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3형재 다 출가 시키고 두분이서 20년째 같이 사십니다.
이제 금혼식을 몇년 안남긴 80 가까운 노부부 이십니다.
한달에 한번 어머니를 모시고 양재동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가는데
지난달 배추값이 엄청 오른 터라 배추값이 내리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내일 시간되니? 배추가 얼마나 하는지 가보자"
늘 하던식으로 차를 파킹하고 어머니는 100원짜리를 들고 재빨리 쇼핑카트를
꺼내십니다. 그리곤 먼저 야채코너로 종종 걸음을 하십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배추 무더기에서 배추다발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십니다.
배추 선택의 조건은 첫째 푸른 잎파리가 많아야 합니다. 김치를 담고 덮을때
사용하신다고...
두번째 속이 비어있지 않아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원하십니다.
그리고 세번째 모양을 보십니다.
얘! 6900원이다 많이 싸졌다.!!!
"저기 손안닿는데 저거!! 괜찮은것 같은데!!!
저는 꺼내드리고 카트에 담고 5덩어리(15포기)를 담았습니다.
곧 김장할텐데 싼 욕심에 15포기나 샀습니다.
평생 아들들에게 김치 봉양때문에...
김치 담그시고 또 알아 누우실려고...
시장 보고 돌아 오시는 길 항상 그러셨듯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십니다.
두분께서 최근에 중국집을 가셨다고
두분다 삼선짜장면을 시켜 드시는데
옆자리 중년아저씨께서 식사 하시다가
말을 걸어 오십니다.
이근처 사시냐고?
개포동에서 산지 20년이 넘었다고
항상 두분께서 같이 다니시며 식사하시냐고?
아버님 말씀 "이사람이 집에만 있길 좋아해서 아주 가끔 나온다고..."
그리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80이 가까와도 약주를 많이 해서
가끔 감시를 하신다고...
두런두런 대화가 10여분간 오갔답니다.
마침내 중년 아저씨 말씀
어르신! 오늘 제가 실례가 안된다면 식사값을 대신 지불 하고 가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요.
그리곤 말리는 아버님을 뒤로하곤 나가셨다.
식사를 마친후
두분께서 나가시다가 주인에게 물어보는 어머니 말씀이
"제 모습이 초라해 보이나요?"
아~ 아니요!! 아마도 두분이 식사하시는 모습이 좋고
어르신이 생각 나셔서 그러셨을 거예요.
초라해 보이다니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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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머니는 꾸미지 않고 다니는 자기 자신을 책망했을겁니다.
분도 발르고 옷도 신경쓰고
예전처럼 집안도 쓸고 닦고 , 행주같은 걸레를 사용하셨는데...
우리 엄마라 이쁜것이 아니라 정말 백설공주처럼 고우셨는데...
점점 숨이 차오르는 세월앞에서 초라해 보인다는 자격지심을 생각하신겁니다.
그리고 황혼의 들녘에 나와있는 자신의 모습도...
배추를 올려놓고 광주로 돌아오는길에
황혼을 생각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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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처럼 그렇게 살수있는지....
수능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황혼까지의 첫 단추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두분이 다정해보여서 부모님생각에 대신 식사값을 지불한것같네요
그분도 참으로 부모님이 그리운분이신것같아요 그쵸? ㅎㅎ
늙어도 곱게 늙으라는 말이 있듯이
두 부부가 노년을 아름답게, 다정하게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네요.
금혼식 하는 부부를 보면 진짜 부부애가 각별하더군요
너무 다정해 보이셔서 그랫겠지여 ㅎ
님의 부모님 같이 다정스런 노부부를 보면 닮고 싶은 마음 생기더라구요.
아마 그 중년아저씨도 두분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기쁨이고 존경심이 우러나는지라
마음표현으로 식사대접을 하고 싶으셨나봅니다.
그런 부모님이 계신 탁삶님이 많이많이 부럽습니다
그래요 !나이드신 내외분이 다정하게 식당에 오시는 모습이 참 보기좋더군요. 그게 쉬운듯해도 그렇지 안거든요.모두들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갈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연세드신 노부부를 보면 정말 아름답게 보이는건 누구나 다 느끼는 마음일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신 지불하셨을것 같은, 그리고 부모님 생각도 나셨을테고요....
저의 친정아버지는 93년도에 돌아가셨으니 이미 20년을 바라보는 세월이 되었네요...
어머니 혼자 계시니 늘~ 불안하고 쓸쓸하실 마음이 생각나지요...
퇴근길에 자주 들르지만 돌아설땐 늘 아쉬움이 가득하답니다....
귀한 모습이 감동스러워서 조심스럽게 식사값을 낼수도 있을겁니다. 오래전 남편과 사귈때 주인아주머니가 단골손님께서 다정한 모습이 예뻐서 저희 밥값을 내주시며 가셨다고 하셔서 당황해 했는데 그후로는 말다툼도 못하고 밥값열심히 하고 살았답니다. ㅎㅎㅎ
아마 부모님이 생각나셔서 그랬을겁니다. 저도 다음에 밥값 대신 내줄 기회가 오면 그리하겠습니다.
노년이 아름다워 보여 식사값을 지불 했을수 있겠고 아니면 돌아가신 자기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식사값을 냈을지도 모르겠네요...초라해 보여서 내지는 않았을것 같은데요....ㅎㅎㅎ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에 삶에 힘이 나는군요
식당에서서 길거리에서 노인분들 다정히 거니시는 모습보면 참으로 부러움입니다,,,,그래서 그 객이 부모님을 대접하셨나 봅니다,,,,,건데,,,수능 잘 치는거랑 황혼이랑은 상관이 없다는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