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옷 실종 패션(No Outerwear)
영하 6도 날씨에 나는 차 안에서 히터를 켜고 털 코트를 입고 앉아있다.
그런데 내 눈 앞에서 10대 후반의 백인 남자가 코트 없이 후드티 하나만 입고 길을 건넌다.
한국 어른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뻔하다.
"감기 걸리겠어! " 나 "저 아이는 코트 하나 사 입을 돈도 없나?"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추운 날씨에 옷을
잘 챙겨 입었나 안 입었나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서, 한국 아줌마들은 종종 모르는 사람들이 아기를 안고 있으면 그 사람에 다가가서
다리 위로 말려 올라간 아기 바지를 춥다며 내려준다.
그러나 이 남자가 코트를 입지 않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나의 가능성은 실용성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이론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맨 다리에 두꺼운 코트를 입은 패션을 설명하기도 한다.
어디에나 난방이 돌아가고 있고 영하의 추운 바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는 요즘,
많은 패셔너블한 여성들이 짧은 치마, 하이힐, 얇은 옷, 그리고 두꺼운 털 코트를 착용한다.
물론,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도 쓴다.
전 계절의 패션 아이템들이 연중 내내 함께 이용되고 착용된다.
이것은 현 시대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트렌드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문화적인 이유이다.
영국 어른들은 말한다."실내에서 코트를 착용하지마라. 안에서도 계속 입고 있으면 추운 바깥으로
나갔을때 효과가 없다"
내가 영국에서 자라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영국에서는 교실이 추워도 들어오면 학생들에게 무조건 겉옷을 벗게한다.
내가 본 남자는 더 추운 밤이나 바람이 불거나 눈이 오는 날을 위해 자기 코트를 아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문화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코트를 입고 있기도하고, 여학생들은 겨울에 스타킹 위해 체육복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차 안에서 그 남자 아이가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와 마치 음악을 듣는 듯이 비트를 타며 걷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코트 없는 그의 모습이 하나의 자기주장일 것이라고.
대학교 때 맑고 아름답지만 아직 매우 추운 3월 어느 날에 겉옷을 입지 않은 내 친구를 만났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그랬었다."나는 따뜻한 것보다 패션이 더 중요해"라고.
그 친구는 아침에 창 밖을 보고 그 날은 봄날이라고 결정했었다.
그리고 봄 날에 어울리게 옷을 입었었다.
코트를 입지 않은 이 남자도 어쩌면 아침에 해가 아름답게 뜬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남자는 그 순간 자기는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차 안에서 더 따뜻해지려고 어깨를 구부리고 있고, 그는 춥지만 맑은 밖에서 어깨를 피고 고개를
높이 들고 밝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해서 아무리 추워도 퍼를 입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차려 입은 이미지를 좋아해서 아무리 추워도 패딩을 안 입고 코트를 선호한다.
어쩌면 이 남자 아이같이 아무리 추워도 두꺼운 겉옷을 입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라고 날씨에 맞지 않게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도 한국 엄마여서 한 편으로는 그 아이가 감기 걸릴까 살짝 걱정을 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그의 자기주장과 멋진 걸음걸이를 부러워한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디자인예술계열 박주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