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아름다운 소통
지난주 목요일인 2021년 7월 22일의 일이다.
이야기는 막내며느리 은영이가 우리 가족들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소위 ‘단톡’에 영상 한 편을 게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오후 8시 1분 정각에 게시한 것으로 서율이가 찐 옥수수를 뜯어먹는 모습과 수박을 탐내는 모습을 연이어 찍은 48초짜리 동영상이었다.
그 영상에 은영이는 이렇게 설명문을 붙이고 있었다.
‘수박보다 옥수수가 더 맛나요^^’
아내가 그 영상에 댓글을 붙였다.
이랬다.
‘바쁘다 옥수수도 먹어야하고 수박도 먹고 싶고.... 서현이 누나도 옥수수 좋아하는데...’
은근히 내 사랑하는 손녀 서현이를 챙기고 있었다.
눈치 빠른 은영이가 시어머니의 그 댓글에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곧바로 이렇게 답을 붙이고 있었다.
‘누릉지도 옥수수도 서현이 누나랑 좋아하는 게 같네요^^’
서현이 어릴 때, 누룽지를 먹게 해서 입맛에 익히게 한 시어머니에 대한 칭찬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그렇게 은영이와 아내가 주고받는 대화로 그 하루를 넘겼다.
내가 우리 가족들 단톡 방의 그 대화를 확인한 것은, 다음날인 같은 달 23일 금요일 오전의 일이었다.
이렇게 글을 붙였다.
‘야 좀 언제 데리고 올 수 없니? 옥수수 좀 삶아주게.’
내가 그 글을 붙인 것은 오전 9시 15분의 일이었는데, 쭉 지켜보기라도 한 듯 딱 2분 만에 은영이의 답글이 달렸다.
이랬다.
‘아무 때나 갈 수 있어요~~’
그 넉넉한 마음이 고마웠다.
고마운 내 마음을 전해야 했다.
그래서 또 글 한 편을 붙여야 했다.
이렇게 썼다.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했으니, 나 또한 아무 때나 와도 좋다. 오늘 만이 아니라, 언제든...’
언뜻 쉬운 답인 듯하지만, 결코 안 쉽다.
글 끝의 ‘언제든...’이라는 말에, 내 깊은 속내를 담았기 때문이다.
꼭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시집을 찾고 안 찾고 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이든 무시로 시집을 드나들어야 하고, 그렇게 시집 드나드는 것이 익숙해져서 시집이 마치 내 집 드나들 듯 늘 편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내 그 속내였다.
내 그런 속내를 읽어준 은영이가 고마웠던 것이다.
내 그 글에 은영이가 또 답을 했다.
서율이가 잠든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첨부한 답이었다.
곧 이랬다.
‘방금 잠들었어요. 일어나면 갈께욤^^’
그 답을 한 뒤로, 한 시간도 채 안 되어서 은영이가 서율이를 안고 서초동 우리 집으로 들어섰다.
그래서 오후 한나절을 놀다가 가게 했다.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와서 놀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뭐라도 선물꾸러미를 만들어줘야 했다.
그래서 동네 롯데마트로 나갔다.
이것저것 은영이가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끝으로 서율이 장난감도 챙겨줬다.
뽀로로 장난감 자동차와 두더지잡기 해서, 두 가지 선물을 서율이 가슴에 안겨줬다.
그렇게 저녁나절이나 되어서야 사당동 친정으로 돌아간 은영이가 또 단톡 방에 글 한 편을 게시했다.
이제는 서현이를 챙기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랬다.
‘두더지 잡기는 서현이와 삼촌이 대결해봐야겠어요^’
그리고 한 마디 더 보탰다.
선물을 한 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은영이가 서율이를 대신해서 적은 글이었다.
곧 이랬다.
‘마트에 카트 처음 타본 날~~ 할아버지가 장난감도 사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소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