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 울리는 장고항 실치회
4월부터 5월 초까지 맛볼 수
있는 당진 봄별미
살랑, 봄바람과 함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봄은 언제나 아쉽다. 코끝을 간질이던 상냥한 봄바람도 얼어붙은 땅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내밀던
향긋한 쑥도 모두 만개한 지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봄날의 별미를 찾아 충남 당진 장고항으로 나섰다.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봄
별미, 고소한 실치회가 주인공이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당진 장고항 봄 별미 실치회
봄날이 아쉬운 이유를 묻는다면 누군가는 벚꽃과 봄꽃을, 다른 누군가는 살랑이는 바람을, 또 다른 이는 봄맛을 꼽으리라. 이들의 공통점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잠깐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미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봄맛은 전국의 미식가들과 애주가들을 설레게 하는 일등공신
아닐까. 계절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좋아진 세상’이건만 딱 한철,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봄 한철,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실치회
막 잡아온 실치. 성질이 급한 실치는 물밖으로 나오면 금방 세상과 하직한다
[왼쪽/오른쪽]실치잡이에 쓰이는 앙강망. 저렇게 넓은 그물로 잡다니! / 금방 잡아온 실치는 장고항에
자리한 식당으로 출발한다
그 중에서도 급한 성질 덕분에 잡히면 금방 세상 하직하는 ‘귀하신 몸’들은 더더욱 찾는 이들이 많다. 성질머리 때문에 산지까지 직접
달려와서 맛봐야 하건만 그래도 그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3월부터 5월 초중순까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그 희소성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무리 봐도 그리 귀해 보이지 않건만, 서해안 봄철 별미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실치회를 소개한다.
실치라. 이름부터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 이름뿐이랴. 생김새도 이름과 꼭 같다. 실처럼 가느다랗고 작은
생선이다. 투명한 작은 멸치를 떠올리면 생김새가 얼추 비슷하다. 이걸 말리면 뱅어포가 된다. 실치의 정체는 어린 뱅어.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몸 색깔이 하얗다고 백어(白魚)라고도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흔히들 뱅어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어린
뱅어는 몸통이 실처럼 가늘다고 실치라고 한다.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만났던 뱅어포의 원래 모습을 이제야 만나다니!
성질머리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연약해 보이는 생선이건만 성미가 어찌나 급한지 잡히면 금방 죽어버린단다. 운이 좋게도 장고항으로 막 들어온
실치잡이 배 덕분에 그들의 성질머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치 주산지로 첫손에 꼽히는 당진 장고항의 봄날
썰물로 속살을 드러낸 장고항
[왼쪽]장고항 등대를 배경으로 정박중인 고기잡이
배들
[오른쪽]장고항과 국화도를 오가는 배가 들고 나는 장고항 방파제. 낚시하는 이들도
많다
실치의 주산지로 첫손에 꼽히는 충남 당진의 장고항. 충남의 해안들이 봄이면 알 꽉찬 주꾸미로 들썩일 때 이곳 장고항은 실치회로 인기몰이다.
갓 잡은 실치는 갖은 양념과 푸짐한 야채로 새콤달콤 무쳐낸 ‘회’로 먹는다. 투명한 속살 드러내는 실치 한 점 맛보러 온 이들로 가득한 장고항은
여기를 가도 실치, 저기를 가도 실치, 실치 천국이다. 이제 5월 중순이 넘어가면 뼈가 억세져 회로 맛보기는 어렵단다. 3월부터 6월까지
잡히지만 회로 맛볼 수 있는 건 4월부터 5월 초순이 최고. 가장 좋은 때에 맞춰 올해도 장고항 실치축제가 진행 중이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장고항 실치축제는 지난 4월10일에 시작해 오는 5월10일까지 계속된다.
장고항 바다를 따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축제
분위기를 내는 건 축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간이 음식점들과 각양각국의 특산품들이다. 언제부턴가 축제장에 가면 늘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나라의 특산품들이 장고항 실치축제 기간 동안 자리한다. 물이 빠져나가 속살을 드러낸 갯벌로 조개잡는 이들이 보인다. 자, 실치도 알아보고
장고항도 한바퀴 돌아봤으니 맛을 볼 차례다.
달큼 고소한 실치회, 칼슘과 인 풍부해 건강에도 좋아
[왼쪽/오른쪽]실치회와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당진시 수산물 유통센터 / 수십 여개의 횟집이
모여있는 내부
[왼쪽/오른쪽]싸고 맛있는 꼴두기회 / 마리당 2만5000원 몸값 자랑하는 귀한
갑오징어
사실 가격이 비슷비슷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장고항 주변에 자리한 수많은 음식점들 덕분에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일단 동행이 많고
푸짐하고 저렴하게 맛볼 요량이라면 당진시 수산물 유통센터로 가면된다. 이곳에서는 푸짐한 실치회를 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야채와 양념이
함께 나온다. 서비스로 꼴두기회를 약간 내오기도 한다. 다만 약간 소란스런 분위기를 피하기는 어렵다. 아예 바닷바람을 쏘이며 실치회에 한잔 하고
싶다면 1kg하고도 200g에 2만원(야채 빼고, 야채를 더하면 2만5000원)하는 실치를 사서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맛보면 된다.
가장 저렴하고 양껏 실치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왼쪽]저렴하고 푸짐하게 실치회를 맛볼 수 있는 당진시 수산물 유통센터.
초장과 실치만 있는 것은 2만원, 야채까지 있는 건 2만5000원
[오른쪽]장고항 음식점에서 맛보는 실치회.
조금 비싸고 양은 적어도 조용하게 즐길 수 있다
[왼쪽/오른쪽]당진의 또 다른 봄 별미, 간재미 무침 /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 즉석에서 만든 실치회
비빔밥
조용하고 오붓하게 실치회를 즐기고 싶다면 음식점으로 들어가면 된다. 실치회 한접시에 3만원 선. 앞서 소개한 수산물 유통센터보다 양은
적다. 음식점을 선택했다면 실치회를 맛보며 공기밥을 추가해 실치회 비빔밥을 만들어 맛보자. 새콤달콤한 초장과 실치회를 뜨거운 밥에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 아욱과 시금치 등을 넣고 끓여낸 실치국도 놓치지 말자. 실치를 잔뜩 넣어 구워낸 실치전도 별미다.
날이 더
더워지면 실치는 몸통이 커지면서 연한 맛이 사라진다. 4월이 지나면서 뼈가 굵어지고 눈이 커지면서 내장줄이 선명해지고 맛이 떫어진단다. 이렇게
회로 먹기 어려워진 실치는 젓갈로 먹거나 말려서 뱅어포로 맛본다. 칼슘과 인이 풍부한 실치로 여름이 오기 전, 몸보신 여행 떠나보면 어떨까.
[왼쪽]해넘이&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왜목마을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배경이 바로 이곳 장고항 노적봉과 촛대바위다
[오른쪽]노적봉 주변으로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관광객들
제법 공간이 넓은 노적봉 지척, 텐트를 치고 머물기도 한다
아, 실치회만 맛보고 장고항을 떠나기는 아쉽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는 왜목마을에서 바라보는 일출 포인트가 바로 이곳
장고항의 노적봉과 촛대바위다. 왜목마을에서 바라보면 노적봉와 촛대바위 사이로 해가 솟아 오른다. 노적봉은 국화도에 들어갈 사람이 있을 때 배를
부르기 위해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내는 봉수대 역할을 했단다. 촛대바위에서 바다쪽으로 내려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해식동굴이 나온다. 뻥 뚫린
천정으로 하늘이 보이는 덕분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봄바람과 실치회 안주에 소주 한잔, 장고항의 봄날은 그렇게
간다.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선창어부횟집 :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 실치, 간재미 등 /
041-353-1893
해뜨는바다 :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 실치, 간재미 등 /
041-354-0150
민영이네 :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 실치, 간재미 등 /
041-352-7882
등대회집 :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 실치, 간재미 등 /
041-353-0261
2.숙소
떼라세리조트 : 당진시 석문면 석문해안로 7-22 /
041-352-9500
왜목펜션빌 : 당진시 석문면 석문해안로 33-6 / 041-353-0418
베니키아 호텔 당진 : 당진시 송악읍 반촌로 192 / 041-356-5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