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개항한 마산은 한 때 부산 못지않은 힘을 지녔던 큰 동네였다.
일제시대에 이미 지금의 시가지가 거의 완성되고 산 꼭대기까지 집이 올라갔을 정도로 크게 번성했고,
1960년 4·19혁명과 부마항쟁 등 역사적인 사건에서도 가끔씩 거론되는 민주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80년대 창원이라는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되고부터 마산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산-창원-진해를 같은 권역으로 본다면 오히려 80년대 이후 급성장했다고 보는게 맞겠지만,
마산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한때 50만을 찍었던 인구는 40만이 위태로울 정도로 크게 줄었고,
행정과 경제적 중심이 창원으로 쏠리면서 계속된 침체에 빠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주민투표로 2010년 통합창원시가 출범되고 결국 마산이란 이름은 사라졌다.
하지만 옛 영광을 알려주는 흔적은 아직 전국 곳곳에 남아있다.
'마산아구찜' '마산항'과 같은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행선지에 따라 각각 버스터미널이 세 개씩이나 존재하는 것도 마산의 영광을 짐작케 해준다.
서울가는 버스 하나 없음에도 교통의 핵을 담당하는 마산시외버스터미널.
KTX가 들어와도, 심지어 도시의 이름이 사라져도 전혀 꿇리지 않는 당당한 별이기도 하다.
마산역에서 창원 방면을 향해 10분 정도를 걸어왔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광경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불빛이 사방을 환하게 수놓고 있다.
이 곳이 마산에서 가장 늦게 개발된 신시가지, 합성동이다.
신시가지라고는 해도 조성된 시기가 무려 30년 전, 70년대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80년대 이후 쇠퇴에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개발할 땅이 없었다는 것.
마산항 자체가 산비탈에 세워진 어항이었기 때문에 부지 자체가 거의 없었던데다,
그나마 있던 땅도 일제 때 거의 개발되고 박정희 정권 때 조금 남아있던 갯벌마저 마산수출자유지역으로 설정되어,
최후의 보루지 합성동에 신시가지가 들어서고 나서는 창원, 내서 등 주변 지역으로 뻗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합성동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시가지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산역, 버스터미널이 동시에 이전되면서 시장도 만들어지고 큰 도로를 사이로 높은 건물이 연달아 들어섰으니까.
도로 중심부에는 3층짜리 거대한 건물이 있는데 바로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이다.
1979년에 들어와 벌써 30주년을 맞이한 낡은 건물이지만 전혀 그런걸 못 느낄 정도로 세련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의 집약지라 수도 없이 리모델링을 했던 것 같다.
보도블럭도 얼마 전에 새로 깐 듯 껌딱지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여 살짝 기분이 좋았다.
다만 지하상가 입구가 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도가 무척 좁은데다 포장마차가 곳곳에 널려있어 다니기는 무척 불편하다.
시외버스터미널 내부도 반짝반짝 깔끔하다.
하얀색 내장재로 도배가 되어 한결 밝아보이고 넓어보이기도 한다.
이 곳이 도저히 30년된 터미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공간이 부족하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중앙의 길다란 매표소쪽엔 의자 하나 없고 양 옆으로만 살짝 놓여있을 뿐이다.
김x천국, 세x일레븐 같은 가게들도 다들 구석으로 들어가 있다.
버스 타는 곳도 매표소 양 사이드에 끼어있다시피 자리잡고 있다.
다소 오래된 터미널이라 그런지 시설은 좋아도 넓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는 따로 올려야 할 시간표지만 너무 오래된 사진이라 그냥 올린다.
수많은 시간표 사진 중 하나지만 이 사진 하나에 마산과 친한 동네는 다 나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산과 함께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부산(사상), 같은 남해안권 중추도시 진주로는 수시로 버스가 다닌다.
사상 막차 2시에 진주 막차는 무려 1시 반.
그 중에서도 부산은 동래·노포동행까지 합하면 왠만한 전철보다 배차간격이 좁다.
한결 떨어져 있는 울산으로도 30~40분 간격에 절찬리로 모셔주고,
양산, 경주, 포항행도 대체적으로 1시간 이내로 버스가 출발한다.
구마고속도로 건설 이후로 밀접해진 대구와 창녕·영산으로도 20~30분 배차간격을 유지한다.
부산부터 대구까지 영남권 주요도시로는 죄다 심야를 따로 만들 정도로 자주 그리고 많이 운행을 하는데,
이들만으로도 마산시외터미널 수요의 80% 이상은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밑으로는 김해, 장유, 함안행 배차가 안내되어 있다.
새로 개발중인 장유로도 버스가 꽤 자주 다니지만, 역시나 김해쪽 배차가 좋은 편이다.
김해완행은 그 유명한 마산-김해 삼도완행이고, 김해직행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논스톱으로 달리는 노선이다.
산인 경유 함안행, 유등, 진례로는 하루 몇 대 다니지 않는다.
그 밖에 함안, 의령, 삼천포, 부곡, 남해, 합천, 군북 등 경남 서부지역으로도 은근히 노선이 뻗어있다.
바로 옆동네 함안과 의령, 그나마 조금 규모가 있는 삼천포 등등 무난한 배차수준을 자랑한다.
대체적으로 경남권 노선은 상당히 발달한 편이지만, 그 밖의 지역으로는 노선망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KTX가 들어오기 전으로 대체수단이 딱히 좋은 편이 아니었단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그나마 대전, 안산, 구미, 천안행 정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는데, 거의가 교통의 요충지거나 공업지대 도시들 뿐이다.
일부 호남으로 가는 노선도 있지만 딱히 많은 편은 아니다.
그나마 지리적으로 가까운 순천·여수행이 조금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횟수가 적다.
정말 놀라운 것은 서울로 가는 버스노선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
조그만 군 단위조차 고속버스 외에 남부나 동서울로 가는 노선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데,
무려 '중심지' 역할을 하는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시외버스가 하나도 없다는게 너무도 의외다.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서울행이 없음에도 이렇게 흥하는 곳은 아마 여기밖에 없을거다.
서울행이 비록 없을지라도 홈이 무려 스무개가 넘어갈 정도로 규모가 무척 크다.
허나 외부에서 봤을땐 그저 화려하고 반짝이기만 했었는데 속을 살펴보니 그렇지만도 않다.
승차홈과 주차장이 구분이가지 않는 낡은 회색빛 바닥에,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80년대 학교 창틀문과 파란 도색이 세월의 흔적을 어렴풋이 말해준다.
그 속에서 늦은 겨울밤의 맹추위 속에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로 터미널은 여전히 쉴틈이 없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차량 천국이지만 금호, 경북를 제외하면 거의가 향토업체들 뿐이다.
주력노선도 부산(사상), 부산(동래-노포동), 진주, 울산, 대구 등등 주변 지역 노선뿐이다.
서울행이 전혀 없지만 그런거 없어도 장사 잘만 된다는듯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에서부터 계속 타고, 보고, 타고, 보아왔던 삼도고속 마산-김해 완행.
그냥 시내로 굴려도 될 것 같은 노선에 시내형 로얄시티가 들어와 있으니 더없이 어색하다.
그런데 어색하면서도 친숙한 기운이 도는건 또 왜인지 모르겠다.
관리하는 분께 허락을 맡고 앞 뒤를 천천히 살핀 후 사진을 찍는다.
삼각대를 쓰느라 입구에서부터 거진 한 시간 이상을 썼지만 아직도 끄떡없다.
좋은 사진을 남기고, 옆 찜질방에서 바로 몸풀고 잘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째진다.
다시 반대편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사진에 남긴다.
조그만 버스가 드나드는 개구멍에 포장과 비포장이 공존하는 낡은 주차장 바닥.
깊은 밤의 터미널은 마치 이중인격의 이면을 보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었을 때만 해도 마산시라는 이름이 버젓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한낱 구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게 세월의 비바람이 흔적을 지워가도 여전히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가는 버스 하나 없음에도 밤늦게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KTX와 거가대교가 연달아 뚫렸어도 유일하게 별다른 타격이 없었던걸 보면,
주변 동네만 충분히 연결해줘도 넉넉히 장사가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 싶다.
바로 옆 창원터미널의 세력이 점점 더 확장되어가는 가운데서도,
KTX가 고속터미널을 죽이고 거가대교가 남부터미널을 죽이는 가운데서도,
마산시외버스터미널만큼은 여전히 이 자리에 남아 꾸준히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춰줄 것만 같다.
첫댓글 고향이 마산이라 자주 가는데요. ktx가 마산시외터미널엔 큰 타격을 못 주는 듯 합니다. ktx의 비싼요금을 지불하고라도 이득을 보려면 서울이나 최소한 천안아산까지는 가야 탈만하거든요.. 서울행이 없는 시외터미널같은 경우 대구를 가려고 ktx탈 일도 없고.. 접때 막차를 놓쳐서 대전까지 ktx를 이용했는데 대략 30분 단축되고 요금은 두배로 비싸니 영 아니겠다 싶더군요... 암튼 마산 고속터미널 서울행은 상당한 타격이 있겠으나 시외터미널은 ktx와는 별 상관없이 운영이 잘 될듯 합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주노선이 부산, 진주, 울산, 대구 등등 KTX로 직접연결이 되지 않거나 말씀하신대로 소요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는 곳이기 때문에 타격이 있을리가 없죠. 그 부분에 관해서도 마지막 줄에 살짝 언급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재밌게 잘봤습니다.지난 1월달에 진해-마산쪽을 다녀왔는데 창원시 진해구청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인가???암튼 고유의
지명이 사라져서 아쉽더군요..마산터미널에 처음갔던게 97년도인가 부산에서 직장생활할때 마산아가씨랑 소개팅자리가 있어서 다녀왔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네요..그 뒤에 바로 자가용을 구입하고 또 부산을 떠나왔기 때문에 마산터미널에 갈일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다시 볼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지명이 사라져버려서 너무 아쉽긴 합니다. 워낙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름이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런 일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마산아가씨랑 소개팅한게 잘 되셨었는지 궁금하네요..ㅎㅎ
잘 봤습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승차홈에서는 30년 된 느낌이 살아나네요....
예.. 조금 옛날 티가 나죠 ^^;
아무리 경전선이투입되서KTX가 다닌다고해도...운행횟수도 그리많지않은편이구요..솔직히 서울은 고속터미널을 이용하는경우가 많지요..시외터미널같은경우에는 고속도로로인해 가까운 대구노선과 부산,울산,김해,진주등 경남인근지역이 활성화되고있어요....저도 가끔 심야버스를 이용하지만 주로 심야도 대구,진주,부산(사상),울산,대전노선이 크게번창하지요...그래도 최고의 장사라고 볼수있는 노선은 실질적으로 대구,진주,부산 3개도시지요
마산의 터미널이 분산되어있기는 하지만 행선지에 따라 정확히 나눈게 어찌보면 신기할 정돕니다. 저번에 갔을때도 거의가 말씀하신 세 노선 위주로 승차하더군요.
금호,경북,금아 빼고는 다 향토기업이죠... 그리고 합성동은 타는곳과 하차장 떨어져있죠...
어쩐지 하차장이 안 보인다했습니다_-;; 스카이뷰로 보니까 정말 따로 떨어져있네요.
예전 진해에서 군생활 할때 많이 갔던 곳이었는데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러셨군요. 저 동네가 정말 지겨우시겠습니다. ^^;
마산터미널.....예전에 몇 번 가봤던 곳이었죠. 사진 잘봤어요.
예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고속버스 터미널에 서울행이 있는데 굳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서울행이 있을필요가 없지요...ㅡㅡ;;
다른 중소도시들은 원래 시외버스가 서울행 담당했었는데 후에 고속노선이 서울행 끼어든 경우가 많습니다
마산은 정상적으로 보이네요 전혀 놀랄일이 아니져
분명 마산처럼 터미널별로 노선이 분산되는 것이 정상입니다만 대부분의 시외터미널에서도 서울가는 버스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역으로 놀랍다고 표현한 것 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서울행이 존재할 이유는 저도 없다고 봐요.
사진 잘 봤습니다...서울행이 없는 터미널도 있네요...그리고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터미널 심야가 뭐 기본 새벽12시/1시/2시네요ㄷㄷ;
저도 시간표를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심야가 저렇게까지 있는 터미널은 거의 처음 본 것 같아요.
저는 저런 시간표 개인적으로 참 싫어합니다. 부산처럼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이면 전철 이용하듯 잠시 기다렸다 탈만하지만, 울산행 등 30~40분 간격 이라고 적혀있는 시간표는 참 엽기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그 정도 배차간격이면 시각이 정확하게 나와있어야만 차를 타러 맞춰 나올텐데 말이죠. 30~40분이 적은 시간도 아니고 시간이 곧 돈인 요즘시대에 단순히 시간표 타이핑 하는 게 귀찮아서 고객의 시간을 빼앗게 하다니 참 아쉽습니다.
20분 이상 벌어지는 노선은 표기를 해주는게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관리자께서 귀찮으셨나보죠.ㅋㅋ 사진에 올라온게 몇 년 전꺼니 아마 지금은 바뀌었을 수도 있을겁니다.
천일여객 많이 보실수있습니다
그렇군요...^^
시간표는 아직도 그대롭니다....대신 20분 간격이상의 노선 승차홈으로가면 회사관계자분들이 따로 스캔해서 붙여두엇죠...
저도 서울로 자주가는 입장이지만...진주 부산패밀리처럼 마산을 기득권으로 하는회사가 없다보니...그흔한 동서울이나 남서울로 가는차가 단 한편도 없는입장이죠...통합창원에서 서울가는노선만이 고속버스만이 존재하는 몇안되는 도시중하나죠...물론 진해로따지면 남서울행이 있긴있지만요....제가살고있는 고장의 터미널 사진과 평가를 들으니 새롭네요...잘보고 갑니다..
시간표가 아직도 수정이 안 됐다는게 너무 놀랍네요. -_-; 분명 여러 노선에서 배차가 많이 바뀌어 있을텐데 말입니다. 관계자분들이 따로 붙여놀 정도면 다시 수정을 하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요. 마산시외에서 서울가는 노선이 하나도 없기는 하지만, 각각 터미널/버스회사의 역할과 입장을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분산시켜 놓는게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여수는 원래 대한여객 7회, 금호고속 7회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금호만 3회로 감회운행하더군요. 저 시간표 아마 순천은 몰라도 여수행으로는 안맞을겁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만큼 저 시간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게 더 어려운 일이겠습니다. 여수가 감차되었으면 순천도 같이 감차되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을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