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者無敵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6. 인자는 적이 없다 배길관 충북대 명예교수
仁者(인자)는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간이다. 사심을 비우고 몸으로 어짊을 실천하면서 심신의 덕을 쌓아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간을 인자라고 한다. 공자의 殺身成仁(살신성인)은 어짊은 인생의 최고 가치이므로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成仁은 聖人(성인)과 같은 뜻이다. 유교의 聖은 덕이 완성된 것을 의미한다. 즉 인자는 살신으로 어짊을 실현한 인간이다. 살신은 목숨을 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몸)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욕심을 없앤다는 뜻이다. 인자는 곧 무욕의 인간이다. 공자는 현실적인 욕심이 없는 마음의 경지를 ‘나라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현실적인 욕심을 극복하고 어짊을 실현하는 것을 克己(극기)라고 하셨다.
仁者 愛人(인자 애인), 인자는 사람을 사랑한다「맹자」. 인자는 무욕의 지혜와 중용의 도리를 터득하고 세상을 두루 사랑하는 어진 인간이다. 인자의 일은 세상을 괴로움과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고 그들에게 즐거움과 이익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자는 ‘인자는 반드시 용기가 있다’라고 하셨다. 용기는 인륜의 도리를 지키는 의로운 행동력이다. 인자의 용기는 부끄러울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되지 않는 도덕적 용기이다. 이를 맹자는 不動心(부동심) 또는 浩然之氣(호연지기)라고 하셨다. 이를테면 인자는 세상을 널리 사랑하는 박애정신과 세상에 두루 통하는 지혜와 인륜의 옳음(義)을 지키는 용기를 가지고, 불의와 악을 물리치고 어짊을 행사하는 무적의 인간이다. 어짊은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의 원리이다.
인자는 至誠無息(지성무식)의 인간, 즉 지성으로 일관하는 인간이다. 지성으로 해서 감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를 至誠感天(지성감천)이라고 한다. 「중용」에 ‘至誠如神(지성여신), 지성은 신과 같다’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에서 신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초인적 능력을 이른다. 인자는 至誠的(지성적) 존재요, 지성적 존재는 聖人(성인)과 같은 뜻이다. 인자는 곧 하늘이나 신에 이르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그는 투쟁의 힘이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至誠的(지성적) 존재요, 권력이나 금력 같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만인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도덕적인 힘을 가진 인간이다. 인자는 사랑의 화신이다.
仁者無敵(인자무적), 인자는 적이 없다「맹자」. 인자는 사심을 버리고 공심으로 살기 때문에 그와 싸울 명분도 없고 잡을 꼬투리도 없으며, ‘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덤빌 곳도 없고 싸울 곳도 없다. ‘욕심이 없으면 적이 없다(無慾無敵).’ 인자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적이 없고, 적이 없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고, 싸울 일이 없기 때문에 이미 승부를 초월한다. 그리고 인자는 모든 힘을 능가하는 도덕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 누구도 그와 대적할 수 없다. 인자는 적이 없다. 인자무적이요 사랑무적이다.
맹자는 ‘어진 사람은 천하무적이다(仁人 天下無敵)’라고 하셨다. 그리고 또 고대 중국의 湯王(탕왕)이 仁政(인정)을 베풀어 영토를 넓히고 국운을 융성하게 한 것을 인용하여 ‘나라 임금이 어짊을 좋아하면 천하무적이다(國君好仁 天下無敵)’라고 하셨다「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