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안정에다 경제성장까지 겹쳐 마냥 잘 나가고 있는 중국 대륙이 또다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번에는 여자배구 국가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일본에서 막을 내린 여자 월드컵 배구대회에서 11전 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1986년 체코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17년만의 쾌거다.
중국 신문은 16일자 기사에서 ‘장하다, 우리 딸들’이라는 제목 등으로 지면을 도배한 데 이어 17일자에서는 이들이 개선하는 장면을 크게 싣고 ‘이제는 (2004년 올림픽이 열리는) 아테네’라는 제목으로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중국이 여자배구의 세계 정상 등극에 흥분하는 까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대회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 TV로 생중계를 보던 베이징대학 학생들은 중국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여자배구 만세, 조국 만세’를 소리높여 외친 데서 보듯이 여자배구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베이징청년보’는 사설에서 여자배구 우승을 2008년 올림픽 유치 성공,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어 또하나의 스포츠 쾌거로 받아들이면서 “사스와의 승리에서부터 사상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이번 여자배구의 세계 정상 등극에서 다시 한번 ‘하면 된다’는 믿음을 굳히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듯이 스포츠만큼 국가와 민족을 강하게 단결시키는 수단은 없다. 56개 민족, 13억의 인구를 하나로 뭉치는 데는 이번 여자배구 우승처럼 확실한 계기가 필요하다. 다만 경사가 겹치면서 중국 대륙에서 민족주의 물결이 용솟음치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중국의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는 ‘양날의 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이것이 우리에게 위험스럽고 위협적인 대목은 없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