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 시를 읽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동안 숨을 멈춘적이 있습니다. 밑바닥이 끓어 올라 마음이 한참 넘쳐 흘렀습니다. 솔직하고 겁이날만큼 깊었습니다.
앞을 말하는데 뒤가 들리고 정면만 보여주는데도 이면까지 함께 보였습니다.
젊은 시인인데도 발은 분명하고 탄탄하게 바닥의 삶을 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중 한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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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cafe.daum.net/IDAEMADO/cwGy/1365?listURI=%2FIDAEMADO%2FcwGy
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간다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기어이 비집고 나와 찬바람에 속절없이 날아오르는 오리 털처럼,
가끔 저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득문득 되돌아오는 것이고, 우리는 덜컹거리는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악보 같은 전철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제법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차산역을 지날 때,
나는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노래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칼에 찔린 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처럼,
마음의 흉터에서 피가 번지는 저녁이었다.
모든 몸은 버려진 악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