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교육 철학 및 교육사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빌렸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두 권이었는데 다른 하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란 책이 있었다. 교수님께 두 권의 책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를 들었을 때 사실 두 권 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리포트를 쓰기에는 전자인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이 적합할 거란 생각이 들었고, 또한 사회에서는 정신과 의사였던 작가가 강제수용소에 들어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순간에 대처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정말 살 수 있는 것인지 작가가 너무 과장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 동안 영화로만 보았던 삶을 직접 겪은 작가에 대한 약간의 경외심이 들기까지 했다.
이 책은 작은 소제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수님께서 리포트 과제로 내주신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 안에서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 혹은 다른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같은 것들을 엮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내 주관대로 크게 세 분류로 나눠 보자면 첫째로, 수용소에 처음 들어갈 때의 충격. 둘째로는 수용소 생활을 지속함으로써의 무감각. 마지막 셋째로는 수용소에서 해방되었을 당시의 느낌과 일상생활로 돌아간 후의 생활 이렇게 세 가지 심리반응으로 나눌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지금부터 이 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나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수용소에서의 첫 심리반응. 충격. 작가가 수용소에 도착하여 처음 느낀 느낌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뿐만 아니라 어느 누가 그런 상황에서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용소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이들에게 내려진 것은 한 관리인에 의한 손가락질 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손가락질. 우리는 그 손가락질로 물건의 개수를 세거나 무언가를 가리킬 때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내려진 손가락질이란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손가락질이었다. 그 손가락질이 왼쪽을 향하면 죽음, 오른쪽을 향하면 삶. 그 당시 이들에게 그 관리인은 마치 신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신과 사람이 아닌 하물며 동물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단지 손가락질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의 죽음과 삶을 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상황에 있던 사람이 아닌 책을 읽은 나로서도 충격을 느꼈는데 작가와 수감자들은 오죽했으랴 하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보다 혈색이 좋아서 인지 관리인에게 삶을 선택받은 저자는 그 이후로도 많은 충격을 받게 된다. 턱없이 좁은 숙소와 이들이 먹는 음식과 같은 것 들이 그것이다. 그 중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이 있었는데 수용소에서의 담배는 돈과 같았다. 일을 함으로서 보상으로 담배를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은 자신이 피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식 혹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과 바꾸는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바꾸지 않고 자신이 피운다는 의미는 그 사람이 삶의 의지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관리인이나 카포들에게는 매일 일정량 보급되는 담배가 수감자들에게는 여러 의미로 해석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2. 수용소에서의 두 번째 심리반응. 무감각. 이들 수용자들이 처음에 느끼던 커다란 충격들도 굳은살이 베기 듯이 익숙해져 갔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구타와 마치 쌓인 쓰레기를 치우듯 동료들의 시체를 나르는 것에 익숙해져 간 그들은 수용소 밖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어간다. 어제 함께 일하던 동료의 시체를 보고도 아무 감정 없이 식사를 하며 마치 시계의 한 부품인양 일을 한다.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슬픔이란 감정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즉,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곤 했다. 작가가 책에 묘사하기론 그것은 생각 이상의 것으로 마치 정말 그녀가 앞에 있는 것 마냥 서로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런 것이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아내를 상상으로 나마 만나 관계를 지속하는 일. 이것이 작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다른 한 가지 방법으로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었는데 이 방법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것들이었다. 가스실에 보내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게 이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와 같은 것들이 예로 들어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들에 감사를 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만약 나라면 ‘수용소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지 이런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는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그들이 수용소에서 나가게 되었을 때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로 고통을 이기곤 했는데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을지 기대 했다가 실망하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이들에게는 죽음과도 연계될 수 있는 그런 믿음. 성탄절에 가족과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그 작은 믿음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작가는 많은 수용자들 앞에서 심리치료를 행한 적 사례를 말하였는데 사람들이 무감각에서 포기 단계에 이르렀을 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때 작가는 사람들에게 니체의 말을 인용하여 격려했다고 한다. ‘시련은 그에게 주어진 독자적 기회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 줄이었다. 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회’로 삼는 다는 생각이 정말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감각에 익숙해져 자신이 왜 사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그는 자신들이 왜 존재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하여 이들을 북돋았다. 사실 이들에게 제일 참기 힘들었던 것은 더러운 옷이나 부족한 양식과 같은 것들이 아니라 삶의 존엄성을 잃어버림으로서 자신들의 존재이유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함께 겪은 작가가 같은 수감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며 잊지 않도록 한 치료방법은 참 인상 깊었다.
3. 수용소에서의 세 번째 심리반응. 자유. 사실 이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이들이 해방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할지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우리나라 8.15 광복절을 생각하며 이들의 기뻐하며 수용소 밖을 뛰어나가는 모습을 머리 속으로 상상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자유란 어느 덧 이질적인 것이 되어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것에 대해 기쁨 보단 의심이 먼저 드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수감자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징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막바지에 이들이 사회로 돌아가서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 나는 그것을 영화 ‘쇼생크 탈출’과 비유해서 느낀 점을 써보려 한다. 영화에서 한 장기 수감자가 나오는데 그는 감옥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사랑했다. 나이가 많아 자신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자유보다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수감생활을 바랐지만 그는 만기출소 하게 된다.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결국 생을 자살로 마감하게 되는 이 장면과 이 책에서 작가가 묘사한 수감자들의 자유에 대한 반응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다시 자유에 익숙해져 그것을 만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해방은 시련의 끝이 아니며, 수감생활 동안 자신들이 꿈꾸던 미래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초반 부에 작가는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이들의 수감생활은 말 그대로 “양식과 목숨, 그 자체를 위한 투쟁”, “자신과 친구를 위한 투쟁“ 이라고.. 그 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양심 같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약자로 전락했고 그로 인해 ”우리들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고 자신과 해방된 수감자들은 얘기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해방 후에 끝나지 않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작가가 말한 “정말로 괜찮은 사람” 들은 어쩌면 그 시련의 끝을 먼저 본 진정한 자유를 느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사람의 존엄성에 대해, 간접 경험을 통한 자유에 대한 가치에 대해, 작은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등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빅터 E 프랭클이 지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