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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년 11 월 1 일 목요일 퇴비 만드는데 바람불어 안좋은 날
이번 퇴비 만들기는 고마운 님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신경이 쓰이며 시작하게 되었다...^^
새봄의 설레임과 한여름의 열정으로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고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 아래 말끔한 빈밭이 되어간다.
중 3 때 학교를 그만두고 장한 농부의 길을 걸으며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는
참으로 무던한 큰애의 발걸음이다.
밭에서 수확한 모든것들을 알곡만 취하고 다시 아낌없이 밭에 돌려주어야 한다.
들깻대며 고구마순이며 무성한 가지대와 토마토 줄기들과 왕성한 야콘대와 해바라기대등
밭주변에서 산자락에서 베어두고 잘라둔 잔가지들을 모두 모아
잘게 파쇄하여 퇴비를 만들어 보자.
팔뚝만한 해바라기대를 파쇄기에 넣었더니 스티로폼 조각처럼 허옇게 부서져 나온다.
기계만큼 편리한게 없지만 기계만큼 많은 문제를 만드는게 없다.
퇴비더미를 쌓을 바닥을 정하여 왕겨를 두텁게 깔아본다.
작년까진 3 m X 5 m 크기들로 퇴비더미를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5 m X 9 m 크기로 욕심을 부려 보았다.
책에보면 호기성 미생물의 발효를 돕기 위해 통기성을 좋게 하기 위하여
바닥에 열십자형 구덩이를 파거나 굵은 통나무를 십자로 교차해 놓으라고 하였는데
게으른 풀천지는 싹 무시하고 귀찮지 않고 편하게 내마음대로 그냥 한다...^^
처음 몇해 동안은 파쇄기를 쓰지 않고 큰애와 큼지막한 손작두만을 사용하여
며칠이고 작두질 만으로 그 많은 잔가지들을 힘들게 썰어대는걸 보고
동네분들이 애가 타서 파쇄기를 왜 사지 않느냐고 답답해 했던 기억이 추억이 되어간다.
그러나 지금도 큰애에게 물어보면 손작두만으로도 충분히 할수 있다고 대답한다.
눈같이 게으른게 없고 손같이 부지런한게 없다는 말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는
풀천지 고집을 이해하자면 미리 걱정하는대신 실제로 무조건 그냥 열심히 해보면 된다...^^
지금은 농사꾼인지 정치꾼인지 운동가인지 헷갈리지만
누구보다 유기농농사를 잘 지었던 그래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후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강의하러다니는 선생질 맛에 들려 운동가처럼 되어버린
참으로 아깝기만한 어느 유기농 농부의 소박했던 농부 시절에
퇴비 만드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외부에서 많은 퇴비를 구입하여 빠른 속도로 경제적 이익을 내기 위하여
과다한 퇴비 투여가 아닌 땅에 도움이 되는 적당한 퇴비투여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퇴비는 흙을 부드럽고 검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흙은 암석이 풍화해서 이루어진 모래나 점토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입자가 매우 잘게 되어있다.
때문에 경작을 하지 않을 경우 (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또는 퇴비를 전혀 넣지 않을 경우 )
흙은 점점 굳어져서 작물이 마음대로 자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경작을 하면서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는 양질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는것이 필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볏짚 , 보릿대, 콩대, 마른풀, 갈대, 갈잎, 농업 부산물 등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데
이때 첨가해야 할 것은 쌀겨, 닭똥, 사람똥, 깻묵 등을 이용해 발효퇴비를 만든다.
퇴비 만드는 시기는 봄일 경우 벚꽃이 필 때며 가을일 때는 싸리꽃이 필 때가
양질의 퇴비를 만드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 때가 효소균이 제일 번식하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이며 특히 볏짚에 있는 납두균을 가지고
유효균을 증식시킬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천지는 우리가 편리한 시기에 아무때고 수시로 만든다...^^
볏짚 마른풀및 농산물 찌꺼기 낙엽등 재료 200 kg 기준에서
첨가재료는 닭똥 100 kg 쌀겨 5 kg 깻묵 3 kg 어분 또는 골분 1 kg 석회 1.5 kg
살아있는 흙 조금 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양의 인분을 섞으면 된다.
풀천지 방식은 무엇이 됐든 있는대로 다 쓸어모아 만든다...^^
쌓는 장소는 직사광선이 적거나 없는것으로 비바람이 맞지 않는 곳이면 좋다.
풀천지 퇴비더미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자투리 땅에 비닐을 덮어주는 것으로 끝이다...^^
먼저 땅을 고른 후 공기가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 통나무 또는10 cm 정도의 홈을 십자로 판 후
볏짚은 30 cm 높이로 쌓고 다시 그 위에 마른풀등을 20 cm 쌓고 발로 잘밟은 후 ( 준비한 모든 재료 )
쌀겨, 닭똥, 깻묵, 어분 등 첨가제를 뿌린 후 반복하여 되쌓기를 한다.
이때 수분 조절은 인분 또는 오줌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사정상 그냥 물로서 수분 조절을 할 수도 있다.
간간이 살아있는 흙을 조금씩 뿌리기도 한다.
이것을 반복하여 150 cm 정도로 쌓아 올린 후 맨 나중에 살아있는 흙을 2 cm 정도 덮고 난 후
그 위에 짚으로 덮어 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쌓는 것으로 해서 끝낸다.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나름대로 형편에 맞게 만들어 가면 될것이다.
약 15 일 정도 지나면 열이 나면서 퇴비더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데 이때 하면 된다.
안쪽의 것은 바깥으로 바깥 것은 안쪽으로 쌓는데 수분이 모자라면 수분을 보충한다.
이렇게 해서 15 일 후 두 번째 뒤집기를 하고 다시 10 일 후 세 번째 뒤집기를 하는데
대체적으로 완숙되는 과정은 40 ~ 50 일이면 충분하고
계속 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하며 햇볕에 5 시간 이상 노출시켜서도 안된다.
완숙된 퇴비를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시키게 되면 비료성분이 약 50 % 감소되기 때문에
밭에 뿌릴 때도 가능하면 날씨가 흐릴 때 뿌리던지
어쩔수 없을 때는 뿌린 후 곧바로 갈아 엎는것이 가장 좋다.
기억해 두어야 할 땅과 퇴비의 관계이다.
이 정도 지식으로 퇴비 만들기를 시작해 보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마전 국내에 소개되어 인분 핸드북으로 널리 알려진
조셉 젠킨스의 똥살리기 땅 살리기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오랜세월동안 똥의 소중함을 그대로 삶속에 실천해온 옛날 농부님들의
귀하디 귀한 이야기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납득이 가지 않는 아쉬운 점은 많지만
누구나 외면하는 똥에 대하여 감탄할 정도로 많은 연구를 한 점에 대하여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절름발이 교육의 일환으로 우리는 똥에 대하여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지만
용기있고 지혜로운 서양 사람에 의해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올바른삶에 대하여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아무렇게 쌓으면 얼마 쌓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으면 얼마든지 많이 쌓을 수 있는 법이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양을 쌓아가자면 정성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땅을 사랑하는 유기농 농사를 제대로 짓자면 창의와 궁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평의 땅이라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하여 퇴비를 쌓아두는 퇴비더미 자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한 농사가 된다.
땅콩을 캐어낸 땅콩밭에 임시로 쌓아둔 풀더미들을 새로 만든 퇴비 자리로 옮기는 중이다.
대충 쌓아두고 대충 이것저것 뿌려 대면 빠르게 퇴비화가 진행되지만
온밭에 널려있는 농업 부산물들을 한곳에 모아 보기좋게 쌓아두는 일이
제대로 된 퇴비를 만드는 과정이다.
7 년째 농사지으며 일년농사의 반을 퇴비만들기에 아낌없이 할애하며
참으로 열심히 애를 썼더니 땅은 기뻐하며 완전히 살아있는 땅이 되어주었고
농약 한방울 비료 한방울 주지 않아도 병하나 없이 놀라울 만큼 쑥쑥 작물을 잘 키워내며
한없이 부드러운 땅이 되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쟁기질 만으로
2,000 평이 넘어가는 너른 밭을 비닐도 안 깔고 수월하고 즐거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바쁜일 끝내두고 시작해야 될 퇴비일이었지만 오전에 급한일만 끝내고
오후에만 하기로 한 퇴비 일이라 첫째날은 이렇게 모든 재료들을 파쇄하고
1 차 쌓기만 끝내고 마치게 되었다.
퇴비를 만드는 날은 기뻐하는 땅과 함께 부지런한 농부의 마음도 부자가 된다.
이미 며칠전에 노지에 심어둔 고추밭 설겆이는 끝마쳤는데
풀천지 남정네들이 퇴비일을 시작하게 되자 아내 혼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놀라 불현듯 찾아올 된서리 걱정에
더이상 미련없이 하우스 고추밭 설겆이를 위하여 남은 고추와 고춧잎을
아낌없이 따내고 있다.
지난 얘기지만 바로 다음날 온밭이 눈내린것처럼 허옇게 지독한 된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하우스에 남은 고추잎들도 폭삭 삶아져 버렸다.
하루만 늦었으면 두고두고 마음으로 무척 속상할 뻔 하였다...^^
오늘 저녁은 풀천지 고추와 풀천지 된장이 즐거이 행복한 미팅을 하는 날이다.
고소하고 아삭한 풋고추의 개운한 맛에 한해의 수고로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몸에 좋은 풀천지 야콘이 따뜻한 햇살아래 단맛으로 숙성중이다.
호박만한 야콘들이 대부분이라는데 주먹만한 풀천지 야콘은 숙성하기 전에도
신선하고 상큼한 맛을 건네주었다.
좋은 야콘이 되었으니 많이들 주문하시어 겨우내 신선한 달콤함에 젖어보시길 바란다.
이웃집 전문 농사꾼 형님네를 바라보면 그 부지런함에 그 억척스러움에 그 고생스러움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늘 기가 질린다.
더운 여름날 숨이 턱턱 막히는 비옷을 입고 그 독한 약을 쳐댄 고추들을
어제인가 근 하루만에 그 너른 밭을 흙먼지 가득 뒤집어 쓰고 비닐을 다 벗겨내더니
오늘은 한사람의 전사가 되어 온밭을 누비며 고추들을 무너뜨린다.
농촌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라고 걱정들을 해댄다.
우리의 희망은 무너져가는 절망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들꽃과 같다.
힘들고 모진 세월을 끌어안고 한번도 포기하지 않은 질기디 질긴 생명의 꿈을 위하여
오늘도 해가 뜨면 일어나 농부의 소임을 다하고
해가 지면 들어가 지친 몸을 누인다.
여전히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웃고 별이 운다.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제일 부러운 풀천지 밭에 드디어 어린 고욤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그래서 소망과 기쁨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풀천지 산밭에 심어놓은 어린 감나무들도 이제 올해만 잘 견디면
풀천지도 주렁주렁열린 감나무를 어린 손자와 함께 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언제인지 모를 그 작은 소망과 기쁨을 위하여 저 못난 고욤이 이쁘고 소중하다...^^
아주끼리잎이 그렇게 맛있다기에 몇해전부터 피마자를 심게 되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왜 그리 잘되었는지...
호박농사가 잘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지붕위에 박농사가 잘 되면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아주까리농사가 잘 되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일까 ?
아마도 좋은 인연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피마자 기름과 해바라기 씨 기름도 낼 수 있게 되었다.
산과 들과 사람들의 좋은 인연들로 풍성했던 가을이 저물어 간다.
첫댓글 정말 이곳에 들르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역시 농사는 열정과 천직으로 생각하고 하지 않으면 할수 없는 직업 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까리 잎은 어떻게 먹나요?
따뜻한 격려 고맙습니다. 아주까리 잎은 생으로 말렸다가 삶아 울쿼서 묵나물로 볶아 무쳐 먹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