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암에 돌아왔습니다
언니가 일어나서 보덕스님이란 분과 통화를 하더니 이분 만나러 나가잡니다
옷을 챙겨입고 통도사 입구에서 스님을 기다립니다
하얀 짚차에서 스님이 부르시네요
"보살님들 통도사 마~이 둘러봤나?"(모두 경상도 억양임다)
그냥 통도사 본당만 둘러봤다니깐 암자들을 구경시켜 주신다네요
차를 타고 통도사 뒤로 돌아가는 여러 암자들을 구경하는데...
후아~~ 장난 아닙니다
이렇게 큰 절인 줄 몰랐습니다
절마다 건축양식도 다르고 모두 특색 있습니다
어떤 암자 옆에는 고추장, 된장- 장만 만드는 곳이 있는데 마치 순창고추장 광고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장독대들이 엄청나게 많고 마치 요새처럼 산에 둘러싸인채로 과실나무랑 연못이랑 엄청나게 많은 부처상들이 있는 곳이 있고
'자장암'이란 곳에서는 그 유명한 '금와보살'도 보았습니다
금와보살은 제 손가락보다도 작은 개구리인데요 여기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에 자장율사라는 분이 참선을 하고 계시는데 우물 안에 개구리 두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더래요
그래서 자장율사가 도력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서 거기에 개구리를 집어넣고는
"1400년 동안 여기서 살아라"라고 하셨대요
그 후로 쭉 1400년 동안이나 그 구멍에서는 모양도 똑같고 크기도 똑같은 개구리가 변하지 않고 나온다는 거예요
물론 그 구멍 안에는 개구리가 먹을 만한 것도 없고 물도 그다지 많지 않답니다
그 개구리를 보려고 10년을 넘게 찾아오는 사람도 있대요 그런데도 못봤답니다
그리고 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한테는 보이는데 어떤 사람한테는 안보이는 경우도 있구요
저희는 그냥 가자마자 바로 보이더라구요
금와보살이 뭔지 몰라서 별 느낌 없었는데 스님께서는 올 때마다 없었는데 처음 봤다면서 막 카메라로 찍고 장난 아닙니다
우리더러 복이 많다네요 오자마자 바로 볼 수 있어서
흐뭇하군요^^
그리고 여기저기 또 다른 암자들을 둘러보는데 비가오고 안개가 낀 가운데 나무숲 사이들을 지나가니 현실세계 같지가 않습니다
전에는 그 일대의 논밭들도 모두 통도사 소유였다고 하네요 그 안에 저수지도 있습니다
너무 넓어서 관리하는 것도 장난 아니었을텐데...
'아리랑'과 '태백산맥'이 생각나는군요(읽어보신 분은 무슨 말인지 아실 듯)
식사대접도 잘 받고 창고처럼 생긴 찻집에 갑니다
밖에서 볼 땐 별론데 안에 들어가니 참 아기자기 하고 잘 꾸며져 있네요
무슨 만화 안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동그랗고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주인 엄마와 외국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이 큰 딸아이
아빠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상당히... 잘 생겼습니다
전에 스님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삭발한 상태인 듯 하고 도예를 하시는군요
찻집에 있는 모든 다기가 그 분이 만드신거랍니다
곳곳에 장난스런 말귀들 (모두 한지에 써서 붙여놨는데 두꺼비 집에는 '두꺼비 하우스', 찻잔이 놓여있는 벽에는 '깨어있는 삶을 위하여' 그리고 곳곳에 뭐라 뭐라 쓰여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동방미인'을 마십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 차를 마시고는 '동방의 미인을 생각나게 하는 차다'해서 '동방미인'이라는군요
스님과 영연언니는 얼마나 차를 많이 마실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저는 배불러서 못먹겠는데 두 포트나 우려드시네요 ^^;
한동안 스님은 그집 딸아이와 노시느라고 정신 없으십니다
영연언니는 차를 즐기고 있고 저는 아까 pc방 왔다갔다 함서 비를 맞아서 그런지 피곤하고 졸립니다
그리고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너무 편해서...ㅡㅡ;
잘먹고 잘자고... 그것도 모두 공짜로...
이렇게 편한 여행을 생각한건 아닙니다만...
2002. 5. 4
[내가 원하는 것]
모기 때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문을 꼭꼭 닫고 자도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나오는 건지 에휴~ 그것도 꼭 제 얼굴만 뭅니다
언니까지 깨워서 새벽 1시 반에 모기잡고 잡니다
그래도... 소용없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깐 환장하겠습니다
옷을 챙겨입고 손전등 단단히 붙잡고 둘이서 칠흙같은 산길을 걸어갑니다
가로등도 없고 안개까지 껴서 정말 한치 앞이 안보이고 물소리만 들립니다
솔직히 속으로 떨고 있습니다
뭐라도 튀어나오면 혼자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이런 속내를 숨기고 언니랑 일부러 우스갯 소리를 해가며 통도사로 향합니다
3시 반이 조금 넘어서 도착해가니 벌써 새벽예불이 시작되었는지 법고소리가 들립니다
저나 언니나 새벽예불은 처음 봅니다
오~~~ 정말 멋있습니다 법고를 치는 스님의 모습
두개를 치는데 작은 것은 혼자 치시고 큰 것은 교대로 두분이서 번갈아가면서 치십니다
오.... 몇번을 말해도 정말 멋있습니다
세바스찬은 법고를 치시는 스님의 펄럭이는 장삼 자락에 넋이 나갔습니다
다음엔 종입니다 법고는 2층에 있고 땅에는 종이 있는데 한분이서 종을 계속 치십니다
데엥~~~~ 엥엥엥엥~~~엥.....
데엥~~~~ 엥엥엥엥~~~엥.....
그렇게 가까이서 종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입니다
몇미터 안되는 거리에서 종을 치니 온몸이 울립니다
구경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을 따라 언니와 대웅전에 갑니다
조용히 신발을 벗고 스님들 뒤로 가서 방석을 깔고 무릎꿇고 앉습니다
제일 앞쪽에 행자스님들이 계시고 제일 뒤쪽 바로 우리 앞에 노스님들이 계십니다
스님들이 아주 길고 낮은 목소리로 외시는데 음악으로 들립니다
물소리와 새소리와 스님들의 명상음악 같은 소리에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모두 잊어버리고 나도 같이 빠져듭니다
다음엔 어느 한 분이 목탁을 치시고 거기에 따라서 절을 합니다
몇번을 치시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하다보니깐 여기에도 박자가 있네요
절도 몇번을 하는지 안세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하다보니깐 자꾸 꾀부리고 싶네요
그러다가 한동안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또다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너무나 고요해서 저는 잠깐 졸았습니다 (ㅡ.ㅡ잠을 못자서...)
그러다가 목탁 치시는 분의 '딱!'소리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스님들이 모두 일어나셔서 차례차례로 나가시네요
끝났나 봅니다 방석을 잘 개어두고 나옵니다
영연언니가 우물에서(아시죠? 절에서 동그랗게 파인 돌에서 물 나오잖아요) 생수병에 물을 떠가려는데 장삼을 입으신 스님께서 물을 뜨고 계십니다
그러다가 행자스님들 여섯분이서 줄맞춰 오시더니 앞에 문(사대천왕이 계시는 곳)에 대고 고개 바짝 숙여 인사하고 다시 줄 맞춰서 숙소로 돌아갑니다
아주 군기(?)가 바짝 들었습니다
관음암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꼭 모기향을 사리라 다짐하며 피튀기는 전쟁을 벌인 후(모기가 통통한 것이 손으로 짝 치면 엄청 터집니다-다 제겁니다) 1시간 동안 단잠을 잡니다
6시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부처님 오신날' 일좀 도와주라고 하십니다
그냥 말씀하시는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십니다
다른 사람들 있으면 좀 데려와서 일 좀 도와달라고
연등을 팔아야 하는데 사람이 모자란다고 하시네요
새벽부터 신청자를 접수해야 해서 전날 와서 자야합니다
언니는 바로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정에서 혹시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 탓입니다
한달 일정에서 좀더 넘을지도 모르는데 이틀은 많이 할애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목표가 우선인지, 지금 앞에 계신 좋은 분들이 먼저인지... 아니 과연 내 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단은 그날까지 며칠 남았으므로 저의 대답은 보류하기로 합니다
짐을 싸고 있는데 스님께서 "우리 보살님들 뭐 바쁜 일 있나?" 하십니다
ㅠ.ㅠ 어쩌지...
언니가 "아, 아니요...." 하니까
"그러면 한 이틀 푹~ 쉬면서 연등 좀 만들고 가라" 하십니다
어제 한지가 모자라서 다 못만들었답니다
그래 다시 가방을 놓아두고 앉아있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연등 재료 사러 나가시는데 따라가기로 합니다
큰 불교재료상을 찾아 부산까지 갑니다
할아버지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언니랑 저랑 정신없이 잡니다
불교재료 파는 가게 도착
꼭 불교재료를 사러 오지 않더라도 한번 가볼만한 곳입니다
핸드폰 줄, 팔찌, 장신구-그다지 불교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참 예쁘고 종류도 여러가지입니다
2층에는 정말 귀한 물건들이 많네요
모두 부처님상이나 탑, 마애불상등 공예품들입니다
어디 전시장에서나 보던 것을 여기서 한꺼번에 봅니다
3층까지 있는데 거기는 시간이 없어서 못봤습니다
할머니만 돌아보고 오셨는데 입을 다물질 못하시네요
불교관련 그림이랑 다기 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굉장하답니다
으.... 보고 올껄...
유감스럽게도 그 가게에 한지가 아직 안들어와서 다른 곳을 찾아갑니다
'부다가야'란 가게입니다
부다가야...다시 가고 싶습니다
인도에 있습니다 각 나라의 절들이 모여있죠
우리나라 절도 있습니다 '고려사'라고 그곳 스님 참 맑으십니다
그때 스님이 참 많은 좋은 얘기 해주셨는데 제가 그만 꾸벅꾸벅 졸아서...옆에 사람이 제 무릎 꼬집어 줬는데도 소용 없었습니다 ㅜ.ㅜ
다시 '부다가야'로 돌아와서...
여기는 한지가 있답니다
저는 책을 보고 있다가(괜찮은 책도 많습니다) 수첩크기만한 '산에는 꽃이 피네' 법정스님 책을 골랐습니다
안그래도 책 한권 살까 했는데 무게가 부담시러버서...
언니한테 맡겨놓고 화장실을 갔다왔는데 언니가 선물이라면서 줍니다
아하하 기분이 좋습니다 선물도 받고 *^^*
차안에서 정신없이 자고 어느새 다시 관음암 도착
연등을 만듭니다 오늘의 목표는 150개!
어제 한 일이라 손에 익어서 빠릅니다
단순노동입니다
언니는 풀붙여서 한지 떼내고 저는 받아서 철사뼈대에 붙이고 이제는 삐뚤어지지도 않고 바로바로 붙여집니다
하면서 점점...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이제 시작한지 며칠 안됐는데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모두모두 잘해 주시고 밥도 잘먹고 따뜻한 방안에서 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엄청난 숙제를 밀려두고 놀고있는 아이 같습니다
한참 붙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우리나이를 물어보십니다
들으시더니... 옆에 계신 공양보살(절에서 식사를 담당하시는 분) 아주머니랑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할아버지 : "시집은 꼭 가야한데이, 안그라모 부모들이 제 할 일을 못하고 떠나는 것 같아 속탄다말이다!"
아주머니 : "아이다~ 이리 좋은 세상에 뭐하러 가노! 능력있음 안가도 된다!"
계속 같은 소리로 치고 받고 하시는데 끝날 줄을 모릅니다
언니랑 저는 그냥 조용히 풀붙이고 있습니다 ㅡ.ㅡ;
할머니가 "그러다가 싸우겠다!" 한마디 하시고는 끝이 났습니다
에휴~~ 할아버지 어제만 해도 "그래그래 젊었을 때 이리 돌아다녀야지 결혼은 나중에 해도 된다"하시더니...
4시에야 연등 만드는 게 끝이 납니다
아무래도 답답해서 안되겠습니다
언니를 졸라 버스를 타고 다시 구포까지 갑니다
버스타고 가면서도 둘다 얼마나 정신없이 졸았던지 앞자리 세바스찬 뒷자리 언니
교대로 창문에 머리 쿵쿵 박아가며 어깨 부딪히고 종점에서 아저씨가 다왔다고 말해줘서 내립니다
5시 45분- 왔던 지점에서 다시 출발
목표는 부산 지하철의 종착역인 '호포'까지입니다
구포 시장을 지나갑니다
훔~~ 달콤한 과일향기로 코가 행복합니다
수박, 딸기, 참외... 양도 많고 값도 쌉니다
아... 침이... ㅠ.ㅠ 사면 또 짐입니다
가다가 어느 고깃집 메뉴에 '밀면'이 보입니다
언니가 "부산에 오면 밀면을 먹어보랬는데..."합니다
"언니, 밀면이 뭐야?" "어? 나도 몰라"
배고픈 참에 한번 먹어보기로 합니다
뜨거운 거면 한그릇에 밥한공기 추가, 차가운 거면 두그릇 시키기로 합니다
(돈 한푼 한푼이 아쉬운 상태라...)
차가운 거랩니다 두그릇입니다
나왔습니다 냉면과 비슷한데 면이 하얗게 생겼고 양념은 냉면과 비슷합니다
맛이 좀 다르군요 냉면보다 덜 자극적이고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쫄깃쫄깃!
영연언니 진짜 잘 먹네요 면좀 잘라서 먹지...
큰 배낭이 없어서 산책하는 것 같습니다
밤이라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서 시원하고 좋기는 한데 참 위험합니다
여전히 덤프트럭들은 지정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것 같구요
걷는 중간에 갓길이 풀로 덮여서 없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왠만하면 밤에 가지 말아야겠습니다
호포에 다 와가는데 이 곳은 장어로 유명한 곳인가봅니다
곳곳에 장어 음식점들이 있고 장어마을로 지정된 곳도 있습니다
장어 징그럽던데... 피부미용에는 좋다하네요
걸으면서 지하철역들을 많이 지나치게 되는데...
부산의 지하철역들은 왜그렇게 큰지 왠만한 기차역보다 3배, 4배는 큰 것 같습니다
모두 새 건물이고 멋지게 지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크게 지었는지 궁금하군요
8시 40분 호포역 도착
오늘은 가볍게(?) 10km 걸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양산으로 갑니다
부산에 묻혀서인지 언니나 저나 양산은 이번에 처음 안 곳입니다
그래도 '양산시'라 있을건 다 있습니다
양산에서 언니는 양말을 사고 저는 '정말로 오늘만큼은' 주먹쥐고 약국으로 갑니다
"모기향 주세요!"
이놈의 모기들~~~~ 니네 다 주거쓰!!!!
언니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고 저는 피로회복제(약간 달콤하고 쓴 보약냄새나는)를 마십니다
매일 보약 먹습니다 ^^ 백숙, 당귀, 피로회복제...
다시 통도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관음암 도착
'오늘만큼은!' 맘먹고 모기향 피웁니다
모기들이 흐물흐물거리는 걸 보니 "이것들~~~ 음하하하하!!!"
아~~ 통쾌해!!! 그중에 한마리를 때려잡으니 정말 피튀기는군요
다~~ 제 겁니다
살벌한 밤이 지나갑니다....
2002. 5. 5
[떠나기]
간밤에 정말로 잘잤습니다
이제는 저절로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눈이 딱 떠집니다
스님들께 두손으로 합장하는 것도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고 왠지 길에서 스님만 지나가도 인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스님이 "보살님들~ 뭐 급한 일 있나?" 하십니다
오늘만큼은 정말로 떠나기로 작정하고 있던터라
영연언니가 대답을 못하고 있길래 제가 "저희 일정이 많이 늦어졌거든요" 합니다
짐을 싸고 인사를 드립니다 공양보살 아주머니께서 길가다 먹으라고 바나나 한다발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드리고 법당에서 그동안 우리 잘 기거할 수 있게 해주신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나옵니다
관음암을 나와서 걷고 있는데 언니가 울상이네요
아주머니가 주신 바나나 한다발을 배낭에 넣으니 무게가 장난 아니랍니다
그래 둘이 바나나 하나씩 먹고 걷기 시작합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호포까지 갑니다
아~~ 오늘은 날씨도 좋습니다
바람도 시원시원 걷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걷다가 너무나 달콤한 향기에 옆을 보니 아카시아 나무가 향기를 뽐내고 있네요
저는 아카시아가 참 좋습니다
어렸을 때 산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두집이 'ㄱ'자로 붙어있는 한옥집이었습니다
어느날엔가 옆집 영희랑(동생은 영수입니다^^) 놀고 있는데 아카시아 향기가 너무나 달콤한 겁니다
영희랑 아카시아 잎을 몇개 따먹다가 영희가 부엌에서 대접을 가지고 와서 아카시아 잎을 많이 따다가 담은 다음에 물에 말아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
1시간 정도 걸었나... '양산'입니다
양산에 들어간 김에 등산전문점에 들러서 언니 배낭방수커버를 샀습니다
등산 전문점... 너무나 사고 싶은게 많습니다
땀흡수도 잘되고 통풍도 잘되는 남방이랑 모자도 사고 싶고
발에 충격을 덜어주는 좋은 등산화도 사고 싶고
어깨에 쿠션감 좋은 배낭도 사고 싶고... 모두 그림의 떡입니다
물건이 좋은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제 알바비 '몇분의 몇' 중얼중얼 해가면서 만지작거리다가만 나옵니다
아침을 일찍 먹어서 12시도 안됐는데 배가 고픕니다
어제 먹었던 '밀면'생각에 밀면집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밀면 전문점 '사철밀면'입니다
오... 전문점이라 역시 다릅니다 가게는 좀 허름한데..
어제 그 식당보다 양도 많고 좀 맵긴 하지만 양념도 다르고 주인 아줌마 아저씨도 친절합니다
정말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
면도 더 부드럽고 쫄깃하고... 아~~ 후루룩 후루룩~~ 새콤달콤
언니는 밀면가게를 하나 차릴까 중얼대면서 국물도 안남깁니다
주인아저씨께 물어보니 밀면은 '밀냉면'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랍니다
밀로 만들었는데 어찌 이리 면이 쫄깃쫄깃할꼬~~~
그래서 인지 가격도 냉면보다 조금 저렴합니다
한참동안 정비공장이 이어지다가 '롯데'과자 공장이 나옵니다
당장 들어가서 '선물셋트(아시죠?^^)'사고 싶습니다
어렸을때 명절에 어른들이 이거 하나 들고 오심 '왔따'입니다
'도륜대휴게실'에 들러서 커피 한잔-아주머니 인상도 좋으시면서 참 친절하십니다
지친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는 저절로 힘을 나게 합니다
3시 40분 길에서 우연히 '보덕스님'을 만납니다
뭐.. 길이 35번 국도 하나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영연언니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스님과 한참 대화- 속가로 친동생이신 분이 경주 가는 길에 있는 절에 스님으로 계시답니다 내일 숙소 결정됐습니다 ^^
다시 걷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 아니고 '오토바이의 날'인가 봅니다
아까부터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부아아앙~~~~"
한두놈(?)이 아닙니다 옆에서 그렇게 가면 불안하기도 하고 소리가 너무 커서 불쾌합니다
근데 아까 간 놈이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 황당합니다
뭐하는 놈이시길래 저렇게 시끄럽게 돌아다니나 하구요
통도사에 근접해 가는데 이번엔 줄 맞춰서 오토바이가 뒤에 어린이들을 한명씩 태우고 갑니다
맨 뒤에 승합차에 달린 현수막에 '주최 : 장애인 협회 협찬 : 모토 이글스'라고 씌어 있습니다
어린이 날이라서 오토바이를 못타본 장애 어린이 들을 위한 행사인가 봅니다
같은 것을 가지고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좋은 것이 되기도 하고 불쾌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통도사... 지나칩니다
조금 있다가 외국영화에 나오는 뚱뚱한 갱같은 백인들이 머리에 띠두르고 오토바이 타고 지나갑니다
오늘은 정말 '오토바이의 날'입니다
5시 10분 '울산광역시'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 드디어 부산권에서 벗어납니다
멋진 산을 옆에 끼고 7시 15분 목적지인 '언양'에 도착
오늘은 34km 걸었습니다 조급함에 약간 무리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샤워를 한번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4시간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는데 버스를 타고 나가야 있다는군요
돈 조금 보태서 여관으로 가기로 합니다
터미널 주변은 많긴 하지만 같은 가격에 시설이 후지지 않을까 생각하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돌아다닙니다
교회 바로 옆에 모텔이 있습니다 ㅡㅡ;
3만원... 절대 안 깎아 줍니다
한바퀴 돌아서 옆골목... 저기 앞에 궁전장
2만 5천원... 아주머니 인상이... 말만 잘하면 깎아줄 것 같습니다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어쩌구 저쩌구..."
아주머니... 우리를 번갈아 보시더니 미성년자 아니냐면서 신분증을 보잡니다
영연언니 입이 귀에 걸립니다 둘다 흐뭇흐뭇~~ 음흠흠...
2만원 낙찰
냅다 키 받아서 방에 들어가서 좋아서 소리지르고 방바닥에 쓰러집니다
걷는건지 기는건지 어기적어기적 욕실에 들어가서 개운하게 씻고 나옵니다
언니는 그동안에 TV가 고팠는지 조금 있으면 TV에 구멍 뚫리게 생겼습니다
저는 TV를 못봐서(컴퓨터만 있습니다) 이채널 저채널 드라마가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언니가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얘네가 출생의 비밀이... 이 남자는 나쁜 놈, 저 남자는 부잣집에 어쩌구... 여자는 싫다는데..."
역시 뻔한 스토리인데 저나 언니나 넋놓구 봅니다
10시 26분 잘 나오던 TV가 갑자기 꺼지더니 화면 조정으로 바뀝니다
"뭐지?"
오.... 말로만 듣던 여관버젼 심야방송입니다
두근두근... 뭐가 나올까...
'에너벨 청 스토리'입니다
많이 틀었는지 화질이 안좋군요 테입 좀 바꾸라고 해야겠습니다 ㅡㅡ;
피곤해서 초반 조금 보다 말았는데(안 피곤했음 다 보고 잤을겝니다)
그저 문화의 차이를 실감할 뿐입니다
울나라에서 절대 그런 이벤트가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신비의 명약 '맨소래담'을 닮은 냄새가 안나는 파스로션(맨소래담 보다 조금 비쌉니다)을 바르고 잡니다
첫댓글 밀면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