤 부문의 장삼이사 대통령도 그러지 않을진대, 한 달에 정상출근을 두 번 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확히는 세 번이라지만, 그 한번조차 그의 부인이 대통령인양 먼저 했다고 하는, 21세기 전설이 아닌 블랙코미디에 다름 아닌 것을.
11번째 ‘아름다운 인연’의 주인공은 그 중의 한 명인 ‘펜화 대통령’이다. 펜화가 무엇인지는 아시리라. 일단 한국의 펜화 대부격인 고 김영택씨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승주 선암사 그림). 안충기, 그는 화가가 되려는 꿈을 접고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데, 김영택씨를 만남으로써 오랜 꿈이 부활했다. 22일 3번째 개인전을 연다며 포스터를 보내왔다. 세밀화細密畵와는 상당히 다른 펜화는 강철펜(그의 예명藝名은 삽자루이다)으로 사물의 이미지를 그야말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는 한때 중앙일간지 편집부에서 나와 5년간 동고동락한 술친구 후배이다. 어느날 J일보로 날아가더니 그의 숨은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별난 재주다. 언행도 제법 예술가답게 튀는 편. 어느 때나 어느 자리든 순발력이 좋다. 어제는 고향집에 혼자 있다고 하니 전화로 대뜸 하는 말이 "독거노인이구만" 히히히 웃더니 "고독사 조심하시요" 하는 게 아닌가? 하하. 독거노인, 고독사라? 말된다. 자신은 펜화대통령이며 대체불가능한 인간 중 한 명이라고 빵빵 떴다. 하여, 위에서 언급한 인간들을 중심으로 <대불회(대체불가한 인간을 사랑하는 모임)> 모임이 자연발생적으로 결성된 게 지난해 가을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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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솜씨만 독출난 게 아니고, 필력도 만만찮아 제법 그럴싸한 책도 두 세권 냈다. 전국의 큰 도시를 헬리콥더로 공중 비행하면서 답사해 그린 <대도시 도시지도>는 어떤 화가도 흉내내지 못할 터. 펜화의 단점은 장시간 강철펜으로 집중해 그리는 통에 눈이 나빠진다고 한다. 작품 활동은 좋은데, 그것이 좀 거시기하다. 아무튼, 어지간한 작품의 단가單價는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말도 못하게 비싸지만, 그것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접받을 가치가 충분하니까 말이다. 이런 예술가들이 톡톡히 대접받는 세상이 진짜 문화선진국인 것을. 민주화 선진국이 되어놓고도 지난 2년간 돌연 코를 빠뜨리며 나라를 퇴행시키는 저 버마재비같은 정치가들은 누구인가? 이번에야 말로 진짜로 퇴출(방출, 하방)되어야 한다고 ‘무명의 연사’는 강력하게 부르짖는 바이다. 무슨 일이든 역리逆理가 아닌 순리順理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는가. 정말 그렇지 않는가?
그가 이번에 공들여 그린 그림은 이 강산하고도 서울의 산山과 가람江이라고 한다. <서울산강(山江)-안충기 펜화전> 3월 22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초중앙로 68 화선빌딩 2층에서 전시되는데 공짜로 귀한 펜화들을 볼 수 있단다. 기대가 크다. 그의 시력이 오래오래 건안하여 세계적인 펜화작가로 우뚝 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