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키우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결혼 전 친정부모님이 키우시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화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은데 결혼 후에 꽃집에서 파는 작은 포트에 심은
치자꽃을 사게 된 후로 이런저런 식물을 키우고 있다. 분갈이가 필요 없는 큰 화분만을 키우시던 부모님 덕에
분갈이하는 것도 모르던 때였으니 그것 하나만을 보면서 향을 음미하곤 했다.
그때가 90년대 초반이니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분갈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화초키우기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화초를 키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화초라면 끔찍이 싫어해 키우다 말다를 반복해 왔으니
잘 키웠으면 아마 지금쯤 베란다 정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싫어하는 데 뭐하러 해요."
꽃집 여주인이 화분을 배달하러 왔다가 남편과 화초 때문에 다투는 소리를 밖에서 듣고는 한 말이다.
부부간에 취향이 전혀 다르면 사는 동안 참 피곤하기만 하다.
사람이 오로지 먹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면 그 외에는 그저 눈만 멀뚱거리거나 남는 시간은
티브이만 봐야 하는 것인데 맞추기 힘들다.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문득 떠오르는 한 예가 있어 소개한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자린고비가 있어 생선 한 마리를 종이에 그려 걸어놓고는
생선 한 번 바라보고 간장 종지에 담은 간장 한 번 찍어 먹는 일을 밥을 다 먹을 때까지 했다고도 하고
어떤 자린고비는 돈을 악착같이 모아 집을 장만했는데 살림살이를 들이다 보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없어서 생각하다가 전기세를 적게 내기 위해 계량기를 조작했다가 잡혔다는 얘기도 있다.
누군가 재미삼아 만들어 낸 얘기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돈이 드는 일이라면 극도로 꺼리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자식의 일생에 지렛대를 놓는 것이 아닌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과거에만 집착해 현재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화초 얘기를 하다가 전혀 관계없는 자린고비로 넘어갔지만 결국은 돈과 관련되는 것이면 기피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60~70년대 가난한 시절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실제로
돈이 없어서가 아닌 정신적으로 가난한 생활에 젖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의 가난과 달리 이제는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경제적인 문제를 겪는 일이 많아
근검절약은 아직도 미덕이라고 해야겠지만 자린고비식의 아끼는 것은 미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