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년 만에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의류업체 더베이직하우스의 조타수 우종완 사장. 그는 더베이직하우스를 통해 국내 의류 브랜드도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중저가 캐주얼 의류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수시장의 불황으로 중저가 브랜드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 유명 브랜드인 지오다노는 매출액이 줄었다. ‘마루’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예신퍼슨스는 영업이익률이 3.5%대에 그쳤다. 반면 ‘베이직하우스’ 브랜드를 갖고 있는 더베이직하우스는 지난해 35%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도 16%를 기록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겸손히 운을 뗀 더베이직하우스의 우종완(39) 사장의 성공 논리는 너무도 평범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소비자들이 외형보다는 실속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고, 더베이직하우스의 컨셉트가 이런 시대적 트렌드에 맞아 떨어졌다는 것. 틀린 소리는 아니나 설득력이 약하다.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품질을 내세운 의류 브랜드는 시중에 많기 때문이다.
초창기 더베이직하우스의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의류 상표 업체인 유니클로(UNIQLO)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본 유통구조의 틀을 깨고 직영 매장을 운영한 이 업체를 우 사장은 주의 깊게 살폈고 현재까지 더베이직하우스 또한 직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초기에 주위에서 백화점 입점을 권유한 것도 사실입니다. 백화점 유통구조가 지배적인 국내 패션 시장에서 무조건 백화점에 입점하는 게 성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우 사장은 최고의 품질을 정직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선 직영체제가 형성돼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직영체제는 낮은 원가구조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우 사장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대량 생산체제로 저렴하고 우수한 원단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에 고급 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 백화점은 층별로 옷의 성격을 규제하기 때문?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그는 직영 매장에서는 유행이 바뀌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젠 누가 더 기민하게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느냐가 사업 성공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베이직하우스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디자인. 우 사장은 좋은 디자인을 위해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육성했다. 현재 더베이직하우스의 디자이너 수는 56명으로 주로 아웃소싱을 하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서는 물론 국내 고급 브랜드와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스웨덴 브랜드로 세계적 의류 체인을 갖고 있는 H&M은 200여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며 “더베이직하우스는 단지 기본을 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한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미국 섬유 쿼터제 폐지로 섬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는 중국 협력 업체들이 규모가 더 큰 미국 시장으로 거래선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사장은 “협력업체로 제품을 공급하던 때 익힌 노하우로 중국 공장주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수익만을 좇게 되는 사업세계이지만 신뢰가 어떤 자본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북한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우 사장은 실에서 원단 그리고 염색에 이르기까지 의류 생산의 전공정을 꿰고 있는 몇 안 되는 CEO다. 부산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부친이 운영하던 메리야스 유통회사와 염색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 후 수익성이 높은 완제품을 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했다. 그 회사가 지금 더베이직하우스의 모체가 된 일흥섬유다. 초기 일본 수출에만 전념하던 1999년 시절 LG마트의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우 사장의 제품이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같이 일해보자는 것. 수출 물량으로 공장을 쉴 새 없이 돌리던 우 사장에겐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그래서 몇 번씩 LG마트 측에서 문의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하지만 끈질긴 요청에 설득돼 시범적으로 3,000장의 폴로티를 제작해 공급하기로 했다. 우 사장은 폭발적 반응에 놀랐다. 1만원 미만이었던 폴로티가 1주일 만에 다 팔려나갔다. 그는 “그 순간 기존 채널과는 다른 유통 메커니즘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직후 도시 미관을 위해 공장을 도색하라는 구청의 지시를 받은 우 사장은 내친김에 60여 평 정도의 매장을 공장 내에 만들었다. 그는 신문이나 TV 광고 대신 전단지를 뿌리고 반응을 기다렸다. 결과는 대성공. 단 하루 동안 1,000장의 티셔츠가 팔렸다. 이에 힘입어 그는 2000년 더베이직하우스를 창립했다.
현재 더베이직하우스 매장은 전국 150여 곳이 넘는다. 그 가운데 서울 명동 등 황금 상권을 포함해 70% 이상은 직영점이다. 기존 중저가 브랜드와 달리 평균 70~100평대로 고급스럽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매장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쾌적한 쇼핑까지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매장을 돌다 보면 ‘쌀 같은 상품’으로 표현되는 스테디셀러와 트렌드 웨어, 어른을 위한 ‘뉴베이직’ 상품,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상품과 같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최근 내놓은 27~35세 직장인을 위한 캐주얼 브랜드 ‘마인드 브리지’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더욱 넓어졌다.
더베이직하우스를 통한 우 사장의 꿈은 어디까지일까. 그는 “우선 직원들에게 노력해서 성취한 것은 내게 돌아온다는 신뢰를 쌓고 싶다”고 한다. “보상의 수단인 돈과 일을 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 사장은 자신도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그런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탄탄한 경영과 직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는 더 큰 세계를 꿈꾼다. “상상해보세요. 미국 뉴욕의 쇼핑 명소인 5번가와 일본 시부야의 갭(Gap) 매장 옆에 더베이직하우스가 있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H&M과 나란히 경쟁하는 것을요.” 그는 자금력 면에서 아직 국내 기업들이 부족하지만, 세계적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