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al Eugene Watts는 51세의 흑인 남자로서 1982년에 Texas주에서 12명, Michigan주에서 1명, 모두 13명의 여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연쇄살인범이다. 그가 저지른 대부분의 살인은 모두 1981년 말과 1982년 초에 이루어졌다. Watts가 자백한 살인사건은 13건이지만, 그가 약 80건의 살인사건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Watts가 1982년에 체포되어 그 후 2회에 걸쳐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Watts는 1982년 Houston에 있는 어떤 주차장에서 19세의 여자 Lori Lister의 숨을 막고 때려 그녀의 아파트로 끌고 가서 욕조에서 그녀를 익사시키려 하였다. Watts는 또한 그녀의 룸메이트를 전선으로 묶어 두었으나 룸메이트는 가까스로 탈출하여 경찰에 신고하였고 결국 Watts는 체포되었다. 수사는 Texas주 검찰에 의하여 실시되었다.
어떠한 경위에 의해서 Watts가 십여명의 여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유사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Watts를 범인인 것으로 확신하고 피해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는 이유로 검찰에 대하여 plea bargain을 요청하면서 Watts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경위를 확인해 줄 것을 청원하였다.
Texas주 검찰은 Watts의 범행에 대해 살인(murder)이 아닌 강도죄(burglary)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대신 그에게 살인의 자백과 협조를 요청하였다. 결국 Watts는 그간의 13건의 살인을 자백하였다. Watts가 실토한 내용에 의하면, 그의 범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모두 잔혹한 것들이었다. 수영장에서 익사시키거나 나무에 매달아 교사시키기도 하였고, 한 여자를 교살하고 사망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녀의 머리를 물이 가득찬 화분에 밀어 넣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살인은 또한 아무런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거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검찰 역시 그의 상세한 자백에 부합하는 물리적인 증거를 거의 발견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Watts가 경찰을 3구의 시신이 있는 장소로 안내하기도 하였다.
검찰은 약속대로 Watts가 체포될 당시에 한 살인미수행위에 대하여 강도죄로 기소하는 한편, 나머지 연쇄살해행위에 대해서는 면책의 혜택을 제공하였다. 1심 판사는 그가 Lister에게 유해행위를 가함에 있어 물이 가득한 욕조를 이용함으로써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였다고 판결하면서 최고형에 해당하는 60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당시 Watts의 나이가 27세임을 감안하면 60년의 형은 사실상 그에게 종신형에 해당된다고 보았는지, 검찰이 수용한 plea bargain은 당시 별다른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9년에 항소심 법원은 Watts가 그에게 불리한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하여 적절하게 고지 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good-behavior credit 수감자가 수감기간동안 성실하게 모든 규칙을 준수하는 등의 경우 당초 선고받은 형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이 법은 그 후 논란끝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의 자격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교도소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하여 마련된 mandatory release laws를 적용하여 36년의 감형을 선고하였다. 이로써 Watts의 형은 24년으로 감형되었고 Watts의 석방은 Texas주 교도소에서 2006년 4월 9일 그의 나이 52세로 예정되었다.
희생자 가족들은 몇 년 전에 겨우 Watts가 조만간 석방될 것임을 알게 되었고 관계기관에 그의 석방을 막아달라고 청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Michigan주와 Texas주의 수사관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Watts와 관련된 지난 사건들의 검토에 착수하였고 언론에 의해서 이 사건이 일반인에게 보도되었다. 그러자 2004년 초에 Watts에 관한 TV report를 보고 목격자가 나타났다.
Michigan주에 거주하는 이 목격자는 1979년에 Watts가 Detroit 근교의 Ferndale에서 36세의 여자인 Helen Mae Dutcher를 칼로 12번씩이나 찌르면서 공격하는 것을 그의 집 근처에서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목격자는 경찰에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신고하였고 Dutcher의 시신도 발견되었으나, 경찰은 Watts가 Texas주에서 60년형을 선고받자 그가 그대로 여생을 마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목격자의 이 부분 주장에 부합하는 물리적인 증거자료가 있는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아니하다. . Michigan주 검찰은 Dutcher 사건을 검토한 끝에 기소하였고 Watts는 2004년 11월 다시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사실 Dutcher 사건은 검찰이 공소를 유지하기에는 이미 25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점과 함께 피해자와 연관지울 수 있는 혈액, 지문, 흉기 등의 어떠한 물질적인 증거도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시신이 발견되었으니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고 사체의 자상에 의할 때 칼을 사용하여 저질러진 범행임이 틀림없다. 당시 목격자가 그 현장을 보았고 이를 신고하였다고 하니 증인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살인사건에 대한 기한의 제한(공소시효)을 규정하는 법이 없으므로 지금에 와서 기소를 한다고 하여 문제될 것도 없다. 그런데, 목격자가 본 당시의 범인이 Watts인지의 여부를 25년이 지난 지금 무엇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재판의 주된 쟁점이었다.
Dutcher 사건을 진행함에 있어, Richard Kuhn 판사(Oakland County Circuit Court)는 Watts의 20년전 재판에서 그가 13명을 살해할 때 보여준 여러 행동양식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수용되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결하였고, Watts의 변호인은 그 당시의 자백에서 나타난 Watts의 범행방법은 이 사건을 판단하는 증거자료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배심원들은 “자신은 그날 밤에 본 Watts의 차갑고 사악한 눈을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 목격자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 들여 Watts의 일급살인죄에 대해 유죄의 평결을 내렸다. 결국, Watts는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희생자 가족들의 환호 속에 1심 재판은 끝났지만, Watts가 이 평결에 불복하여 항소할 예정이라고 하고, 한편, Michigan주 검찰이 Watts에 대해 1974년에 발생한 또 다른 살인사건을 추가로 기소할 계획이라고 하니 재판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재판경과에 대해서 이 곳의 지역 신문 뿐만 아니라 중앙의 각종 미디어는 Watts 사건에 대해서 그가 만약 석방된다면 사법사상 최초로 연쇄 살인범이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안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25년 전에 Texas주에서 수사받을 당시 plea bargain에 기초한 Watts의 신뢰이익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 곳의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과 희생자 가족들의 유일한 관심은 어떻게 Watts의 석방을 막고 평생 그를 감옥에 가두어 둘 것인가에 있었다. 그 사이에 발생될 수 있는 사실적,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Michigan주에서 사형제도를 부활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Watts에 대한 두 번에 걸친 기소와 재판은 배심원 제도와 plea bargain이라는 미국 사법제도에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배심원들은 신문 및 방송을 접하지 말라는 direction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Watts의 석방만은 막아야 하고 만약 그가 석방된다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재범이 발생될 것이라는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와 이를 동조하는 언론의 태도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필자는 당초 이 사건을 접하면서 Watts가 1982년에 Texas주로부터 보장받았던 신뢰이익이 이번의 기소로 인하여 침해되는 것은 아닌가, 당시 목격자의 증언의 신빙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1970년대 말에 Detroit 근교에는 약 500 내지 600건의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 Watts는 어차피 면책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왜 13건만 자백하고 Dutcher 사건을 포함한 나머지 사건은 자백하지 아니하였는가, 선진사법제도를 가진 미국에서 언론조차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피해자 가족들의 호소에만 관심을 갖는가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가지면서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배심원 재판이 아닌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이었더라도 25년 전의 사건을 들추어 그 당시에 사건을 목격하였다는 증인의 말을 믿고 그 살해의 태양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Watts에게 유죄의 평결이 내려질 수 있었을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오로지 Watts의 석방을 막아야겠다는 목적 아래 무리한 사실인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다수의 배심원으로 구성된 재판이 이른바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Watts에 대한 적정한 형량이 당시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종신형에 상응하는 60년형이 옳을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그 후의 감형과 석방의 수순은 일부 잘못된 사법시스템의 운용으로 인한 왜곡이었던 것이라고 본다면, 그 잘못을 이번의 배심원 재판이 무난하게 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희생자 가족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이 Watts의 석방을 우려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은 직업 법관에 의한 재판에서 보기 어려운 결과를 배심원 재판이 보여준 중요한 예로서 일면 그의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Watts 사건은 배심원에 의한 재판이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순기능과 전통적인 법원리와 재판원칙에 비추어 볼 때 비전문가가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에 반하는 무리한 사실인정을 할 수 있음으로써 재판이 본래의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역기능이 혼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사법사상 처음으로 일반 국민들이 직접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 사법 참여제’가 배심, 참심제의 절충 형태로 2007년 첫 도입된다고 한다. 위 Watts 사건은 우리의 제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사법참여로 인한 장점과 단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고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