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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남인도 기행 8일차 ~2012. 01. 06(금요일. 마이소르에서 에르나꿀람으로)
윤상현 추천 0 조회 27 12.09.18 14:3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2. 01. 06(금요일. 8일차. 마이소르애서 에르나꿀람으로)

간밤에 다소 과음이 되었던가보다. 세상모르게 늦게까지 푹 잤다. 여섯시 반이다. 아우는 원래 아침 잠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아직도 깨어날 줄 모른다. 밤새 선선하였다. 그래선지 모기 또한 보이지 않았다. 개운하다. 마침 창문도 북쪽으로 트인 방이어서 강렬한 아침 햇살도 들이치지 않아 모든 컨디션이 최고다.

아침 식사를 하자. 해장국이 간절하다. 우선 토마토를 하나씩 먹고서 연구를 한다. 일단 물을 많이 잡은 라면을 끓이다가 손질한 양파와 계란을 투하한다. 다시 어제 남은 밥을 함께 넣어 푹푹 끓이니 ‘꿀꿀이 죽’이 되었다. 집에서 같으면 절대 안 먹을 음식이다. 하지만 아껴두었던 김치까지 곁들이니 환상적인 속 풀이가 되었다.

 

 

배낭을 꾸려두고 오늘의 일정을 챙긴다. 이곳의 랜드 마크인 ‘마이소르 궁전’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안내서를 살피니 모든 곳의 입장 시간이 열시란다. 결국,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아예 아홉시 반까지 빈둥거리며 푹 쉬기로 한다. 학생들 수학여행 다니듯 하지말자. 천천히 하는 여행이 최고다. 아울러 다음 여정인 ‘코치’에서의 수로여행 정보도 얻으면서 열시에 나가기로 한다.

아침시간을 푹 쉰 덕에 만사가 개운하다. 로비 한쪽에 짐을 맡겨놓고 가뿐한 차림으로 나선다. 두리번두리번 해찰(解察)도 해가며 가능한 한 그늘을 찾아 느린 걸음으로 길을 간다. 거리에 설치된 신호등은 무용지물이다. 그냥 인도인들과 함께 무단 횡단이다, 모든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 프러브럼!”

지도에 의지해 찾아가다보니 ‘마이소르 궁전’의 정문이다. 황금궁전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겉모습에서도 화려함을 느낀다. 디즈니의 만화 영화에 나오는 그런 모습이다. 입장 가능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전혀 없다. 정문에는 입장 시설을 갖춰놓지 않은 것이다. 대충 가늠을 해본 뒤 궁전 옆의 담을 따라 걷는다. 아름 들이 가로수 고목이 그늘을 드리운 시원한 거리다.

 

 

가이드북의 입장료 안내인 20루피는 잘못된 정보다. 내국인은 20루피, 외국인은 200루피. 외국인을 봉으로 아는지 역시 열배의 입장료를 받고 있어 좀 억울한 느낌아다. 왕궁 내부에서의 촬영은 금지이니 카메라도 맡겨야만 한다. 이 또한 따로 요금을 받지 않는다지만 관례적으로 약간의 팁을 줘야한다니 결국 그게 그거다.

이곳은 본래 14세기부터 영국의 식민지 시절까지 이 지역의 ‘마하자라(蕃王,통치자)’였던 ‘우데아르 왕조’의 궁전인데 그 아름다움이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여서 ‘마이소르’라는 이름이면 자연스럽게 ‘장엄한(Majestic)’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되는, 남부 인도 ‘까르나따까 주(州)’의 상징인 곳이다.

왕궁에 들어서니 아까 멀리 정문에서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사방 기둥과 벽이 우람하게 솟았고 지붕 위의 주 탑과 둥근 돔은 황금으로 덮였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을 뒤로하고 건물 앞쪽에 배치된 많은 보조 첨탑들은 붉은 칠이 되어 빛을 발한다. 아래로 땅 바닥의 정원에 무성하게 피어난 장미꽃 붉은 빛이 서로 어울려 전체적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다소 비 현실적인 느낌마저 갖게 하는 풍경이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맨발차림이다. 울긋불긋 사리를 잘 차려입은 여인들을 위시하여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인솔교사까지 맨발인 것을 보고서 내 어렸을 적 육십년 대를 떠올린다. 간혹 신발을 신은 사람들은 궁궐 내부로 들어가기 위하여 신발을 맡겨야만 된다. 물론 무료라지만 역시 약간의 팁을 요구한다.

내부로 들어서니 정말 명불허전이다. 황금궁전의 면모는 외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리로 만들어진 진열대 안에 온갖 축소모형과 금장식들, 그리고 왕관 종류를 진열해두었는데 그 호화찬란함을 도저히 형용할 수 없겠다. 그 외에도 벽에 걸린 수많은 대형 초상화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작은 기둥으로 세워둔 가이드라인을 따라 궁궐의 전면의 넓은 테라스에 나서니 맞바람이 시원하다. 저 멀리 ‘차문디 힐’의 유장한 곡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제쳐보니 천장의 벽화에는 신화의 세계가 만다라 안에서 휘어 돌고 있는데 모두가 금장으로 빛나는, 화려함의 절정이다.

 

 

신발을 되찾고서 좀 쉴만한 곳을 찾아본다. 궁궐의 뒤뜰에 관광객을 위하여 코끼리 타는 곳을 마련해두었다. 집 채 만 한 코끼리의 잔등에 올라 뒤뜰을 한차례 도는 것인데 옛날 서울 창경원의 동물원이 떠올라 조금 씁쓸하다. 내가 관여할 바 아니라하나 이 역시 영국 식민지 시절의 잔재가 아닐는지 싶다. 그늘에 앉아 다리쉼을 하며 작은 배낭에 챙겨온 과일과 음료로 목을 축이며, 그저 우람한 코끼리와 인도인들이 즐기는 모양을 올려볼 뿐이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되찾고서 나오는 길가에 기념품 상점들이 줄을 지었다. 별로 구입할 만한 게 없다. 다만 취사를 위하여 나무 주걱을 하나를 장만했다. 특히 설거지에 더욱 요긴하리라.

시원한 그늘을 찾아 쉬기에 맞춤한 곳은 동물원이겠다. 릭샤는 많이 타보았으니 이제는 ‘당나귀 마차’를 한번 이용해 보자. 릭샤 값의 두 배에 해당하는 오십 루피로 흥정을 하고서 마차에 올랐다.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그런데 십분 남짓 걸려 도착한 동물원 앞에서 사단이 났다. 마부가 처음 흥정 가(價)에 따블인 백루피를 내야만 한단다. 어이없다. 젊은 마부 녀석이 달리던 중 생각이 달라졌나보다. “외국인들에게 좀 더 많이 받아내야만 해!”하고 말이다. 아우가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점점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구경꾼들도 슬슬 모여들 기세다. 어림없다. 내가 썩 나서며 우선 인상을 험악하게 한 다음, 목소리를 높여 나무란 뒤에 그냥 오십 루피를 손에 쥐어준 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디 따라오려면 따라와 보란 듯이. 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따라오면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걱정한다. 다행이 나의 기세에 눌렸던지 마부는 감히 따라오지 못하고 혼자 구시렁댈 따름이다. 사실 오십 루피라는 돈은 우리 기준으로는 별로 크지 않은 액수이기에 줄 수도 있었지만 외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동물원에 입장하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해결해두기로 한다. 많은 시민들의 휴식처인지라 주변에 음식점들이 널렸다. 정문 앞 가로수 그늘 안의 식당에 손님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더 북적이는 곳의 음식이 좀 더 나으리라. 메뉴판 안에서 가장 값이 많이 매겨져 있는 기본 메뉴 ‘라이스 치킨 커리’를 주문한다. 다른 곳 보다는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 각자의 식판에 담겨 나오는 음식의 양이 산더미 같다. 향긋한 커리를 얹은 쫄깃한 닭다리에 침이 돌긴 한다만 수북이 언덕을 이룬 밥 더미를 도저히 다 해결할 수는 없겠다.

동물원에 들어서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열대의 울창한 수목들이 한 낯의 햇살을 용납하지 않는다. 또한 차량으로 인한 매연이나 소음에서도 멀어지고 사람도 많지 않아 쉬어가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애당초 동물에는 큰 관심이 없는 터다. 거기 저만치, 돌아드는 모퉁이 그늘에 놓인 벤치가 한가하다. 식곤증까지 겹치니 아무생각 없다. 그냥 주저앉아 졸아보기로 한다. ‘마드가온’에서는 대로변 벤치에서도 쿨쿨대며 잤지 않았던가.

잠깐 눈을 부치고 나니 머릿속이 맑다. 태양은 더욱 기울고 바람은 훨씬 시원하다. 관람객은 더 늘었다. 드물게 보는 동양인의 용모에 대하여 호기심을 보내온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여인들의 옷차림과 학생들의 소박한 교복이 대조를 이룬다. 한 붙임성 있는 중년의 남자가 다가오더니 나의 카메라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다짜고짜 구입 가격을 묻는다. 초라한 행색의 그에게 제대로 알려준다면 아마도 눈이 뒤집히리라.

뱅갈호랑이와 아프리카 코끼리와 여러 종류의 희귀한 원숭이종류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맥’이라 불리는 ‘돼지와 하마와 코끼리를 섞어놓은’듯한 짐승은 실물을 처음 보는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출구 쪽에 위치한 ‘페리칸’ 사육장에서 마침 먹이를 준다. 큰 바구니 안에서 쏟아낸 각종 물고기들이 달려드는 덩치 큰 새들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순식간이다. 키 높은 나무 꼭대기에는 야생의 ‘황금 박쥐’들이 커다란 몸집을 하고서 무리지어 거꾸로 매달렸다.

 

오늘 밤에는 버스를 타고서 ‘에르나꿀람’으로 이동해야한다. 이곳 남부인도 내륙에서 다시 ‘아라비아 해’ 바닷가를 찾아가는 것으로서 ‘깨랄라 산맥’을 넘어 대략 열 시간을 밤 새워 달려야만 한다. 이번 여정에서 첫 장거리 버스 여행이다. 짐을 맡겨둔 호텔로 돌아오니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 로비의 소파에 앉아 쉬면서 오늘 하루를 메모해둔다.

버스 출발 예정시간은 오후 여섯시 삼십분이다. ‘쎈추럴 터미널’의 한쪽에 짐을 맡겨두고 약간의 틈새 시간을 이용하여 저녁식사를 해결해두자. 터미널 건물 밖에 있는 이층의 식당에 올라가 밀가루 떡인 ‘란’과 ‘탄두리치킨’을 주문한다. 음주를 금기로 여기는 ‘회교(回敎)’ 음식 전문점이다. 슬쩍 물 컵에 따라 마시는 ‘이슬이’가 조심스럽다.

사십오인 승 대형 볼보버스에 오르니 장거리 버스답게 넓은 좌석에다가 쿠션이 좋다. 차장은 돌아다니며 두터운 담요와 생수 한 병씩을 나누어준다. 밤새 가야할 거리가 만만치 않으니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 터미널을 빠져나온 버스는 얼마 되지 않아서 시골길로 들어선다. 넓은 시내의 도로와는 달리 대형버스 두 대가 쉽게 비켜갈 수 없는 좁은 길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도로를 통하여 ‘깨랄라 산맥’의 험한 고갯길을 넘어 바닷가 도시 ‘에르나꿀람’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께랄라 주’는 남부 인도의 동쪽 해안을 길쭉하게 차지하고 있어 마치 남아메리카 대륙의 ‘칠레’를 연상케 한다.

 

대륙의 어둠은 다가오는 속도가 빠르다. 저무는가 싶었더니 이내 캄캄해진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 속을 대형 버스가 전조등 하나에 의지하여 간다. 그래도 보름에 가까운지라 어스름 달빛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그나마 달무리가 진 상태이니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승객들은 벌써 대부분 잠들었다. 온 사방에 코고는 소리다. 예의 귀마개를 막고 나니 세상이 아득하며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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