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언! 그러나 한국축구는 예전의 ‘종이 호랑이’가 아니었다.히딩크 군단이 세계적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는 경기운영능력과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세트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수확했다.숙원의 월드컵 첫 승과 16강진출 가능성도 한 층 더 키웠다.
한국축구대표팀이 2002월드컵 개막 D-10일인 21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종가’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일진일퇴의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펼친 끝에 1-1로 비기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한국은 전반 26분 월드스타 마이클 오언에게 선취골을 내줘 1-0으로 뒤진 후반 6분 박지성이 이천수∼최진철로 연결된 코너킥을 그림같은 헤딩으로 잉글랜드 골문에꽂아넣어 관중석과 TV 앞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온 국민을 열광케했다.올해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첫 득점을 기록한 히딩크호는 지난 3월 유럽원정 때부터 타기 시작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근 7경기연속무패(3승4무)와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 초청평가전부터 유럽팀에 6경기연속무패(3승3무)를거둬 월드컵 본선 첫 승과 16강에 대한 희망을 좀더 부풀렸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잉글랜드는 정확한 롱킥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으로 전반 한국을 압박했다.비록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데이비드 베컴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시차적응도 덜된 상태였지만 ‘골든보이’ 오언을 필두로한 잉글랜드의 창은 번번이 한국의 수비벽을 허물었고 마치 자물쇠를 채운듯 견고한 포백 수비라인은 근성과 투지로 똘똘 뭉친 한국 공격수들에게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한국은 미드필드진의 능동적인 수비가담과 수비진의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방어로 맞섰지만 잉글랜드의 예리한 롱킥에 자주 허점을 드러냈다.
전반 14분 에밀 헤스키와 22분 대니 머피에게 잇달아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한 한국은 전반 26분 오언에게 선취골을 헌납했다.헤스키의 전진패스를 받은 폴 스콜스가 골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슛한 볼이 골키퍼 이운재를 맞고 반대편으로 흐르자 달려들어오던 오언이 왼발을 살짝 얹으면서 골그물을 흔들었다.
실점 후 한국은 전반 37분 모처럼 전방으로 올라온 홍명보의 35m짜리 롱슛으로 잉글랜드 벤치의 간담을 썰렁하게 한 뒤 후반을 기약했다.한국은 후반시작과 동시에 오언을 비롯해 7명의 선수를 대거 교체한 잉글랜드가 채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사이 그동안 비공개 훈련으로 가다듬은 약속된 세트플레이로 동점골을 뽑아 4만여 관중의 열성적인 응원에 보답했다.후반 6분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얻어 이천수가 문전으로 올리자 골지역 정면으로 쇄도한 최진철이 머리로 징검다리를 놓고 골지역 왼쪽에 있던 박지성이 깨끗한 헤딩슛을 성공시켰다.
지난 2일부터 서귀포와 부산을 오가며 마무리 강화훈련을 소화해온 히딩크군단은 22일 오후 귀경해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합숙하며 오는 26일 프랑스와 최종평가전을 치른 뒤 2002월드컵 본선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