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와 같은 전하의 하교를 받고 합문(閤門) 밖으로 나간다면 신하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까? 전하께서 몸소 만기(萬機)를 돌보셨지만 조금도 보류되거나 지체됨이 없어서 신 등이 늘 더불어
상대하며 칭찬하고 축하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와 같이 중도(中道)에 지나친 하교를 내리십니까? 신은 차마 우러러 들을 수 없습니다.”
하고, 또 여러 대신들과 함께 물러가기를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경 등이 하는 일은 기괴(奇怪)하도다.”
하였다. 임금이 또 이르기를,
“지금 막 전교(傳敎)를 쓰도록 명하고자 하니, 경 등은 물러가지 않는 것이 옳겠다.”
하고, 임금이 승지 이명빈(李命彬)을 앞으로 나오라고 명하여 전교를 쓰게 하며 이르기를,
“긴요하지 않은 공사(公事)는 동궁이 달하(達下)하는 데 들여보내고 상소에 대한 비답이나 시급한 공사는 내가 세손과 더불어 상의하여 처리하겠다. 며칠을 좀 기다려 그 일처리하는 솜씨가 익숙하여지는 것을 보아가며 마땅히 여기에 추가하는 하교가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때 홍인한이 승지의 앞을 가로막고 앉아서 다만 승지가 글을 쓰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또한 임금의 하교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들을 수 없게 하였다. 또 임금의 하교에 불러 쓰게 한 전교(傳敎)를 가지고 대신들에게 구전(口傳)으로 하교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승지가 붓을 뽑아 들고 전교를 쓰도록 명하기를 기다렸으나 홍인한이 또 이와 같이 하교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소리를 높여 우러러 아뢰니, 임금이 승지에게 하교하기를,
“써놓은 전교를 읽어 보아라.”
하였다. 임금의 생각은 조금전에 불러 쓰게한 전교를 이미 썼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홍인한이 또 소리를 높여 아뢰기를,
또 소리를 높여 아뢰기를,
“감히 들을 수 없는 전교를 신자된 자로 누가 감히 읽겠습니까?”
하였다. 이때 동궁이 시좌(侍坐)하고 있다가 이 전교를 곁에서 듣고서는 걱정스럽고 두려워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여 홍인한에게 이르기를,
“이일은 참섭(參涉)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사세(事勢)가 급박하게 되었으니 진실로 마땅히 상소하여 사피(辭避)해야 합니다. 비록 두서너 글자라도 문적(文跡)이 있은 뒤에야 진소(陳疏)할 수가 있으니, 두서너 글자라도 꼭 를 받아 내가 진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오.”
하니, 홍인한이 묵묵히 앉아 응답하지 않고 을 돌아보며 손을 저어 중지하도록 하였다. 이명빈은 여러 대신(大臣)들의 뒤에 있었고 여러 대신들은 홍인한의 뒤에 있었으므로 모두가 홍인한의 좌전(坐前)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몰랐으며, 또 임금의 하교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듣지도 못하였다. 이명빈이 마침내 전교를 써내지 못하였고 대신들이 또 우러러 대답할 말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한참 있다가 홍인한이 여러 대신들과 함께 임금의 하교를 도로 정지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경 등이 이와 같으니 우선 부표(付標) 등의 일에 대한 말부터 하겠다. 요즈음 부표가 여러 중관(中官)의 손에 맡겨져 있다. 시험삼아 순감군(巡監軍)을 말한다면, 수문장(守門將)의 무리들이 모두가 시골 사람들이고
중관들과 또한 서로 친한 자가 없지 않을 것이니, 저희끼리 부탁하여 순감군을 모면(謀免)하는 폐단이 없을지 누가 알겠느냐? 만일 혹시라도 이러한 폐단이 있게 된다면 나라 일이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하니, 한익모(韓翼謨)가 말하기를,
“성명(聖明)께서 위에 계신데 그들이 어찌 감히 그렇게 하겠습니까? 더구나 성상의 총명이 전일보다 줄지 않아서 조금도 빠뜨리는 일이 없으니, 근심할 것이 못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영의정이 아뢰는 말을 듣고 문을 닫고, 큰소리로 대신에게 하교하기를,
“경 등은 빨리 물러가도록 하라. 오늘날 조정의 일을 경 등과 함께 의논하겠는가? 경 등은 왜 이와 같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 말하여 보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기력도 더욱 피로할 뿐이다.”
하니, 여러 신하들이 마침내 물러 나왔다.
【태백산사고본】
【영인본】 44책 504면
기력이 쇠한 임금은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려하고
당사자의 외삼촌은 실력으로 저지하고.....
참 개판입니다...왕조국가의 막장이지요...
이상황에서 아버지(사도세자)를 잃은 왕세손의 두려움운 얼마나 컷을지 상상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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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근데 홍인한은 정조의 외삼촌이 아니라 작은 외할아버지지요. 홍인한은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인 홍봉한의 동생이니 말입니다.
아...맞습니다....제가 착각햇습니다
막장이 아니라 저게 문법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저렇게 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영조같이 선위쇼를 해마다 했던 군주라면 신하들이 더 한 일을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 전에 이미 세손이 홍인한을 안 좋게 보고 있었었죠. 저 사건은 홍인한 제거 꼬투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