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원 문
대한불교조계종 백운암 상도선원 선원장 미산 지음
부처님이시여,
당신은 2551년전 어둠과 질곡으로 덮여있는 이 세상에 한줄기 밝은 빛으로 오셨습니다. 그 빛은 어둠을 걷고 사물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지혜의 눈을 열어주는 법의 등불, 성스러운 광명입니다.
오늘 저녁 부처님 오심을 봉축하기 위해 불자들이 대한불교조계종 백운암 상도선원에 함께 모여 점등법회를 갖고 있습니다. 점등법회를 마련한 이유는 부처님께서 남기고 가신 법의 등불을 밝히고자 함입니다.
저희들은 오늘 등불을 밝히면서 부처님의 과거 연등불 시절, 한 가난한 여인의 ‘貧者의 一燈’을 기억합니다. 자신의 머리카락 밖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그 여인의 정성이, 다른 불은 다 꺼져도 오직 그 여인이 켠 등불만은 거친 바람을 견디어 내며 불타고 있었던 그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저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당신이 이 땅에 오셨던 과거 2551년 전의 그 세상보다 더 혼탁하고 어두우며, 갈등과 분열과 대립으로 위태롭습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변화의 질풍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채, 저희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차 생각할 겨를 없이 떠밀려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희들은 지금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빛과 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어둠을 밝음으로, 분열을 화합으로, 여럿을 하나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빛과 힘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임을 굳게 믿습니다. 나 자신이 나의 주인이고 곧 부처임을 깨닫고 남을 통해 내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나를 통해 남들의 행복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나와 남이 하나임을 느끼는 自他一體의 行을 통해서 만이, 바로 이 혼탁한 무명의 세계를 밝히고 청정히 하는 길임을 오늘 당신 오심을 맞이하여 다시 마음속에 깊게 되새겨 봅니다.
그리하여
착한 이에게 祝福의 燈을,
고마운 이에게 感謝의 燈을,
사랑하는 이에게 愛情의 燈을,
병고에 시달리는 이에게 快愉의 燈을,
불교를 모르는 이에게 因然의 燈을,
그리고 북한 동포들에게 民族 돕기의 燈을,
해외 난민들에게 救護의 燈을,
스님들에게 公敬의 燈을,
청소년들에게 布敎의 燈을,
일체 선조들에게 往生의 등을 밝히겠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조금씩이나마 거두어야 할 어둠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 진 그늘, 그리고 이 시대와 이 사회의 어느 한 구석에라도 어두움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벗겨내야 할 어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웃을 생각하며,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위해 자비의 등을 밝혀 同體大悲의 精神을 일깨우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현실 속에 부처님 가르침을 깊이 새긴 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뜻을 깨닫도록, 어둠을 돌이켜 진리의 빛을 향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작은 마음 아름답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51년 사월 초파일
대한불교조계종 백운암 상도선원 사부대중 일동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