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주인은 펭귄인가봐요
- 한정기 동화 작가의 남극에서 온 편지 <3>여름 동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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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델 해표가 바닷가 자갈밭에서 달콤한 휴식에 빠졌다. 몸길이 3m, 몸무게 400㎏의 큰 덩치이지만, 해표 중에서 가장 성격이 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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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조선일보 애독자 여러분은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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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친구들이 펭귄을 첫손가락에 꼽을 겁니다. 펭귄을 만나려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야 하죠. 남극에서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펭귄을 만날 수 있어요. 펭귄뿐만이 아니라 웨들 해표와 코끼리 해표, 세종기지 근처까지 놀러 나온 크랩이터 해표까지 만날 수 있었답니다. 크랩이터 해표는 가까이 다가가 몸까지 만져봤는데, 얼마나 따뜻한지 깜짝 놀랐답니다. 바닷가에 밀려온 얼음 위에서 쿨쿨 자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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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황제펭귄과 조금 작은 임금펭귄은 남극대륙에서 많이 산대요. 하지만 세종기지까지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답니다.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에는 몸집이 작고 귀여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친스트랩펭귄)이 주로 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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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투펭귄은 알을 품는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엉덩이를 내밀고 똥을 내갈겨 둥지 주변이 온통 똥으로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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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 근처에는 펭귄들의 집단 서식지가 있는데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펭귄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펭귄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45도 정도 되는 비탈길인데 아직까지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어요. 눈 쌓인 비탈길은 사람도 오르기 힘든데 ‘숏 다리’ 펭귄이 어찌나 잘 올라가는지 깜짝 놀랐답니다. 펭귄마을에 도착하니 제일먼저 반겨준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똥냄새였답니다. 펭귄들이 크릴을 잡아먹고 갈겨놓은 똥이 얼마나 질척거리는지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똥바가지를 덮어쓸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귀여운 펭귄을 만나보니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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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젠투펭귄은 벌써 짝짓기를 끝내고 알을 낳아 품고 있었고, 귀여운 턱끈펭귄은 마음에 드는 짝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목을 길게 빼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대느라 목이 쉴 지경이더군요. 펭귄은 근처의 자잘한 돌을 물어다 둥지를 짓는데 돌이 없을 때는 바닷가까지 내려가 구해온답니다. 그런데 간혹 남의 둥지에 있는 돌을 훔쳐가다 주인에게 혼이 나는 얌체펭귄도 있다고 합니다. 일단 알을 품기 시작하면 펭귄은 꼼짝도 않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둥지에서 엉덩이만 내밀고 똥을 내갈기기 때문에 둥지를 빙 돌아가면서 똥이 쌓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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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펭귄은 참 순한 펭귄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꼼짝 않고 알을 품고 있었는데, 너무 가까이 가면 놀라 알을 버리고 도망을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젠투펭귄보다 조금 더 작은 턱끈펭귄은 아주 사나운 편이랍니다. 알을 품고 있을 때 사람이 가까이 가면 막 쪼아대며 공격을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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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마을까지 가는 길에는 자이안트 페트랠이라는 커다란 새가 자잘한 돌로 둥지를 만들어놓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꿈쩍도 않더군요. 여름이라지만 우리나라의 겨울보다 더 춥고 혹독한 날씬데도 꼼짝도 않고 알을 품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엄숙하고 위대한 자연의 이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똑같은 생명체로 이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친구라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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