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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중도 퇴장, '대종상'서 무슨 언짢은 일이?
영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도중 퇴장하여 궁금증을 낳았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참여했다.
밝은 모습으로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했던 김기덕 감독은 시상식 도중 돌연 중도 퇴장을 하였다.
김기덕 감독의 중도 퇴장 사실은 '심사위원 특별상' 시상과 함께 밝혀졌다.
이날 김기덕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됐고,
대리 수상자로 오른 '김기덕 필름'의 김순모 PD는 "김기덕 감독이 몸이 안 좋아 자리를 비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장내의 술렁거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한편, 이날 '대종상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심사위원 특별상과 여우주연상(조민수)만을 수상하고,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대종상에서 15관왕을 하며 상을 독식하는 분위기에 김기덕 감독이
심기가 불편해진 나머지 중도 퇴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심사위원, 아무도 모른다"…'광해' 독식보다 치명적인 것들
[Dispatch=서보현·강내리기자] '은교', '화차', '피에타', '도둑들', '댄싱퀸', '연가시', '도가니', '범죄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 '건축학개론', '페이스메이커', '내 아내의 모든 것'…, 그리고 '광해'.
2012년, '대종상'이 열리기 전, '대종상'은 풍년이었다. 정확히 말해 대종상 22부문에 진출한 후보작이 풍년이었다. '피에타'부터 '도둑들'까지,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은 작품들이 본선에 올라 뜨거운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광해'와 들러리들이었다. '광해'가 작품상, 감독상, 기술상, 배우상 등 주요부문을 독식, 15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는 시상 부문의 70%에 달하는 수치로, '광해'는 역대, 아니 전세계 영화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승률을 기록했다.
사실,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대종상'은 공정성 시비는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해마다 후보선정, 심사기준, 수상결과 등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공감이 없기에, 역사와 상관없이 권위제로 시상식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영화계 역시 놀랍지 않다는 표정이다. 예견된 촌극이라는 것. 이들은 대종상의 태생적 한계를 꼬집고 있다. 심사위원을 알 수 없는 영화제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한 영화인은 "대종상에서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돼버렸다"고 일침을 가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일까. 올해 대종상이 논란을 자초한 배경을 살펴봤다.
◆ "불투명한 사단법인"
올해 대종상은 '사단법인'이 됐다. 국고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기관으로서 자리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자율성을 확보하는 만큼 매번 문제가 됐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대종상이 자율성을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새롭게 선임된 집행위원장은 김덕룡 전 국회위원. 비영화계 인사, 그것도 정계 출신 인사가 영화 시상식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대종상이 여전히 정치권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이 때문이다.
자질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김덕룡 전 위원은 지난 9월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많은 관심이 있다"면서도, 영화제 예산 등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 막 직책을 맡아 영화제 준비 상황은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결국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스스로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사단법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만행"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사단법인의 사(社)는 개인 사(私) 혹은 사악할 사(邪)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심사위원단? 아무도 모른다"
베일에 쌓여있는 심사위원도 논란의 배경이 됐다. 대종상은 일반인 심사위원과 전문 심사위원으로 나눠 예선과 본선 심사를 각각 진행했다. 일반인 심사위원은 53명, 전문 심사위원은 15명으로 구성했다.
공개된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다. 전문 심사위원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심사위원의 경력을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 해외 영화제의 경우 심사위원도 레드카펫에 함께 선다.
하지만 대종상이 야심차게 준비한 '전문 심사위원'은, 그 정체는 미궁이다. 어떤 전문성을 담보로 선정했는지, 위촉 스토리가 없다. 이는 시상식의 생명인 투명성 확보에 치명타다. 게다가 심사 기준 조차 없어 보이지 않는 손에 좌우되기 쉽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전문 심사위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누가 심사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도대체 후보작을 다 봤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이같은 수상결과는 나올 수 없다. 상식 밖이다"고 한탄했다.
◆ "영화계의 거센 반발"
현재 영화계는 말문을 잃은 상태다. 대종상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김조광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생각 있는 영화인들은 대종상 관심 없다"며 "매년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는 상, 받으면 오히려 창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에 대한 회의감이다. 다음회, 즉 50회가 된다고 해서 나아지겠냐는 의문이다. 이는 독식논란보다 더 치명적인 위협이다. '물음표' 심사위원의 '묻지마' 투표결과는 또 다른 '광해와 들러리'를 만들지 모른다는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정지욱 평론가는 "영화계를 맥빠지게 하는 결과였다. 정부 지원금을 회수해야할 정도로 편협한 시상식"이라면서 "스스로의 권위 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권위도 무너뜨렸다. 영화인으로서 참담하다"라고 비판했다.
대종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이다. 반세기 가까이 영화인과 영화팬과 함께 했다. 권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게다가 올해를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까지 더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광해천국' 대종상 영화제 살린 류승룡의 재치
대종상 15관왕 '광해', 민망해 vs 공정해 '논란 분분'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최우수작품상 등 15관왕에 오르며 제 4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을 싹쓸이한 가운데, 네티즌 사이에서 다시금 공정성 논란이 대두됐다. 해마다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 온 대종상영화제 측은 올해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 어느 때보다도 각별히 공정한 심사에 신경썼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몰아주기'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아이러니한 결과다.
30일 오후 신현준, 김정은의 사회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광해'는 최우수작품상 등 15개부문의 상을 가져갔다. 감독상(추창민 감독)도 차지했고, 주연배우 이병헌은 남우주연상과 인기상 등 2관왕에 올랐으며 류승룡은 조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류승룡의 경우는 흥행작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가 동시에 후보에 올랐지만 '광해'로 상을 받았다.
또한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기술상, 조명상, 편집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촬영상, 영상기술상을 받으며 미장센의 아름다움과 제작진의 노고, 그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여우주연상('피에타'의 조민수)만 빼고는 거의 모든 노른자상을 독식한 셈이다.
시상식 내내 시상자와 MC들은 스스로도 놀라운지 "'광해'의 날이다", "또 '광해'다", "'광해' 대단하다", "속된 말로 '광해' 싹쓸이다" 등의 감탄을 연발했으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광해'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오늘 너무 기쁜데 많은 영화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는데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의 사상 최다인 11개 부문을 수상한 '타이타닉'보다도 놀라운 기록이다.
이는 '광해'가 이렇게 전무후무한 15개 부문 싹쓸이라는 수상 행진을 이어가는 도중 쟁쟁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피에타'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도 크다.
제 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위선양한 '피에타'는 사실 이번 영화제에서 '광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 됐다. 베니스에서도 상을 받은 '피에타'가 당연히 국내영화제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되지 않겠냐는 추측이 컸던 것.
그리고 앞서 열린 제 32회 영평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총 3개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했고, 여기에 뒤이어 대종상에서 역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부문을 포함한 최다부문인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피에타'는 여우주연상(조민수)과 심사위원 특별상(김기덕 감독) 등 2개의 상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만장일치 심사위원 특별상이란 타이틀로도 위로받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김기덕 감독의 모습은 시상식 내내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광해'보다 먼저 1000만 관객 돌파하며 역대 최다 관객몰이(배급사 기준)에 성공한 화제작 '도둑들'은 단 1개 부문 수상에 머물렀다. 최동훈 감독이 감독상에서 탈락하고, 여우조연상(김해숙) 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이 부문의 상을 가져간 것. 대중성은 '광해'와 마찬가지로 어떤 영화보다 인정받았지만 영화제에서는 희비가 교차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굵직한 화제작들과의 상대적인 비교 때문에, 더욱 '광해'의 싹쓸이 수상이 '과도한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뒷따랐고, 또 한 번 대종상의 명예가 위태롭게 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과적으로 '광해'가 15개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지만 그것이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이는 대종상 영화제가 공정성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위해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에 기인한다.
이번 대종상영화제는 처음으로 일반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대종상영화제 측에 따르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발된 50여 명의 일반심사위원은 지난 9월부터 하루 평균 3편의 영화를 감상, 총 40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들은 학생, 개인 사업가, 시나리오 작가 등 여러 분야의 직업군이 고루 분포돼 있으며 20대~50대까지 세대별 편차를 최소화 한 구성으로 선발됐다. 외부(회계 전문가) 인원으로 구성된 감사진도 합류, 투명성을 입증하고자 했다.
더불어 대종상영화제 측은 이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를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 당일 심사 영화는 당일 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며 매 작품 감상 전 신분증 확인을 통해 보안을 강화, 출석률 역시 2/3이상을 준수하는 것으로 규정해 엄정한 심사 과정을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최고 10점부터 최하 5점까지 점수화 시켜 평가를 내리는 방식을 도입, 완료된 채점표는 모두 은행금고에 보관됐다.
영화제 측은 중계방송을 통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으며 그 누구도 결과를 모르는 '철통 보안'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광해'에 수상이 쏠리자 논란을 예상한 심사위원장 김기덕 감독('피에타' 감독 아님)은 "특정작품에 쏠리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모두 심사를 하고 비교 평가를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심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기입해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 심사위원장인 나조차 이렇게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집계를 안해서 어떤 작품이 어떤 부문의 수상작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를 바란다"고 전하며 의도치 않은 결과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받을 영화가 받은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너무 많이 받았을 뿐이다
영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대종상영화제에서 중도 퇴장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한 참석자가 당시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제49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부터 등장,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했다. 이어 그는 '피에타' 여주인공 조민수와 함께 KBS홀 VIP석 자리에 앉아 시상식을 빛냈다.
올해 한국영화의 발전이 어느 해보다 높았기에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려는 마음이 컸다는 김 감독. 평소 공식행사 참석률이 낮은 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즐겁게 축제를 즐기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볼 수는 없었다.
김 감독과 동명이인인 김기덕 대종상 심사위원장이 2부 행사에서 특별심사위원상 발표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정했다.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라며 호명했고 김 감독의 모습을 잡기 위해 카메라는 객석을 비췄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의 중도 퇴장을 목격한 영화 관계자는 TV리포트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의 퇴장을 목격했다. 모두들 당황했다. 김 감독은 김기덕 심사위원이 등장하고 만장일치로 정했다는 코멘트를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잘 보이는 앞쪽으로 나갔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그곳에 모든 배우, 감독, 관계자들이 목격했을 것이다. 김 감독이 나간 후 장내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며 "김 감독이 나간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의 행동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영화제에서) '광해'가 호명될수록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박수소리도 점점 줄었고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광해' 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쳐스 원동현 대표의 수상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어떤 시상식에서 '상을 많이 받아서 미안하다'라는 소감을 말할 수 있겠나. 안타깝다"며 아쉬워 했다.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김 감독을 대신해 김기덕 필름의 김순모 PD가 대리 수상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김 PD는 "김 감독님이 직접 올라와야 하지만 몸이 안 좋아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며 수상소감을 대신 전했다.
수상 직후 각종 SNS를 통해 김 감독의 중도 퇴장 이유에 대해 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아직까진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의 싹쓸이 수상이 김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게 사실.
'광해'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추창민 감독), 남우주연상(이병헌), 남우조연상(류승룡), 시나리오상(황조윤), 촬영상(이태윤), 조명상(오승철), 편집상(남나영), 음악상(모그, 김준성), 기획상(임상진), 미술상(오흥석), 의상상(권유진, 임승희), 영상기술상(정재훈), 음향기술상(이상준), 토요타 특별인기상(집행위원회 선정, 비경쟁 특별시상부문, 이병헌) 등 15관왕을 차지했다.
반면 '피에타'는 4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조민수)과 특별심사위원상(김기덕 감독)을 받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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