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
‘추석秋夕’의 순수한 우리 말은 ‘한가위’이다.
‘한가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로,
일 년 동안 기른 곡식을 거둬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내는 날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해서 속담 중에
‘일년 열 두 달 삼백육십오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추석의 순 우리 말, ‘한가위’에서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한다.
음력 8월의 한 가운데, 혹은
가을의 한가운데인 8월 15일을 나타낸다.
‘한’은 ‘크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혹은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다.
추석秋夕은, 말 그대로 하면 ‘가을의 저녁’이다.
추석을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이라고도 한다.
한가위날, 즉 음력 8월 15일에
뜨는 달이 가장 크고 밝다고 한다.
태양과 달리 달은 오래 전부터 특별한 존재였다.
태양은 항상 둥근 형태를 유지하지만,
달은 한 번 둥근 형태를 보여주고
전기나 촛불이 없었던 고대에는
둥근 달이 유일하게 빛이 되어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일년 중 가장 밝고 큰 음력 8월 15일은
고대부터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어
자연스럽게 명절로 정착되었다고 본다.
배철현(문헌학자)에 의하면,
“한가위 명절에 달이 보름달인 이유는,
더 이상 자신만만하지 말고,
자신의 주장을 살펴보고 소멸시키라는 시기이다.
보름달은 자신이 이제 초승달을 향해
자신을 변신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보름달의 충만한 원을 유지하려 하는
오만함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다.
여기서 오만은 세상의 심판자인
시간을 거슬리겠다는 몸부림이며,
시간을 멈춰 영생하겠다는 망상이기 때문이다.
한가위의 보름달은, 우리 인간에게
이제 덜어 낼 준비를 시키는 때이다.
덜어내는 행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덜어내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창조되기 위해서는 걷어 내야 한다.
덜어내는 행위 없이, 새롭고 참신한 시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