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목록보기
철퍽―.
붉은 웅덩이를 내딛는 두 발이 소리를 내며 웅덩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 붉게 번져가는 붉은 물결.
스륵―.
붉게 번져가는 붉은 물결을 향해 그녀가 몸을 숙이자 옷자락 소리가 났다. 옷의 천이 붉은 피를 흡수하며 빨아들이며 천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큭. 큭. 큭. 돌아온 걸 환영한다. 어리석은 왕의, 왕비여.”
쓰러진 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애처롭게 바라보는 왕비의 귓가에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왕비는 냉정하게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폐하께서는 분명 일어설 수 있으셨을 겁니다. 그런 강한 의지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그런 폐하를 부추겼군요. 약해진 사람의 마음 틈새로 파고들어가 영혼을 갉아먹는 자, 악마.”
왕비의 붉은 눈동자에 깃든 것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아닌, 왕을 이용했다는 것에 대한 명백한 증오심과 분노였다.
“죽은 자의 안식을 깨뜨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행한 것은 저 왕이다. 난 아주 작은 불씨를 불어넣었을 뿐이지.”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악마는 빙그레 미소를 띠웠다. 그러나 그 일 순간 그의 공기가 변하였다. 악마 본연의 냉혹 무도하며 남을 우롱하는 사악한 모습. 검은 일식에 침식해가는 듯이 검게 일렁이며 변해가는 붉은 눈동자.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왕비에게로 다가와 있었다. 그의 체온과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얼음 같은 손이 강압적으로 왕비의 턱을 들어 자신과 시선을 맞춘다.
“그런데―. 난 몹시 불쾌해. 넌 나의 힘으로 만들어진 피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 명령에 거부할 권리는 없을 텐데.”
왕비의, 안 그래도 창백한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 약한 틈 사이로 귓가에 속삭여진 악마의 말이 그녀의 안에 잠자고 있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 눈앞에 아주 맛있는 식사가 있잖아?」
반죽음 상태 왕의 몸에 퍼져가는 붉은 피. 그 붉은 피가 후각을 치명적이게 뒤흔들며 향기로운 금단의 무화과 향 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
그러나 왕비는 떨리는 두 손을 꽉 쥐고는 끝까지 이 후각을 거부하려, 느끼지 않으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고 싶지 않아, 해서는 안 돼.
머릿속으로 두 마디만이 맴돌았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제어할 수 없는 후각은 그녀를 더더욱 자극하며 유혹을 하고 있었다.
그에 머리로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으려 준 힘이 온 몸을 뻣뻣하게 굳게 만들었다. 유혹으로 인해 굳게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뒤로 뒷걸음질 치지만 그 걸음은 너무나 더디기만 하고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신발을 피로 물들여 더 후각을 민감하게 만들었다.
“으읏.”
뒷걸음을 치다가 문득 발이 꼬여 몸이 균형을 잃어버린다. 감은 두 눈이 그 놀람으로 인하여 뜨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 두 눈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것은 붉음. 넘어지면서 짚은 바닥의 두 손에 물든 색 또한 짙고도 짙은, 붉은 장미의 색.
왕비는 가까스로 참아왔던 이성의 끈이 끊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튀면서 물든 옷에 베여든 향기가 너무나도 강력하고도 지독했다. 강한 향의 향수를 오랫동안 맡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찔해지는 것과 같은 감각이 밀어닥쳐왔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달콤한 붉은 장밋빛 향기.
그 향기에 창백하다 못해 차가운 온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눈동자의 붉은 빛이 일렁이며 그 욕망을 거울에 비추듯이 투영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한계야.’
머릿속에서 생각이 맴도는 것과 동시에 온 몸이 경련하며 피 웅덩이로 몸이 기울어 쓰러진다. 온 몸이 붉음으로 침식되어 물들어간다.
두 눈이 스르르 감기며 의식을 유지하는 것을 거부하며 감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ㅠ
실습때문에 정신이 없군요.
너무 수정작업이 길어져서 이 부분만이라도 올립니다.
이 부분이 끝나면 다시 드디어 노엘하고 카인이 등장합니다.
서로간의 불안이 더욱 심층되어가고 마침내 일어날 일련의 사건….
루인도 또다시 등장할 거 같습니다.
다음 수정본에서는 루인의 등장비율을 좀 높여야겠어요.ㅠ
무슨 신비주의도 너무 신비주의라 등장을 안 하게 되니...
ps. 오타나 지적사항, 감상평 덧글은 환영합니다.
첫댓글 피를 마시는 걸까요. 선혈의 냄새는 좀 심하죠, 아마... 드디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겁니까!
쿨럭, 올리자마자!!!! 신속하시군요!!! 네, 피 냄새 심하죠. 이번 일주일 대학병원 실습에서는 치과 중에서도 피가 낭자하는 치주과에 다녀왔는데요. 잇몸 절개하고 잇몸 아래 치석을 제거하다보니 피냄새가 많이 나는데 안 좋더군요.ㅠㅠㅠ 새삼스레 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피를 맘껏 맡고 왔습니다.ㅠㅠㅠ
피맛은 자주 느끼는데 피냄새는 제대로 맡아본적이 없어서... [멍] 잘 읽었어, 언니! 카인과 노엘 보고 싶었는데~
피냄새 5일동안 매일 맡으니까 영...[...] 다음주는 꼬맹이들 치과가서 맡을 일이 없을 듯?!
드, 드디어 카인과 노엘이 나오는 것입니까?! 주인공이 바껴버렸던 느낌이 (...) 확실히저도 손을 뜯는 버릇 때문에 피맛은 많이 느껴서..ㅠ_ㅠ..
네, 백만년만에 드디어 주인공 등장입니다. 무심했던 엄마를 용서해주렴...ㅠㅠㅠ
일어나시자마자 쓰러지시다니...피라...'' 그러고 보니 요즘 생채기 같은 게 잘 안 나서 안 본지도 꽤 됬네요...
전 지난주에 몇년치 피구경 다 하고 왔습니다. 하핫.
어... 언제나온거지... 주인공은 곧 나오겟네요.
네, 다음 화부터 나옵니다만. 지금 써도 진도가 안 나갑니다.ㅠ
화이팅인겁니다 ㅎ
네엡,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