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을 만날 때는 늘 벽이 있었다.
동물원에서 만나면 당연히 철망이 있었고,
운전하다 길가에 나와 풀을 뜯는 그들을
만날 때도, 속도의 벽과 실내외의 벽이 있었다.
지난 주말, 원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회사
정비창에 들렀다.
1년에 두 번 있는 새벽이의 정기점검을 위해
새벽이를 정비창에 맡겨두고 나와 우버를
기다리고 있는데, 후다다닥 나에게로 급히
뭔가 달려오는 소리에 놀라 몸을 돌렸다.
흠칫, 나처럼 놀란 그녀(그)가 멈추어 섰다.
사슴은 목이 길어서 그런지, 그 시를 여류 시인이
써서 그런지 다 암놈 같다. ㅎ
그녀가 나를 빤히 보고, 나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그녀를 사진에 담았다.
"괜찮다... 어쩌다 길로 나왔어..?"
조심스레 말 붙여 보았지만 그녀는 방향을 틀더니
도로를 가로질러 길 건너로 뛰어갔다.
길 건너는 화물열차 하역장이고, 이 도로는
연신 큰 트럭들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길 건너갔던 그녀가 다시 길가로 나오더니
길가 잔디밭을 따라 허둥지둥 내달려 갔다.
놀란 기색이 역력해서 걱정이 커졌다.
어쩌다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까...
우버를 타고 내 차가 있는 곳으로 가는 내내
그 사슴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었을까...?
동물들이 마음 놓을 목소리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사고 없이 가족들을 만날 수는 있었을까?
사슴은 가족단위로 뭉쳐 살던데...
어쩌다가 숲도 별로 없는 산업지역에 터를
잡았을까...
그날 집에서 잠들 때까지 그녀는 내 머릿속에서
계속 허둥지둥 놀란 눈으로 달리고 있었다.
첫댓글 애처로웠을 것 같네요.
그래서 말을 걸어봤겠지요.
전엔 제주도에서
로드 킬 뉴스가 간간 떴는데
요즘엔 그런 뉴스는 없데요.
홀로여서 외로운 짐승이여~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다니는 길이 워낙 길다보니
로드킬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갓길로 밀려나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 생명의 다함이 왜 그곳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나온김에 한마디
우리동네 대모산과 구룡산을 오르면서 노루가 한마리 숲에 있는거를 보고 놀랐습니다
서울 시내 강남구에 있는 산에도 노루가 사는구나 라고 새삼 느꼈습니당
충성
청계천에 두루미가 살고
한강에 수달이 살고
번화한 강남 주변 산에
노루도 사는군요.
다 해외토픽입니다. ㅎ
어쩌다 길을 잃었을까요.
그 사슴은 호기심이 남 다를 것 같아요.
아주 어릴 적 엄마와 같이 어느 절인 듯
새빨간 동백꽃이 한창인 것 같았습니다.
꽃을 보고 너무 예뻐서 또 다른 곳의 꽃을 보다가
그만 엄마가 어디에 계신지 길을 잃었지요.^^
사슴의 눈은 멀뚱멀뚱한 것이
아주 순하게 보여서 슬픈 눈으로 떠올리지요.
제발 그 사슴, 가족을 만나기를...
마음자리님, 좀 오랫만입니다.
잠간 안보인다 싶으면,
기다려지는 마음은 왜일까요.^^
저도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멍해졌었습니다.
놀란 눈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제발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빌었지요.
저는 늘 수필방에 있습니다. ㅎ
삭막한 정비창과 트럭 오가는 도로변에서 만난 사슴이라니, 글을 읽는 저까지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네요.
잠들 때까지 허둥지둥 달리던 사슴의 눈망울을 걱정하셨는데 무사히 가족 곁으로 돌아갔기를 바라봅니다.
마음 훈훈해지는 멋진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잘 돌아갔겠지요?
허둥지둥 하다보면 다시 맑은
정신이 돌아오고, 트럭들 한산한
밤에 소리내어 가족 찾고...
집으로 잘 돌아갔을 겁니다.
우리집 뒷산에도 고라니가 사는데
가끔 아파트안에도 들어옵니다
지난번엔 산책길에 죽은 애가 있어
제가 뒷산에 묻어 주었지요
한국 산에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많이 늘었다더군요.
묻어 주셨다니 참 잘 하셨습니다.
ㅎㅎㅎ
넓은 땅이다 보니 많은 것을 접하시나 봅니다.
혹시 탁 트인 개활지를 달리시다가
귀여운 미어캣도 보셨나요?
사슴의 눈망울을 실제로 마주하면 어떨까요?
저렇게 무리에서 떨어져 놀란 사슴눈은 더 애처롭겠죠.
맘 따뜻한 마음자리님의 보호본능을 일깨웠나 봅니다.
개활지에서 미어캣이나 사막여우를 보고는 싶은데 아직
인연이 안 닿네요. ㅎ
차 세우고 황무지 속으로 깊이
걸어들어가고 싶긴 한데...
전갈과 방울뱀 만날까봐 무서워
못 들어가요. ㅎㅎ
우리니라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들짐승들이 일년에 3천마리정도랍니다. 어제 아침에 올림픽공원을 걷다가 멀리서 먹이를 찾는지 서성대는 아주 뚱뚱한 너구리를 보았습니다.
공원에 있던 그많던 토끼들은 온데간데 없고.. 하여튼 마음님이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본 사슴들이 잘 지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