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참교육 실천 거산초교의 전교조 선생님
2010.06.03 (목) / 경향신문
이기영 |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교사들에게 전원 파면·해임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질 참이다. 일부 보수신문과 교육계 지도층은 전교조 교사들을 학생들 가까이에 두어서는 안 될 빨갱이인양 미운 털을 박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 10년 이상 교육현장에서 내가 직접 본 실상은 정반대였다. 전교조 교사들은 부패한 교장과 교육청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진급보다는 인성이나 환경 등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십자가의 길을 택한 착한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환경십계명’이나 환경노래를 만들어 전국의 초·중·고에 강연 다닌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중에서도 아산 거산초등학교는 특별히 공을 들인 환경교육 시범학교다. 시골학교인 거산초교는 학생이 줄어들자 1992년에 분교가 됐고 2001년에는 전교생이 34명으로 줄어들어 폐교 대상에 올랐다. 주민들이 폐교 반대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독서모임에서 만난 전교조 교사 여섯 분이 이상적 교육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청해 이 학교로 전근 왔다. 자문위원으로 초청받은 나는 환경십계명과 환경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수의사나 양봉, 유기농, 숲가꾸기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모셔 자연체험 중심의 교과목을 운영한다. 계절에 따라 자연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처음엔 전교조 괴물들이 득실대는 무슨 문제아들을 위한 특수학교라고 소문이 돌아 지역 학부모들이 이 학교를 기피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아이들이 방학을 싫어할 정도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재미있어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2002년 3월 ‘공교육 살리기’를 시작한 거산분교는 3년 뒤 학생 수가 150명이 넘어 ‘거산초등학교’라는 원래의 학교명을 되찾았다.
거산초교는 전국 최초로 완전 유기농 급식을 실시했고 이제는 학생들의 가정에서까지 ‘밥상머리 교육’을 주도하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나는 거산 학부모 100여명을 초청해 밥상머리 교육과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특강을 했다. 이 학교는 공영방송(kbs 추적 60분, mbc 피디수첩)에서 한국 교육의 희망을 보여주는 학교로 소개되었다. 초창기에 참교육을 위해 마음과 몸을 바친 전교조 선생님들은 기한이 되어 다른 학교로 떠나셨다.
거산초교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과 패스트푸드·가공식품 때문에 시들어가는 학생들은 물론, 주변에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죽어가는 농촌도 되살렸다. 오늘 아침도 눈이 유난히 반짝이고 질문이 많은 거산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행복한 기운이 마음속에서 절로 솟아난다. 나는 다음주에도 이 학교에서 노래하는 환경교실을 열 예정이다. 여느 때와 같이 학생들이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자연과 삶/이기영]‘생태명문’ 거산초등교 배우자/
[동아일보]2005년 10월 30일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이기영
‘김치 된장 청국장 냄새가 나긴 하지만 시원하고 구수한 맛 우리 몸엔 보약이지요∼. 치킨 피자 햄버거 기름지고 입에 달지만 비만 당뇨 고혈압으로 우리 몸을 망가뜨려요∼.’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섞여 싱그러운 햇살이 가을 교정에 흩어진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충남 아산시의 시골 학교인 거산초등학교를 방문해 기타를 치며 환경노래를 부르는 ‘노래하는 환경교실’을 운영해 온 지 4년째. 교정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벌써 내 차를 알아보고 달려와 차에서 내리는 나의 양팔에 매달린다.
이 학교는 여느 시골 학교처럼 학생 수 감소로 한때 폐교의 위기에 몰렸으나 주민과 인근 도시의 학부모, 교사들이 힘을 모아 행복한 배움터로 되살린 곳이다. 학생이 줄어들면서 1992년에 분교로 격하됐고 2001년에는 전교생이 34명으로 줄어들자 폐교 대상에 올랐다. 마을의 미래를 걱정한 주민들이 폐교 반대 운동에 나섰고 독서지도모임에서 만난 6명의 교사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좋은 교육의 꿈을 이뤄 보자”며 이 학교로 전근을 자청했다. 2002년 3월 ‘공교육 희망 만들기’를 시작한 거산분교는 3년 뒤에, 또 분교가 된 지 만 13년 만에 다시 ‘거산초등학교’라는 원래의 학교 간판을 되찾았다. 이 학교는 여느 학교와는 달리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냉이 캐서 된장국 끓여 먹기, 쑥 뜯어 쑥떡 만들기, 직접 키운 고구마 구워 먹기, 알밤 줍기, 전통놀이 배우기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자연체험 활동을 한다. 중요한 학교 행사는 학부모 대표-교사회의에서 결정되며 연간 교육 계획에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또한 학부모가 수업시간에 보조교사 역할을 하거나 학습 부진아를 지도하는 등 교육 활동의 한 축을 맡는다. 전문가그룹도 이 학교를 돕는다. 수의사, 양봉 전문가, 식물 전문가, 환경 교육자 등으로 이뤄진 자문단은 매주 돌아가며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소문이 나자 아산과 충남 천안시 등 도시지역의 많은 학부모가 장거리 통학도 마다하지 않고 자녀들을 거산분교로 전학 보냈다. 이제 거산초교는 자녀를 보내려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학부모들을 잘 설득해 돌려보내야 할 정도가 됐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안팎의 적정 인원을 유지하려는 ‘고집’ 때문에 더는 학생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학생 수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다른 농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제2의 거산초교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1998년 교육부가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학교들을 통폐합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전국적으로 3000여 개에 이르는 농촌지역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직접 나서 희망적 사례인 거산분교를 벤치마킹해 학생 감소로 위기에 처한 시골 분교들을 ‘생태 명문교’로 변신시키는 것이 어떨까. 주변 도시로 전학 가던 학생들이 돌아오고 오히려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할 정도가 되면 죽어 가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바르게 먹어야 바르게 큰다 2009년 8월 3일/ 한겨레신문
이기영 교수/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육대학원장
가족들과 소통하고 양보의 미덕 배워
‘정크푸드의 습격’…아토피·비만 불러
‘유기농 밥상’으로 우리 아이 튼튼하게
인생수업 1교시 ‘밥상머리 교육’
방학은 가정교육을 하기에 좋은 기회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밥상머리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인성교육의 바탕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시해왔다. 더구나 요즘 다양한 연구 결과 가족 식사가 아이들의 건강과 성적 향상에도 커다란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밥상머리 교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경제의 압축성장과 입시경쟁에 밀려 사라졌던 밥상머리 교육을 다시 부활시켜 아이들 성적도 올리고 사회성도 키워주자.
이른 아침, 사랑하는 가족들이 서로 밥상을 마주하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곡밥과 된장국, 갖가지 나물들을 여유 있게 먹는 정겨운 모습, 이 얼마나 아름다운 흐뭇한 풍경이란 말인가! 밥상은 단순히 허기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격식이 있는 자리였고 자녀들을 위한 교육과 소통의 장이었다. 식구들이 다 함께 제시간에 일어나 밥상 앞에 앉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도록 해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준다. 또 식욕이라는 원초적 본능이 가족끼리 부딪치는 공간이므로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는 예절 교육이 된다.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으려고 편식하는 이기적인 행위도 용납될 수 없고 골고루 먹어야 하므로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밥은 적당량을 받아 한 톨 남김없이 먹어야 하므로 함부로 음식을 버리지 못하게 해 환경교육의 장이 된다. 무엇보다도 밥상머리는 자녀들이 잘한 일은 칭찬해주고 필요한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대화와 소통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밥상머리 교육은 우리 가정에서 잊혀져가고 전통적인 인성교육이 사라지면서 교실도 붕괴되고 있다. 서구문명의 유입과 세계화라는 쓰나미를 만나 일류대를 가기 위한 입시경쟁과 돈을 벌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전통 밥상은 저 멀리 밀려나버렸다. 대신 달고 짜고 기름지게 자극적으로 만든 ‘정크푸드’(쓰레기 음식)가 식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아토피나 천식, 중이염, 인후염이 크게 늘어나고 심지어는 소아당뇨나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엔진도 적합한 연료와 윤활유를 써야 잘 돌아가듯이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단백질은 에너지원이자 동시에 효소를 만들고 신체를 키워주고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두 가지 역할을 다하는 중요한 영양소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나쁜 첨가물이 들어간 휘발유를 쓰면 엔진이 망가지듯이 우리 몸도 방부제나 유해 색소 등이 첨가된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몸의 건강을 해친다. 휘발유가 아무리 풍부해도 윤활유가 없으면 기계가 뻑뻑해 잘 돌아가지 않아 연비가 크게 떨어지고 기계가 망가지듯이 열량만 높고 미네랄, 비타민, 효소가 결핍된 음식을 먹으면 ‘에너지 대사’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몸도 병들어간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병이 영양소가 부족해 나타나는 바로 이 대사병이다. 신진대사가 잘 되지 않아 공부할 때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뇌에 에너지 공급이 잘 안 되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이 나타나고 몸 전체의 면역력도 떨어진다. 반복적으로 중이염이 발병하고 배가 자주 아프거나 두통, 비염, 아토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있으면 나쁜 음식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상태로 어른이 되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궤양성 대장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비만, 당뇨, 심장병, 암으로 발전하기 쉽다.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키는 커졌어도 체력검사나 건강검사 수치를 보아도 대체로 체력도 달린다. 물론 운동량도 크게 줄어들었지만 나쁜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이 주원인이다. 이들 대사병은 대개 좋은 먹거리와 식습관 개선을 통해 확실히 고칠 수 있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적어도 성적을 10~30%까지는 무난히 올릴 수 있다.
최근 국내 한 방송사가 가족 식사 횟수와 중고생들의 성적 사이의 관계에 대해 100개 중·고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교 1등 학생들의 가족 식사 횟수가 중간 성적 학생들보다 2.5배나 높고 비교적 더 정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먹는 좋은 음식을 날마다 섭취한 아이들은 건강해지면 뇌기능이 좋아져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여 사랑의 대화를 나눔으로써 심신이 안정되고 소통 능력도 향상된다.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아이들이 갖는 어휘 능력이 독서보다도 주로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습득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습득하는 2000여개 단어 가운데 독서로 얻게 되는 겨우 140여개인 반면, 가족 식사를 통해 얻어지는 단어는 무려 1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의 언어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도 길러주는 실천적 장인 셈이다.
가족들의 공동식사는 아이들의 탈선도 막아준다. 미국 컬럼비아대 ‘약물남용중독관리센터’(CASA)는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청소년들이 흡연이나 음주, 마약을 경험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 식사 자리가 단지 배를 채우는 자리만은 아니고 아이들이 사춘기를 잘 넘길 수 있는 소중한 청소년 교육의 자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식사 자리가 인생의 ‘첫 교실’이면서 ‘최고의 교실’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바로 유기농식품이다. 온실이 아닌 노지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채소나 과일들은 햇빛을 듬뿍 받아 클로로필 함량이 높고 벌레나 바이러스 등 해충과 직접 맞서 싸워야 하므로 면역물질이 많이 쌓여 그야말로 보약인 셈이다. ‘건강밥상 되찾기’에서 또 중요한 일은 백미와 하얀 빵을 몰아내고 현미와 통곡 빵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네랄과 섬유소를 되찾아야 대사가 정상이 되기 때문이다. 밥상에서 육가공품이나 유제품, 튀김 음식들을 과감히 줄이고 발효콩제품인 된장이나 청국장, 그리고 채소와 과일은 물론 나물이나 견과류를 많이 늘려야 한다. 이런 음식은 바로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세계 5대 식품에 김치와 콩발효식품을 포함시켰고, 최근 뉴욕에서는 김치가 들어 있는 타코 음식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1시간씩 기다리는 장면이 <뉴욕 타임스>에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기영 교수/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육대학원장
아이들 식단, 유기농으로 바꾸자 / 조선일보 2006.08.29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이기영
‘김치된장청국장 냄새가 나긴 하지만… 우리 몸엔 보약이지요. 치킨피자햄버거 기름지고 입에 달지만… 우리 몸을 망가뜨려요~.’ 카랑카랑한 아이들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여름방학 내내 아름다운 평창의 강 언덕에 있는 생태 마을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지냈다. 한번에 200여명씩 전국에서 온 3500명이나 되는 학생과 가족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라는 주제로 ‘노래하는 환경교실’(singreen.com에서 노래 청취 가능)을 열었다. 아이들은 낮에는 유기농장에서 감자를 캐고 저녁에는 우리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등 농사짓기와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초등 4~5학년 남학생들 중에 유난히 비만아가 많아, 3명 중 한 명은 뚱보였다. 2박3일 단체생활 동안 가장 산만하고 지시도 잘 안 따르는 문제아(?) 대부분이 바로 이들 비만아였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의 연구결과, 달거나 기름지고 각종 유해화학첨가물을 함유한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들은 소아비만과 당뇨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지정한 환경호르몬 우려물질 67종 가운데는 농약이 40종이나 된다. 이들 농약은 극미량이라도 장기적으로 몸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어린이 식단은 특별히 유기농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비만의 제국’이란 오명을 얻은 미국에선 학교 식단에서 기름기를 빼고 청량음료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패스트푸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17%의 미국 어린이가 비만이며 이들 중 30∼40%가 어른이 돼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많은 학교의 급식에서 피자나 햄버거치킨너겟감자튀김을 빼는 대신, 두부버거와 야채버거 같은 메뉴를 새로 만들고 식당에 샐러드 바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조차도 공부가 우선이지 아이들 비만문제에 대해선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 전 학교급식법이 통과되었는데도 집단식중독 사고가 난 서울의 47곳 중 직영으로 바꾸겠다는 학교는 불과 4개교뿐이었다. 이러니 유기농 농산물을 활용해 학생들 몸에 좋은 급식을 만드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과외비용으로는 수백만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유기농은 비싸다고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유기농으로 식단을 바꿔도, 한 달 식비로 따지면 가족 외식 한두 끼 정도의 비용이 더 들 뿐이다.
자녀를 우등생으로 만들려면 집과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김치된장청국장 같은 전통 발효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자. (이기영 호서대 교수 식품생물공학)
아빠와 함께 저녁식사를/문화일보 2002-06-01, 이기영 호서대 자연과학부 교수
우리 나라의 아버지들은 그동안 너무 바빴다.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혹사당하면서 가정에서의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해 온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우리 나라 경제의 압축 성장은 국민 간에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유발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남편의 출세와 자식의 일류 학교 진학을 위한 열병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며, 직장에만 충실하고 집에서는 그저 생활비나 벌어다 주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은 아내에게 떠넘기고 올바른 가장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은 또 어떤가? 여권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소외된 아내들은 자녀에게만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1등병에 걸려 아이에게는 공부만 강요하며, 기죽는다고 인성·예절 교육은 무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였다. 공공 식당에서 아이들이 함부로 시끄럽게 뛰어놀아도 그냥 내버려두는 부모는 아마 한국인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외국인에게 한국인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민족으로 보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직 일류 학교 진학과 출세만을 목표로 하는 부모와 아이들은 사람됨을 가르치는 진정한 스승보다 족집게 과외 교사를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교실도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가족 간의 대화 부족으로 인하여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혼 증가율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모든 이의 안식처이며 사회 안정의 기본 단위인 가정 자체마저도 붕괴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됐다. 따라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 즉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아무리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출세해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한들 자식들이 망가지거나 이혼으로 가정 자체가 해체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이웃에 대한 배려와 예절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자녀들이 일류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녀도 연세 많은 부모에게 효도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일찍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삶의 원칙과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영웅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어머니들에게도 사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작은 실천 운동 하나를 제안하여 본다. 온 가족이 모여 아빠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는 운동이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을 양보하며 함께 나눠 먹는 멋진 식사 예절부터 가르치자. 아이들에 대한 식사 예절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식욕은 모든 욕심의 근본이다. 식욕을 자제할 줄 아는 아이가 자기 욕심도 제어할 줄 안다. 그리고 자기 욕심을 제어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은 모든 예절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음식은 다른 생명의 희생을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우리가 음식을 소중히 여긴다면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고, 자연도 소중히 여겨 환경 보호 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올바른 식사 예절이 우리 식탁에 자리잡으면, 1년에 15조원이나 된다는 버려지는 음식물도 자연히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가정의 진정한 행복은 환경·여성 운동과 함께 하나의 궤로 연결돼 있다. 우리 자녀들이 아빠가 함께 참여한 가정에서 배운 올바른 가치관과 예절은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만들어 사회를 살리고 지구도 살릴 것이다.
‘건강식탁’ 엄마에 달렸다/ 조선일보 2002년 1월 25일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이기영
언제부터인가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가공식품들이 우리 식탁을 점령해 버렸다. 1990년대 초만해도 우리의 밥상에서 볼 수 있었던 가공식품은 국민식품인 라면을 빼고는 고작해야 어묵이나 소시지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엔 우유치즈버터햄요구르트 등 서양가공식품들이 우리의 일상식으로 변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운동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과거에는 없던 성인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같은 이들 질병은 처음엔 어른들만 걸려서 ‘성인병’이라고 불렀다. 밖에서 사업상 잦은 외식 때문에 아빠가 먼저 걸린 병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병명도 ‘현대병’이 됐다. 연구결과 이 같은 만성 질병들은 각종 합성식품 첨가물이 함유된 육류 등 서구유래 가공식품들이 채식위주의 우리 전래식품들을 밀어내고 식탁을 차지해버린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엔 주부의 손길에 따라 집집마다 맛이 다양하던 김치마저도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대부분 비슷비슷한 맛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집에서 만드는 우리의 전통식품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더욱이 아이들은 김치를 멀리하고 기름진 피자나 햄버거 컵라면 같은 패스트 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한다. 컴퓨터 게임 열풍으로 아이들의 운동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 유래한 현대병뿐만이 아니라 비만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회문제화할 정도로 아이들 건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은 전세계를 강타했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확인되었다. 최근 아이들 건강에 대한 경고성 TV방송이 시리즈로 나간 후 가정주부들 사이에 유기농 식품 먹기 바람이 부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특히 광우병은 현대 서구물질문명의 폐해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자연의 순리를 무시한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라는 점에서 광우병은 환경호르몬 못지 않은 환경파괴의 업보로 여겨진다. 현대문명의 시발이 된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점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 어려운 일이다. 광우병 공포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잠복기간이 무려 10년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생태계 먹이사슬 자체의 광범위한 오염으로 그 재앙이 일파만파로 번질지도 모른다. 아직 정확한 원인도 규명되지 못한 채 영국에서만 광우병으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고 500만마리의 소가 도살되어 불태워졌다.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너도나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테이크와 안심을 먹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다. 지방이 근육 사이사이에 촘촘히 들어간 마블링 된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 일부 축산업자들은 어린 소의 눈을 멀게 하거나 운동을 못하도록 평생 소의 다리를 묶어 놓는다고 한다. 인간의 지나친 성적 쾌락과 자유의 결과가 에이즈라는 천형으로 나타났다면 광우병은 지나친 미식을 추구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어머니들이 나서야 한다. 나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아내와 함께 고심하여 ‘건강식탁 십계명’을 만들어 식탁에 붙여 놓았다. 「하나. 감사하며 먹는다 둘. 골고루 먹는다 셋. 싱겁게 먹는다 넷.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다 다섯. 적게 먹고 안 남긴다 여섯. 채식을 늘린다 일곱.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여덟. 우리발효식품을 즐긴다 아홉. 화학조미료를 덜 쓴다 열. 패스트 푸드와 가공식품을 피한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건강식탁 십계명’을 잘 지키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기보다는 밖에서 많이 뛰어 놀게 된다면 비만이나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현대병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영 / 호서대 교수식품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