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는 이번 20번째 필리핀 선교 사역에 함께 한 중학교 1학년인 학생입니다.
소리와 아원이라는 두 여동생을 두고 있는 아주 멋있는 꼬마숙녀입니다.
이제 중 2가 되는 어린 학생이지만 그 생각하는 것이나 하나님께 대한 믿음은 무척이나 훌륭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키도 무척이나 크답니다.
수지가 살고있는 곳은 김천에서 조금 떨어진 대덕면이라는 곳인데 참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한 곳입니다.
수지의 어머니이신 최전도사님께서(현재 영주 영광여고 사감선생님이시며 영주 신광교회에서 시무중이십니다) 필리핀에 갖다줄 옷가지들을 가득 챙겨두었다고 하셔서 그것도 갖고 오고 수지와 소리, 아원이도 만나고 필리핀에서 찍은 수지 사진도 갖다줄 겸 해서 수지 집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1박 2일의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2월 6일, 그러니까 어제 오후 5시쯤 대구를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김천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다시 대덕면으로 향할 즈음엔 벌써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눈이 여기저기 쌓인 산모퉁이들을 돌아서면서 수지 집으로 가는 시골길을 1시간 가까이 달리자 수지가 살고 있는 대덕면 소재지가 나왔고 그곳에서 다시 조금 더 들어가서 관기 1리에 있는 수지 집 앞으로 다가설 무렵 어두워진 길가에 수지, 소리 그리고 아원이가 털모자를 쓰고서 길가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세상에 이렇게 즐겁고 기쁜, 황송한 환대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세 자매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밖에 나와서 찾아오는 늙은 친구를 이렇게 기다려 주다니!…
수지 집은 대덕면에서 무주로 가는 국도 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꼭 그림 같은, 어여쁜 돌집인데 돌들을 쌓아서 지어놓은 집입니다.
마당엔 장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비닐하우스와 은행나무,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모여있는 그런 곳입니다.
수지 할머니 되시는 대덕제일교회의 이권사님께서도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고요….
저희들을 기다리시느라 수요일 저녁예배도 못 가셨답니다.
먼길 오는 귀한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주신다고 말입니다.
수지가 살고있는 돌집은 지금은 하나님 품에 안겨있는 수지의 아빠인 이전도사님께서 생전에 손수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집안 구석구석 따뜻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나지막한 천장과 약간 높은 문턱들…, 둥근 손잡이가 달린 시골집 방문…, 모든 것이 한껏 정겨웠습니다.
권사님께서 차려주신 맛있고 뜨끈한 국밥을 먹고 세 꼬마아가씨들과 제 아내와 함께 깔깔대며 온갖 얘기들을 하고 또 정말 즐거운 게임들을 밤 깊은 줄 모르고 할 동안 권사님께선 거실 한쪽의 나지막한 소파에 앉으셔서 빙그레 웃으시며 그저 바라다만 보셨습니다.
밤이 무척 깊어서야 우리 모두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각자의 잠자리로 갔는데 수지, 소리, 아원이가 힘을 합쳐서 너무 편안하고 따뜻한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참 포근하고 느긋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깊은 밤에도 이따금씩 무주로 들어가거나 다시 김천, 대구로 가는 자동차들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가 이내 멀어져가곤 했습니다.
…………
이른 아침 수지, 소리, 아원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 집을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참 정겨운 마음들이 구석구석 스며있었습니다.
권사님께서 차려주신 아침을 정말 맛있게 먹은 후 권사님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선산이 고향이신 권사님께서 대덕면으로 시집오셔서 그곳에서 농사지으시며 살아온, 여러 어려움을 겪으시면서 살아온 지난날들이 참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를만치 순식간에 지나갔으며 그 날들 속에 맺힌 한스러움과 아픔들이 가슴속에 깊게 패인 커다란 상처가 되었다는 말씀들을 들으며 모든 가정 속에, 모든 이들 속에 숨겨져 있는 남모를 고통과 눈물들을 바라봅니다.
세상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곳이며 눈물이 많은 곳이고 또한 아픔이 가득한 곳이 아닐 수 없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을, 세상을 이토록 깊고 깊은 고통과 아픔의 수렁 속에 빠뜨려놓고 부수어놓은 사탄의 흉악한 흉계를 목도하며 고통의 그곳으로부터 오직 인생을 건지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간절히 소망할 따름입니다.
아이들이 돌아오기까지 권사님께서 보여주시는 지난날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보면서 깊은 인생을 뒤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수지 어머니이신 최전도사님은 저하고 동갑내기여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 저하고 무척 친하게 지냈던 국민학교 친구들의 모습이 있어서 얼마나 즐겁고 반갑고 행복했는지…. 혜련이도 있었고….
점심으로 떡국을 권사님과 함께 둘러앉아 먹은 후 마당에 나가서 권사님과 함께 부서진 하수구 수리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꼬마아가씨들과 함께 산책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촬영하고 그리고 마당에서 고무줄 놀이도 했답니다.
저는 구경만 했지만 그중 가장 늙은 여인인 제 아내도 뭔가에 홀린 듯 정신나간 사람처럼 신나게 깔깔대며 고무줄 위로 그 둔탁한 몸을 날려대는데 저러다가 집에 가서 몸져 드러눕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까지 하였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들이 조금씩 더 긴 그림자가 되어 마당 저 편까지 드리워질 때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붙잡는 꼬마친구들을 뒤로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왔답니다.
곧 다시 기쁨으로 만날 것을 약속하고서 말입니다.
그새 권사님께서는 또 다시 따뜻한 저녁을 먹여 주시기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시다가 황급히 나오셔서 물 묻은 손을 겉옷자락에 대충 닦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수지가 그랬습니다.
"우리 집은 선교사님 별장이니까 꼭 자주 오세요!! 아셨죠??"라고요.
소리, 아원이도 함께 그렇게 소리를 쳤습니다.
"빨랑오세요....아셨죠?"
다음에는 선미랑, 순미, 성우, 수미, 경애, 경구, 그리고 영란, 경수, 정화… 들과 함께 그곳에 가서 밤늦도록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아 계신 우리 주님께 간절히 기도 드리는 아름답고 복된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맛있는 피자를 꼭 한번 사들고 가야겠습니다. 소리가 피자 먹고 싶다고 해서요….
성주가 집인 우리 공주님 선미 자매 집에서는 그곳이 무척이나 가깝습니다.
성주에서 그곳까지는 약 4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