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 10일 러시아로부터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도시의 드네프르강 왼쪽 제방에서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며 "계속 위험한 상황이니 시민들은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공군 대변인도 키예프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방공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아직 정확한 피해 상황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들은 이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의 키예프 공습은 두 달만에 재개됐다고 밝혔다. 9월 말에 공습이 있었으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보도의 초첨은 '두 달만'이라는 시간적 간격과는 전혀 다른, '공습 경보 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공습 경보가 3시간이나 이어지면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생산 현장에서는 작업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10일 공습 경보에 키예프 지하철 역으로 몰린 시민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전날 밤에도 우크라이나는 '샤헤드' 드론 31대의 공격을 받았으나 1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오닉스, Kh-31, S-300 미사일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타격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전과는 달리 3시간이나 지속되는 공습 경보가 앞으로 더 자주 발령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트라나.ua는 10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더 자주 발령되기 시작했다"며 "오늘(10일) 아침 처럼 공습 경보가 3시간 혹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는 이그나트 공군 대변인이 설명한 대로 러시아 미그(MiG)-31K의 '공중 급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이전에는 ('에어 폭탄'이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MiG-31K가 이륙하면, 최대 20분의 경보 발령으로 충분했거나 대부분 훈련 비행으로 밝혀졌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1시간 30분간 공중 체류가 가능한 MiG-31K에 '공중 급유'가 시작되면서, 체류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에어 폭탄 탑재 미그기 이미지/출처:텔레그라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탑재 미그31-K/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는 '에어폭탄 FAB-500 M62'(항공기에서 투하한 폭탄이 유도장치에 의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개량형)를 주로 탑재하는 MiG-31K 전폭기가 이륙하면, 일단 공습 경보를 발령한 뒤 전폭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후 비행 방향에 따라 지역별로 공습 경보 강화 혹은 해제 조치가 내려진다.
MiG-31K의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혹은 착륙할 때까지 1시간 30분이면 상황이 종료됐으나, 공중 급유가 이뤄지면서 최소 2시간 30분, 최대 3시간이나 공습 경보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무려 3시간이나 방공호나 대피소에 숨어 있어야 하는 시민들에게는 그 자체가 고역일 수 밖에 없다. 또 생활 패턴이 3시간이나 단절된다.
생산 현장도 마찬가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현지 경제학자 글렙 비실린스키(Глеб Вышлинский)는 11일 "기업들이 긴(3시간) 공습 경보를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공습의 결과,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긴 시간 작업을 중단해야 하므로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3시간 30분간의 공습 경보 시간에 모든 맥도날드 매장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개혁은 MIG 이륙 중 경보를 취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피한 키예프 지하철 역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텔레그램 영상 캡처
키예프에 공습 경보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경보 해제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이 대피한 지하철 역에서는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