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5구간에서 1구간으로) 나홀로 아리랑
산이 주는 신비로움은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1> 대상산 :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5구간에서 1구간으로
2> 일시 : 2013년 7월 28일
3> 교통편 : 대중교통
4> 참가자(존칭 생략) : 나홀로
5> 산행시간 : 10시 30분~17시 40분(7시간 10분)
장마
지루한 장마
그러나 그건 중북부 지방의 이야기
울산은 건장마가 계속된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그러나 일요일 아침은 흐리기만 할 뿐.....
배낭을 메고 나선다.
내년부터 전면 통제한다는 학심이를 찾아....
석남사행 버스에 오른다.
옥동을 지날 즈음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신복로터리를 지날 즈음 소낙비로 바뀐다.
때 맞춰 날아 온 한 줄의 카톡
‘학심이는 늑대를 거부하고....’
띠~~바
초를 쳐요 초를 쳐!!
아~~ 삼산을 올라 소고기나 먹을 껄 그랬나?
이왕지사 나선 길
갈 때까지 가 보자.
석남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약해지고....
운문재를 넘어가는 차편은 모호하기만 한데,
언양 콜에 문의한다.
운문재 넘어 천문사까지 얼마면 되느냐고....
컥~~!!
거금 2만 5천냥.....
쎄다~~!!
게다가 빗줄기는 계속해서 내린다.
학심이 계곡이 기어코 누구의 저주(?)를 들어주나 보다.
어쩌면 위험하니 미리 못가게 막아주는 좋은 현상인가?
그래 좋게 생각하자.
존게 존거여~~!! (^^*)
그렇다면 차선책은?
배내로 향한다.
배내고개에서 영축산 시살등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보자고.
배내고개
작은 빗줄기는 계속 내리고
운무에 젖은 배내고개 주변 풍경은 신비롭기만 하다.
배내봉 정상석 너머로 보이는 간월산과 신불산은 황홀하게 다가오고...
짙은 운무는 흩어졌다 어느 순간 밀려오니
비오는 날 산은 마술을 부린다.
순간 포착
천길바위 저 너머...
문수산과 남암산이 가오리 입모양으로 잠깐 모습을 보인다.
간월산 정상
신불산과 공룡의 늠름함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짙은 운무가 사라졌다.
간월재가 모습을 보인다.
아름다움에 취해 한 잔의 맥주를 들이킨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의 싸함에 또 다른 황홀감을 느끼고... (^^*)
뒤돌아본다.
간월재 휴게소 뒤로 보이는 능선 길....
신불산 가는 길의 푸른 억새는 이미 가을의 황금을 꿈꾼다.
한 땀 한 땀 굵은 땀방울 흘리며 뒤돌아 보니
어느새 간월재는 저 만치 멀어져 있다.
신불산 가는 길의 데크 전망대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데크 설치가 그리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야청정 홀로 앉아 있는 저 산객은 무슨 생각에 젖어 있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이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운무 속으로 들어가는 저 산객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불에서 간월로 들어가는 이 산객들은 어떤 그리움을 담고 갈까?
능선에 핀 노오란 나리꽃은 그 답을 알고 있을까?
지나온 운무계단은 뒤돌아 본 순간 구름과 하나 되니....
어디가 계단이고 어디가 운무인가?
영축산 가는 능선 또한 짙은 마술에 걸려있다.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이란?
1구간 : 억새바람길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까지 4.5km
2구간 : 단조성터길
영축산->단조성터->신불산휴양림->죽전마을까지 6.6km
3구간 : 사자평억새길
죽전마을->주암삼거리->재약산->천황산까지 6.8km
4구간 : 단풍사색길
천황산->샘물상회->능동산->배내고개까지 7.0km
5구간 : 달오름길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까지 4.8km
여기서 잠깐!
천황산과 재약산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
재약산(載藥山, 1108m)과 천황산(天皇山, 1189m)은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준봉들로 이뤄진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산이다.
재약산은 신라의 한 왕자가 이 산의 샘물을 마시고 병이 나아
'약이 실린 산'이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산세가 수려해 삼남금강(三南金剛)이라 불리는 천황산은
영남알프스의 소 맹주 격으로 외유내강의 산이다.
안으로는 목장이 들어설 만큼 부드러운 산세를 품고 있지만,
바깥쪽은 깎아지른 절벽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뽐낸다.
억새밭, 그윽한 계곡, 층층의 폭포, 기암괴석 같은
우리 고유의 산수미가 빼어나다.
산꾼들은 천황산을 재약산으로 일컫기도 한다.
천황산이 일제강점기 때 명칭을 붙인 일제의 잔재라 하여
천황산을 재약산 주봉인 사자봉으로,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부르는 것.
울산의 한 향토사학자가
천황산이 우리 고유의 산명인 천왕산에서 유래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어 규명하면서 이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재약산으로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축산은 여전히 짙은 마술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단조성지 늪지의 명품 소나무는
운무 속에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사랑 그 열정에 취하며.....
사랑이 나가다
- 손 이야기- // 이문재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얘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이 내놓지 못한 말
마음이 다가가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해 손은 떨고 있다
예감보다 더 빨랐던 손이
사랑을 잃고 떨리고 있다
사랑은 손으로 왔다
손으로 손을 찾았던 사람
손으로 손을 기다렸던 사람
손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사랑은 눈이 아니다
가슴이 아니다
사랑은 손이다
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손을 놓치면
오늘을 붙잡지 못한다
나를 붙잡지 못한다
뒤돌아본다.
마술이 사라졌다.
아리랑 쓰리랑이 우측 산사면으로 나타나고
저 멀리 지나 온 신불산이 그리웁다.
이 죽일놈의 그리움 병.....
영축산 또한 살짝 마술이 풀리며 실루엣처럼 다가온다.
독야청정, 홀로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그는 어떤 그리움에 젖어 있을까?
취하고 싶다.
이 그리움에 미치도록 취하고 싶다.
한 잔의 캔을 꺼낸다.
산 그리메를 안주 삼아 목젖으로 쏟아 붓는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알싸함에 또 다시 황홀해 진다.
하지만 그리움은 더하다.
이 죽일 놈의 그리움 병....
산 그리메!
폐허가 된 산불감시소 너머로 방금 지나쳐 온 영축산이
나의 그리움을 알기나 하는지
또 다시 마술에 젖어든다.
이 죽일 놈의 그리움 병....
산 그리메
어디로 가야하나?
오룡산까지는 아직도 6km를 더 가야하고,
시간은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시각.....
운무로 뒤덮인 시살까지의 능선
그렇구나!
이 분위기와 어울리는 백운암으로 가는 것도 운치가 있겠구나!
그 때 뇌리를 스치는 ‘외송능선’
2012년 9월 홀로 외송능선을 찾아 나섰던 때가 생각난다.
결국 목적을 달성 못하고 숨은폭포로 해서
함박등 옆 비산봉으로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이 죽일 놈의 그리움 병.
선택은 외송능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어떤 그리움을 남겨줄까?
외송능선 한 칼바위구간에서 내려다 본 계곡 풍경
외송능선 칼바위 구간 옆 비산봉 바위구간은
마술에 걸린 듯 아니 걸린 듯 신비롭기만 하다.
이런 칼바위 구간을 넘으며 진행한다.
나 또한 마술에 걸린 것일까?
칼바위 구간에서 마술은 더욱 신비롭기만 하고....
훗날 외송능선은 나에게 어떤 그리움으로 남을까?
이 죽일 놈의 그리움 병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그래서일까?
잠깐 마술이 풀리며 모습을 보이는 비산봉 아래 바위구간과 함박등
뒤돌아 본 영축산은 여전히 짙은 마술에 걸려있다.
너덜구간 도착
살짝 비에 젖은 돌너덜 그리고 이끼들...
마술에 너무 취해서 일까?
살짝 다리가 풀린다.
그래서인가?
사진이 흔들렸다. (^^*)
비로암
하산완료!
마술에 취한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리니....
통도사 콜 센터 호출!
거금 7천냥을 들여 버스 정류소로 향한다.
비록 학심이가 거부한 하루였지만
하늘억새길의 달오름길과 억새바람길이 나를 반겼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하루였는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다리이지만
마음은 또 다른 그리움을 찾아 설레고 있다.
이 죽일 놈의 그리움 병!
산 그리메.....
늑대산행 박홍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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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ㅡㅡ얼 살아 있네^^~ 그리움 ?박통님께서도 그리움이라 하셨는데ㅡ청승 맞게 뭔 홀로 아리랑~~하여튼 오랜만에 늑대 산행기가 그리움을 불러오긴 하네ㅠ학심이도 쬐메 변햇더만 ㅡ천문사 쪽 부터 감시병도 있고ㅡ인자 맘대로 가기도ㅉㅉ
실로 간만에 보는 仙景 입니다, 비라도 간간히 뿌려주고,운무라도 일렁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