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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0-1 패배를 놓고 말이 무성합니다. 물론 안타까운 패배였고 이를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된듯 하고, 우리는 여전히 홈에서 복수할 기회가 남아있죠.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면 대신, 기회다! 싶은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맘에 들지 않는 한국인 감독이 아직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현실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셈이죠. 그렇지 않다면 아직까지 한차례도 이기지 못한 어려운 원정길인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패배를 핑계삼아 경질론까지 나오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명분이란건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전술 실패와 같은 이야기들인데.. 과연 그럴까요?
전술적인 면과, 최강희 감독에 대한 이란전 전술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곱씹어 보겠습니다. 최대한 팩트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볼겁니다.
선수 선발에 관해서. 한번 바라보겠습니다. 멀리 갈 필요없이 그토록 불만이신 이란 원정 한정으로 보죠. 다 다룬다면 쓸데없이 방대해질테니까.
공격진에 이동국(전북 현대)을 제외시키는 대신, 손흥민(함부르크 SV)을 합류시켰습니다. 그외 박주영(셀타 비고), 이근호, 김신욱(이상 울산 현대)을 뽑았으며 2선에서 뛸 이청용(볼튼)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을 선발했습니다. 남태희(알 힐랄)를 제외시켰다는걸 빼면 누굴 빼야 할까요? 박주영? 워낙 극단적인 안티가 많은 선수니 개인적인 감상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실력만 놓고 본다면 셀타 비고 임대 이적 후 확실하게 경기력을 끌어올리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동국까지 제외한 마당에 박주영까지 제외하는건 지나친 도박이죠.
박주영, 못했습니다. 김신욱이 타겟형 스트라이커 역할 중 하나인 헤딩 경합을 대부분(전부는 아닙니다) 떠맡아 주면서 그만큼 수비부담을 줄여주려고 애썼죠. 하지만 측면 자원들이 부진한 것도 있고 그나마 잘 돌아갔던 전반전에선 기회가 생기면 유효슛을 때리기라도 했다는 점(대표적인게 김보경 헤딩이 크로스 바를 맞고 나오자 재차 이를 슈팅했지만 수비수에게 막힌 것)에서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날은 득점을 하라고 그를 최전방에 박아놨다는걸 잊어선 안됩니다. 후반 들어 이란이 밀집 수비 대형으로 나서 그에게 볼조차 제대로 가지 않았던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전에 그는 득점을 마무리 지을 기회가 분명 있었습니다. 넣어야 할때. 넣지 못햇다는건 그에게도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는걸 의미합니다.
더군다가 수비의 곽태휘, 중앙의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공격진의 조율을 맡아줘야할 베테랑은 바로 그였습니다. 그리고 이란전에서 가장 부실했던 곳도 바로 공격진이었죠. 박주영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몇몇 불평론자들은 박주영 대신에 손흥민을 집어넣었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최전방에. 그러나. 과연 손흥민을 박주영 대신 넣었으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비교적 수비부담이 덜한 2선에서조차 이란 압박 수비를 벗겨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역시 어느덧 국대 경기 출전이 두자릿대로 접어든선수라는걸 감안하면 기록이 좋진 않습니다. 여전히 득점 기록은 아시안컵 인도전에서 넣은 데뷔골이 고작입니다. 물론 그땐 지금보다 더 나이가 어렸지만. 아무리 조커 투입 경력이 더 많다고 해도 나이가 어린 선수에겐 비교적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출전 시간도 그렇게 짧지만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란전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그 난장판 플레이도 누구에겐 박주영과 비교대상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위협적인 돌파 한차례 했지만 동시에 실점의 90%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무리한 돌파 이후 상대에게 역습 허용 -> 결국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한국 진영 깊숙한 곳에서 태클로 파울(오심이란 지적도 있지만 위험한 플레이인건 맞습니다. 스터드가 높이 들렸죠) -> 결국 이후 이란의 세트피스에서 유일한 유효슛 허용 -> 실점으로 이어졌는데, 이게 다른 선수였다면 어떤 지적을 받았을까요? 결국 이 실점 이후 이란이 극단적인 수비대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팀 하나를 통째로 말아먹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도, 손흥민에 대한 지적은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단지 손흥민이니까. 분데스리가에서 초반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으니까. 개인기량이 뛰어나보이니까 넘어간 일입니다. 하다못해 오범석이 그랬다면? 난리났겠죠.
아직까지 어린 선수가 팀내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거야 축구계에선 꽤나 흔한 일이고, 손흥민은 젊은 선수이기에 충분히 보강할 수 있습니다. 그 나이때 이동국과 박주영도 찬양 받았습니다. 나중에도 단점을 고치지 못한다면 비판을 받겠죠. 중요한건, 손흥민 역시 이란전에서 극도로 부진한 선수중 하나였으며, 박주영을 대신했다고 해서 득점을 터트렸을거란 추측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란 겁니다. 물론 축구는 알 수 없으니까 득점을 터트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란전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한 위치에서 섰음에도 보여준 플레이는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는걸 입증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은 손흥민이 최전방이 최적화된 위치이며, 측면에 세웠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궤변을 늘여놓기도 하는데, 제발 함부르크 경기를 보지도 않아놓고 본척 지껄여대는건 자제해주길 바랍니다. 진짜 아니지 않습니까? 선수 스스로도 최강희 감독에게 '측면이 더 편합니다'라고 했다는데, 이쯤이면 최강희 감독은 선수 요구도 들어주면서 최대한 해줄건 다 해준 셈입니다.
이러면 최근 함부르크에서 두각을 보이는 오른쪽 대신 왼쪽에 세운게 잘못이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제발 함부르크 경기 다시 한번 제대로, 다 훓어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좌측에 섰던 사례도 심심찮게 있으며(적어도 최전방에 섰던 횟수보단 많을 겁니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옮긴건 이청용 투입 이후 이근호가 맡던 롤을 손흥민이 맡아달라는 취지였죠. 이근호가 초창기에 들었던 단점(여의치 않은 상황에서조차 동료를 활용하는 대신 무리한 돌파로 상대 압박 수비 속에 뛰어들다 역습 허용)을 그대로 답습한게 좀 안타깝습니다만. 이 역시 경험이 쌓이면 달라질 겁니다.
손흥민에 대한 비판이 좀 길어졌지만, 그만큼 이란전 이후 그가 보인 역할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팀에 비수를 꽃은 실점의 원흉이 되다시피 했기에 이를 올바르게 평가해달라는 면에서 세세하게 말한 겁니다. 손흥민은 분명히 젊은 유망주이며, 단점들을 보강한다면 한국 축구에 한획을 그을 가능성이 높은 훌륭한 선수라는건 변함 없습니다. 그 나이대는 실수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제발, 그 날의 교훈을 손흥민 선수가 잊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뻥 축구였다.. 공격진과 미드필더간 간격이 지나치게 넓었다. 등등. 여러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는걸로 압니다. 결과론적인 측면에선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러한 현상이 없었던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미드필더에서 풀어줄 선수가 없었다는 말을 하는데.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Plan B' 가동이었다고.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서도 보여줬듯이, 무턱대고 장신 선수를 박아놓고 롱볼 축구, 다시 말해 흔히들 말하는 '뻥 축구'를 구사하진 않는 사람입니다. 안정적인 미드필더 장악 이후 계속해서 전방을 향해 몰아치긴 하지만, 측면과 중앙에서의 세밀한 플레이를 겸비한 공격을 벌입니다. 전북에 심우연 선수가 있긴 하지만 그가 최전방에 배치된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이동국이 있지만 그건 경우에 따라서 롱볼 플레이도 할 수 있다는거지, 전체적으로 거기에만 의존한건 아닙니다. 부분 전술의 한 면을 차지하긴 해도 주 전술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란전에서는 아예 대놓고 주 전술로 김신욱을 처진 공격수로 박아놓은 다음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킥을 이용한 롱볼 플레이 위주로 나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최강희 감독은 왜 전북에서처럼 유능한 미드필더들을 박아놓은 다음 공격에 나서지 못했을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4-2-3-1에서 3의 중앙을 맡아야 할 선수들이 하나같이 폼이 개판이었거나, 국대 경험이 적어 평가전도 없이 바로 나서야 했던 이란전에서 투입하는건 지나친 모험수라는 거죠.
맨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구자철(아욱스부르크)은 부상중이라 처음부터 명단 제외였습니다. 김정우(전북 현대)도 명단에는 포함되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제 폼이 아니었다는군요. 남은 대표팀 자원에서 이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줄 선수는 몇 없습니다. 이승기(광주 FC)와 하대성(FC 서울)을 우선 떠올릴 수 있겠지만, 하대성은 중앙 미드필더로써 남은 유일한 백업 자원이고. 공격형 미드필더라기 보다 중앙에서 공격적인 롤을 맡는데 익숙한 선수입니다.
이승기는 볼배급과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이지만, 가뜩이나 A매치 출전 경험 없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상황에서 주전 선수로 쓰긴 무리가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우리가 경기를 치룬 장소는 악명 높은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입니다! 신인급 선수의 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는건 최강희 감독이 아닌 그 어떤 감독이 와도 지나친 도박이란 겁니다. 히딩크 이후 우리나라를 거쳐간 외국인 감독들도 베테랑 비율을 결코 줄이지 않았다는걸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자릿대 경기수를 뛴 손흥민조차 삽질할 수 있는게 원정길의 극심한 압박입니다. 또 이런 상황인데도 최강희 감독은 결코 신인급 비중을 낮춰 보지 않았으며 성공적인 운영을 했는데, 그 이유는 박종우와 정인환의 선발 기용으로 알 수 있습니다.(아래 따로 후술하겠습니다)
김보경이나 이청용을 중앙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둘 다 폼이 개판이었습니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 이적 이후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이청용은 그냥 톰밀러 이 XXX라고 할 수 있겠죠. 훈련장에서 이를 지켜본 최강희 감독이 차마 모험수를 둘 순 없었을 겁니다. 더군다가 이들을 중앙으로 돌리면, 측면은 누가 보나요? 측면 자원도 넉넉찮은데, 이들을 중앙으로 돌렸다가 부상이나 퇴장을 당한다면?? 감독 입장에선 정해진 스쿼드로 최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임무입니다.
인맥 축구? 오범석(수원 블루윙즈)이 아마 지목될 순 있겠지만 쇼쟈에이를 퇴장시킨게 누굽니까? 이란이 좌측 공격, 우리 기준으로 우측 수비에서 어떤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는지 기억나는분 있나요? 이란이 우리에게 펼친 위협적인 공격은 크게 전반 2차례, 후반 한차례인데. 전반 막판 땅볼 크로스 이후 잘라먹기를 시도한 공격도 윤석영이 있던 좌측 수비라인에서 올라왔고, 손흥민이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끝내 프리킥을 내준 장소도 좌측 수비 라인입니다. 오범석은 올림픽에서 김창수가 보여줬듯이 상대 좌측라인을 (우리 기준 우측) 완전히 꽁꽁 묶었다는 방증이죠.
그보다는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의 A매치 데뷔전과 정인환(인천 유나이티드)이 고작 한차례의 A매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수 대신 선발해 투입한 경우를 생각하시길. 박종우는 그래, 올림픽때 독도 세레모니로 알 수 있다쳐도. K리그 팬 아닌 이상 정인환 선수가 누군지 들어보기라도 한 사람 몇이나 있습니까? 박종우도 독도 피켓 하나 들었다고 국대 들어간줄 알고 있죠? 이들 중 누가 인맥 압박 운운할 정도로 못해줬습니까? 정인환은 상대의 롱볼 플레이 시도가 집중되었음에도 이를 대부분 걷어냈으며.(상대도 점프력 괴물인 곽태휘(울산 현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박종우는 올림픽에서 그래줬던것처럼 묵묵히 기성용의 곁에서 효과적으로 상대 예봉을 차단하는데 주력했고 또 성공했습니다.
잠시 말이 벗어났는데, 결국 최강희 감독은 평소 자신이 쓰지 않은 고공 위주 축구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여있었고, 또 이를 성공적으로 한거란 말입니다. 무슨 개소리냐고 거품물 분들도 있겠지만, 슈팅수 14-5, 점유율 55-45. 유효슛 면에서도 우리가 골대를 두차례나 맞추는 등 절대 밀린 경기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납득이 안 가는 분들을 위해. 몇가지 질문을 드리죠.
김신욱 투입 이후 이란의 2선 미드필더들이 얼마나 자주 우리 대표팀 공격 진영으로 넘어왔나요?
더 간단히. 네쿠남이 세트피스여서 우리 진영에 왔을때 득점을 터트렸습니다. 역으로 그 외 네쿠남이 볼 잡아본 횟수가 몇번이나 될까요? 그 흔한 중거리 슛 한번 날렸던가요??
쇼자에이 퇴장 이전, 수적으로 동등했을때조차도 이란은 얼마나 자주 우리 진영으로 넘어왔습니까?
전술 부재를 지적하던 사람들조차 전반에도 그런 생각 했었습니까? 취향 차이야 둘째쳐도, 이란에게 그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나요?
김신욱이 중앙에서 고공 플레이로 볼을 다투는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아십니까? 196cm의 장신(실제로는 2m가 넘는다는 말도 있음)인 그가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모으면 전방과 좌우 측면에 빈 공간이 생깁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이란도 더 많은 수비를 투입해야하고, 정해진 중앙 수비수와 빼낼 수 없는 측면 수비수(왜냐면 이근호와 김보경도 막아야 할테니까)를 제외하면 결국 2선 미드필더들이 김신욱을 고정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당연히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적어지고, 우리 중앙 미드필더들은 좀 더 체력적인 여유를 갖고 움직일 수 있는거죠.
언뜻보면 단순한 뻥축구 같아도 김신욱 같은 선수로 아예 극대화 시켜버리면 정말 무서운 전술로 변모할 수 있는 겁니다. 이란 입장에선 미칠 지경이었을 겁니다. 김신욱 때문에 선수를 다른데 빼긴 힘든데 몇안되는 선수로 애써 중앙으로 가자니까 박종우나 기성용이 압박해서 달려들고 롱볼 플레이로 이들을 생략하자니 상대가 곽태휘. 정인환이라 번번히 다 막히고.. 그나마 측면으로 빠지니까 오범석이 한쪽 라인 다 틀어막아버리고. 윤석영은 오히려 간간히 공격진으로 오버래핑하며 부담 주는 판국이니...
그러니까 원정길에서 롱볼 플레이를 했음에도 점유율은 우리가 더 많이 가져가고(심지어 전반에도 큰 차이가 없었을만큼) 압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제 말이 틀린가요?
중원의 기성용 - 박종우 조합은 대단히 견고했고, 전반전 내내 수비진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한두차례 슛 찬스가 나오긴 했지만, 스페인조차도 우리랑 경기할때 그정도 찬스는 내줬습니다. (안 그랬다면 김두현이 골을 넣었을까요?)축구라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적어도 선발 선택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적어도 실점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안정적인 틀은 짜놓고 경기에 임했다는걸 알 수 있죠.
감독이 전술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교체 투입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선수들간 이동변화도 있겠지만, 어차피 선수 교체를 안할 수는 없으니 선수 교체와 동시에 전술 전환을 하는게 훨씬 효과적이죠. 하다못해 축구 게임을 좀 해봤다는 사람만 되도 이는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하나같이 부진했습니다.
손흥민? 전반 내내 가장 부진했던 김보경을 대신해 투입되었습니다. 빠른 발과 물오른 득점력을 가진 그의 투입은 최강희 감독이 어떤식으로든 득점을 터트리기 위해 공격을 강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그게 팀내 밸런스를 깨츠렸다는 거지만.
김보경 김신욱 이근호로 이어진 수비라인에서 김보경은 일종의 테크니션 역할을 맡았어야 했습니다. 김신욱이 발밑도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이란이 극단적으로 수비를 내리게 만들기 위해선 고공 플레이로 위압하는게 더 효율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김보경은 역시나 떨어진 경기감각을 어찌하진 못했고, 전반 내내 한차례의 볼 키핑을 보여준 것 외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손흥민이 다소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면 후방의 박종우나 기성용, 혹은 윤석영 등에게 볼을 돌리면서 다소 여유롭게 플레이를 가져갔을 겁니다. 우린 비겨도 불만 없는 경기였고 이란은 비기면 3위권 다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가 자기네들 홈이었구요.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참 아쉽지만, 손흥민에 대한 지적은 꽤나 길게 적었으니 이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단. 제발 손흥민이니까. 필요이상의 보호와 다른 선수에 대한 책임 전가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란전 패배의 결정적인 단초를 그가 제공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면서 말이죠.
아무튼 손흥민 투입이 이란 진영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자, 최강희 감독은 다른 교체카드를 두차례 더 꺼내들었습니다.
하나는 박종우 대신 보다 공격적인 선수인 하대성의 투입.(어떤식으로든 수적 우위를 더 살리려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안정적으로 내린 중앙 미드필더들의 전진을 생각했다는 거니까요). 나머지 하나는 아챔과 리그 병행으로 인해, 한국에서 중동왔다 다시 한국와서 또 이란으로 가는 역 시차로 고생한 이근호 대신 이청용의 투입.
문제는 이청용도 폼이 개판이어서 김보경을 대신해 테크니션이나 윙어로나 어느쪽에서나 두각을 나타내긴 힘들었고. 이란도 퇴장 이후 선제골을 터트린 다음부턴 노골적으로 전원 수비에 나섰다는 겁니다.
전반전엔 어떻게든 우리 선수에게 닿을 수 있었던 김신욱의 헤딩 이후 세컨 볼도 이후엔 유난히 차단 당한 횟수가 많은 것도 이를 방증하죠. 어떤 사람들은 김신욱이 국제무대에선 헤딩을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 그냥 이란이 빈 공간에다 수비수를 다 채워넣은 겁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김신욱처럼 롱볼 플레이를 앞세워 결국은 모두에게 공평한 허공에서 경합을 벌이는 방법과 상대적으로 허술한 측면이나 후방에서 기습적인 플레이를 벌이는 방법이죠.
하대성이 후방에서, 이청용이 측면에서 손흥민과 함께 이를 뒤흔들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둘 다 기대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이란의 밀집수비 때문에 하대성은 어떻게 공격적인 활로를 벌일 방법조차 찾을 수 없었고 이청용은 여전히 그가 가진 잔 기술들을 선보이며 측면을 헤집으려 했지만 예전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 세밀함을 보였습니다. 물론 톰밀러의 악질 태클 때문에 생긴 두려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트라우마 극복은 온전히 그의 몫입니다. 국대 감독은 계속해서 신뢰를 보이는 것 이상의 어떤 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넣을 선수는 다 넣었고 전술 전환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답이 없는 겁니다. 전술 전환하라고 들어간 선수들이 하나같이 삽질한 판국에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수탓을 유독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최강희 감독이 에둘러서 해외파들의 부진에 아쉬움을 표한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의 이란전 전술을 봤을때, 생각외로 전술적인 유연함을 발휘하기 힘든 여건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최대한 효과적인 Plan B를 가동했으나, 이후 전술 운영에 필요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부진했다는 점. 그 대부분 인원이 여러분들이 그토록 찬양해마지 않는 유럽파 선수들이었다는 점에서 최강희 감독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는게 맞지만. 아직 최종예선 중 고작 절반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나마 껄끄러운 우즈벡과 이란은 이제 우리 홈에서 벌벌 떨 준비를 해야하구요. 많은 전문가들도 이란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이란보다 한수위의 전력을 가진건 변함없으며, 이변이 없다면 한국이 월드컵 최다 진출 기록을 갱신하는데 문제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전북에서 자기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던 사람을, 아무도 맡으려 들지 않은 국대 감독에 억지로 앉혀놨으면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섣부른 경질론을 입에 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이란전을 주의 깊게 봤는지, 또 국대 운영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는지. 의구심이 들 뿐입니다. 정말 제대로 차근 차근 곱씹어봤다면 나오지 않을 말들이 너무나 태연하게 나오는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말하는 '비판'이라는게, 악플과 비난의 다른 말이 아닐 이유가 없죠.
좋은 분석 글이네요^^ 대부분 공감~*
정말 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고공전략 좋습니다...문제는 측면 공격이 이루어 지지 않았고, 한골 먹은 이후, 고공플레이가 먹히지 않으면, 김신욱을 과감히 빼고, 측면 공격과 박주영 원톰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누가봐도, 김신욱전술이지, 김신욱을 이용한 박주영전술이라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김신욱이 떨궈준 볼, 박주영에게 간게 몇개 였습니까..~~수비를 뒤로한 킬패스가 몇개였습니까..크로스를 김신욱이 짤라헤딩슛 (바로 뒤에 1:1찬스 가 있었는데)한경우도 있지요~~~물론 공격수가, 볼이 오면 공격을 해야 하지요~~~골이였으면 됐는데 바로 뒤에 더 좋은 위치의 선수가 있으면 욕을 먹지요..~~고공 전술이 안되면, 크로스와 섞어서 해
하.. 글만 제대로 읽으셨어도 이런 앵무새같은 답 안 드려도 될텐데...ㅜㅜ
누가 그 크로스 올리나요? 누가 측면을 제대로 휘저어줬습니까? 그나마 이근호와 윤석영이 뛰어준 좌측 라인 빼고 누가 자기 몫 해줬는데요?
이청용? 김보경? 손흥민?
다 부진한 마당에 대체 누굴 넣었으면 됬겠나요?
설마 이제 A매치 데뷔전 치뤘던 이승기? 아님 기성용이라도 측면으로 돌릴까요?
오범석과 윤석영은 무리하지 않는 한도내서 적절히 오버래핑 했으니 논외로 치고.
한번 납득할만한 답을 주실 수 있나요?
말은 쉽지만 이론대로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에선 뭘 해도 답이 없습니다.
이건 축구게임이 아닙니다.
고를수있는 최적의 전술을 꺼내들었으나 생각보다 선수들 폼이 안좋았고
운도 개뿔만큼 없었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버린거죠
롱볼축구를하면서 지든 티키타카를해서 지든 지는건 같은거죠 어떤전술은 시대에 지난전술이고 어떤전술은 최신전술이니 당연히 이런 전술을 써야한다 이런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상대의 전술과 우리의 선수구성에 따라서 최적의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결과만보고 그걸 무조건 폄하하면서 이래서 졌다느니 뭐해서 졌다느니
그렇게 따지면 월드컵 나가는 국가들은 전부다 티키타카에 제로톱을 들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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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나 바르샤같은 축구를 하라는게 아니죠. 오히려 최근들어 우리나라 축구에는 다소 투박하고 빠른 축구가 더 적합하다는걸 인식하는 팬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란전에서 문제를 삼는건 90분 내내 그리고 상대가 퇴장이 나온 이후로도 전술의 변화유무와 상관없이 오히려 실점을 허용했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전술의 변화유무와 상관없이?? 이말은 전술문제는 제외하겠다는 의미인가요?? 우선 전술부분은 선수교체를 통해 전술변화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90분 뻥축처럼 보이는거죠. 그리고 1명 퇴장정도는 커버할수 있어요. 더구나 이란같이 수비후 역습을 노리는 상태에서는 1명 퇴장후 더 촘촘하게 수비하다가 상대가 올라오면 생기는 공간들을 노리면서 역습을 취할수 있죠. 우리가 변화를 준 후로 이란역습이 늘어났고, 그러다 프리킥 내주고 골먹은거구요. 전반에서 효과적으로 수비했는데 후반 퇴장당한 이란이 더 자주 올라왔다는건 우리의 변화가 잘못되었다고 봐야겠죠. 연이어 세트피스로 실점하는것도 문제일테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전에 볼을 뺏긴게 손흥민이었습니다. 무리한 돌파로 실점 이전에도 상대의 밀집수비속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있었는데 이건 예전 이근호도 들었던 비판이죠. 결국 실점의 빌미를 통째로 제공했죠.
450분의 시간은 넘치진 않지만 조커로 주로 뛴 그의 모습 생각하면 적지도 않습니다. 손흥민이 공격 풀어주는 역할을 한것도 아니고..
최강희 감독은 당초 여러차례 고사의사를 밝혔지만 헙회에서 계속 강권하니 최종예선까지만 맡는다는 조건으로 수락했었습니다. 억지로 앉혔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죠.
억지로 앉힌게 사실인데, 거부감 들게 뭐가 있나요?
축구쪽은 너무 정열적이라 그런지 자극적인 표현들이...^^
잘읽었습니다.공감되는부분이굉장히많네요~이런글자주써주십쇼
최강희 감독님이 '꿔다놓은 보릿자루'는 아닐테고..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면 축구팬들이 '염치'를 가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타의든 자의든 감독을 맡기로 한 그 시점부터의 책임은 전적으로 최강희 감독 그 자신에게 있는거니까요..
뭐 글쓴분의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반박이나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뭐 그럴려니 합니다만..
그런다고 결과에 대한 감독의 책임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죠..
바로 이 글이 정답.. 공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