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년의 추억-여울 낚시
영천에서 북쪽으로 약 30km를 가면 화북면이며 화북면 일대와 청송군 현서면 경계에 큰 산이 있으니 보현산라 이름한다.높이는 해발 1,124m인 시루봉이 최고봉이며 태백산맥 말단부를 구성하는 산이다.
남동쪽으로 중앙산맥(中央山脈)이 남서쪽으로 팔공산맥(八公山脈)이 분기한다. 보현천과 화북천이 북쪽과 남쪽 비탈면에서 각각 발원하며 정상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천문대가 있다.
이 산은 불교 성지다. 산이름이 보현(普賢)이라함은 부처님의 시위보살로서 자비의 화신인 '보현보살'에서 유래한 것이며, 그 산 아래 동네의 이름 또한 정각(正覺)이니 바로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더 이상 위가 없는 바른 깨달음)이며 이 산에서 발원된 화북천이 감돌아 나가면서 만든 큰 마을인 자천(慈川)은 부처님의 자비가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법화(法華)는 부처님의 진리를 의미하는 연꽃을 상징하며 옛날 '법화사'라는 가대한 사찰이 있었는데 몽골의 침입으로 불에 탔다 전해진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영천시 오미동이다. 아마도 마을이 형성된 것은 일제가 만든 신작로인 제35번 국도변에 위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한 두집이 살면서 부락을 만든듯하다. 해서 이 동네엔 이른바 전통은 존재하지 않으며 잡다한 성씨들이 혼재된 그저그런 동네다.
영천 도심에서는 거리가 약3km남짓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그러나 전형적인 농촌 그것도 가난하기 짝이 없는 동네다. 마을 앞에는 비교적 넓고 평탄한 들판이 펼쳐지고 서쪽으로 약1km정도의 거리에 앞서 말한 화북천의 다른 이름인 고현천(古縣川)이 흐른다. 집에서 서쪽으로 약5~600m지점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옛 이름(지금은 폐교)이 영북초등학교이다.
본래 나에겐 형이 있었지만 어릴적 나와 같이 공기돌(짜구)을 주우러 도로에 나갔다가 트럭에 치여 요절하였으니 그때 나이가 불과 일곱살이었다. 그리고 아래에 동생이 하나 있어 우리 형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우애가 깊었었다. 특히 나와 동생은 여러가지 놀이 중에 물고기 잡는 것을 좋아하였다.
웅덩이를 보면 싸리 소쿠리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고기를 잡았고, 저수지에서는 낚시로, 그리고 강(고현천)에서는 여울낚시(피래미 낚시)가 주종이었다. 고기 잡이는 계절도 가리지 않아 겨울이면 곰방매나 헤머를 이용한 얼음치기도 즐겨 하였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낮에는 밭이나 들에 나가 부모님의 농삿일을 거들다가 저녁무렵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 우리들을 불러 '야(얘)들아 걸(개울)에 가가(가서) 괴기(물고기) 잡어온나(잡아오너라)'고 하신다.
당시의 고현천은 정말 깨끗하였다. 수정처럼 맑은 물엔 피래미 갈견이 버들치 쉬리 참피리 모래무지 꺽지 등이 지천이었고 개울 가 물이 흐르지 않는 여뀌 숲 속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징거미도 많았었다. 돌 밑에는 손만 넣어도 꺽지나 빠가사리 등이 쉽사리 잡힐 정도로 개체 수도 많고 수량도 대단하였다.
그리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낚싯대는 재질이 천연 대나무이다. 대나무가 없는동네인지라 우리들은 바람이 부는 날을 골라 저녁무렵 인근 마을의 대나무 밭을 습격하여 집에 가져와서 깨끗하게 손질 한 후 굽고 휘어진 부분에 대하여 뒤꼍 공터에 뉘여두고 그 위에 돌을 눌러 바르게 만들었다.
그러면 우리 형제는 기다렸다는 듯 그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먼 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낚시를 드리운다. 미끼는 돌 벌레인데 납작한 돌 벌레들을 잡아 팔 안쪽에다 붙여두고 그것을 미늘이 없는 피래미 낚시바늘에 끼운 후 흐르는 여울 속에 낚싯대를 드리우곤 팔을 아래로 늘어뜨려 앞뒤로 흔들다보면 묵직한 느낌의 입질을 느낀다.
그러면 재빨리 낚싯대를 치켜들고 빙빙 돌리면서 옆구리에 찬 주전자 속에다 고기를 넣는데, 잡은 고기의 절반이상은 놓치기 일쑤다. 그렇게 하기를 시간여 하다보면 어느듯 사위는 어두워오는데, 우리 형제들은 집에서 기다리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바쁘게 귀가한다.
불교를 신봉하시는 그분께서는 살생은 달가워 하지 않으면서도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고기들을 어두운 눈으로 깨끗하게 장만하여 끊여 주시던 그 천하일미의 조림이여.
이제는 그분도 안계시고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 빛나던 개울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은모래 대신 퀴퀴한 흙과 잡초로 뒤엉킨 냄새나는 더러운 개울만이 있을 뿐
여름밤의 추억 강 메기 낚시
영천은 강물이 크게 두 줄기가 된다. 하나는 시 소재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남천(南川)으로 자호천과 고경천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져 조양각 앞을 지난다. 또 하나는 시 소재지의 서쪽 외곽을 남북으로 북천(北川)으로 보현산에서 발원한 고현천과 팔공산의 동북쪽 등지에서 발원한 신녕천이 쌍계(雙溪)마을 앞에서 합쳐져 오수동에서 합류하여 비로소 금호강(琴湖江)을 만든다.
쌍계 마을 앞의 개울은 보를 막아 영천시의 상수원으로 활용하는데, 고현천과 신녕천이 합류되기 직전의 신녕천 쪽은 영천시 서부동 삼산마을 밑은 메기가 많이 서식하기로 유명하다. 메기는 보통 비늘이 없고 수염이 나 있으며 육식어종이고 야행성이다.
일반적으로 강에서 서식하는 메기는 몸집이 작은 일명 돌메기와 몸집이 큰 구멍메기로 나뉘는데 낚시 대상어종은 몸집이 큰 구멍메기다. 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가을까지가 낚시를 하는 기간이며, 시간은 저녁 해질 무렵부터 밤12시 전후가 좋다.
미끼는 미꾸라지와 같은 살아 있는 생미끼나 특히 참깻잎을 먹는 깨벌레가 특효지만 요즘은 구하기도 쉽지않다. 낚싯대는 민물용 릴대면 족하고 포획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두대 보다는 여러대가 유리하다. 채비는 5호~6호 정도의 모노필라맨트(나일론줄)에 유동바늘채비를 하고 굵은 바늘(농어바늘)을 약 한뼘 정도 묶어 세개 정도를 묶는데 유동추 아래에다 도래를 장착하여 하나의 낚시를 묶고 두개는 적정한 간격으로 유통추 윗부분에 묶으면 되겠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28번 국도를 타고 가다 화룡동 다리를 건너자 마자 좌측으로 내려가면 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조금 더 가면 더 이상 자동차가 진입 할 수 없는 위치에서 자동차를 세우고 장비들을 내린다. 수원지 에서 신녕천으로 가면 자그마한 보살이 나오는데 강변 과수원 남쪽 끝단에 자리를 잡는다.
낚싯대를 펴고 미끼로 준비한 미꾸라지를 상하지 않게 꼬리 부분을 꿰어건너 절벽을 행해 힘껏 던진 후 낚시채비가 바닥에 앉는 시간을 기다렸다 조심스레 릴을 감아 받침대에 세운다. 물론 낚싯대의 끝단에는 형광빛을 내는 캐미컬라이트를 붙인다.
훈훈한 바람을 느끼면서 해진 후의 고즈녁한 강변의 정취를 즐기노라면 어느새 캐미컬라이트를 부착한 릴대의 끝이 까딱까딱하다가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지면 기대와 함께 힘께 릴대를 뒤로 채면서 릴을 감기 시작한다. 손끝에 느껴지는 강한 고기의 앙탈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고기를 응시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이곳의 메기 가운데 큰놈은 거의 어른들의 허벅지 만하다.
특히 포인트로 하는 강 건너 절벽쪽은 인적이 드문데다 강바닥에 돌들이 듬성듬성 산재되어 대형 메기의 서식지로서는 최적이다. 신기하게도 초저녁부터 밤11시 까지는 입질이 활발한데 심야인 12시가 넘어가면 입질이 뜸하다가 새벽이면 아예 입질이 끊긴다. 아마도 야행성이면서도 초저녁에만 먹이 활동을 하는듯 하다. 많이 잡을 일은 없다. 그저 얼마간 놀다가 몇 마리의 메기를 잡으면 그뿐이니까
이렇게 놀기 삼아 잡은 몇 마리의 메기를 집으로 가져와 물통에 집어넣고 해금을 뺀 후 깨끗하게 장만하여 요리를 하는데 주로 매운탕을 많이 한다. 한가지 주의 할 것은 암컷 메기는 파란 녹색의 대형 알을 배고 있는 경우엔 알을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 독성이 있는 모양이니.
그간 확인해 본 바 영천지역은 야생의 메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리하여 전기나 약물등의 남획만 없다면 많은 개체수가 최적의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 싶다.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엔 사람도 살 수 없다. 우리들은 자연의 수혜를 받고자 한다면 먼저 자연의 귀중함을 인식하고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도리를 깨달아야 하겠다. 생명수가 흐르는 강에서 물고기가 지천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은가?
수많은 어류가 살고 있는 감과 바다. 이 강과 바다야 말로 지구 표면적의 약70%를 덮고 있는 물이 저장되어 곳이다. 내가 즐겨보는 다큐프로그램을 보면 맨 처음 생명체를 잉태한 곳이 바다라 들었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요 고향이다.
영천시 소재지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제35번 국도를 따라서 약10km정도를 가면 나오는 동네가 영천시 화남면 선천리(선관마을)다. 마을 앞에 펼쳐진 들판(폭이 약500m~1,000m정도)을 가운데로 국도가 가로지르고, 건너 백학산 바로 밑에는 보현산에서 발원한 고현천(양강)이 감돌아 흐르는 배산임수의 길지요 대단히 아름다운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이 곳은 조선초기 계유정난 때 이 곳으로 옮겨 온 양효지의 후손들이 집성하여 사는 천주 양씨들의 동성부락(同姓部落)인데, 생활은 주로 쌀과 보리를 생산하는 주곡농업과(수도작) 과수가 전부다. 참고로 양효지를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덕강서원(德岡書院)은 이 곳에서 서쪽으로 약2km정도 떨어진 화산면 화산리에 있다.
이 마을은 뒤쪽으로 기룡산에서 발원한 산이 흘러와 멈춘 곳으로 마을은 야트막한 산록에 위치한다. 마을이 끝 나는 곳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산 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속칭 '햇골 못'이 나온다. 지난70년대 초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하여 농촌마다 일어난 논 개간 사업의 일환으로 이 햇골저수지는 마을 위 쪽 고현천을 가로지른 보에서 물을 취수하여 양수기로 물을 공급받는 양수못이다.
그래서인지 일년내내 물이 마르지 않은데다 간혹 강물고기가 유입되어 비교적 다양한 수상 생태를 유지하는 편이다.
나는 부산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인데 부산은 해양도시라서 그곳에서 공격적인 어종의 낚시를 배웠다. 성격 또한 별난 구석이 있어서인지 민물에서도 공격적인 어종을 낚아 보고픈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선택한 것이 가물치 낚시다.
가물치 낚시의 경우 지금은 모의미끼인 스푼이나 웜 등 소위 루어낚시가 보편이며 반면 살아 있는 실제 미끼인 생미끼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 때는 보다 효과적인 생미끼가 좋은 듯하여 나의 경우는 현지에서 일반 낚시로 파라미나 붕어 등을 낚아 그것을 직접 가물치 미끼로 사용하였다.
햇골 저수지는 대형 가물치가 많이 서식하였다. 그것은 얼마간의 수초대가 형성 된데다 많은 개체의 어지원이 가물치를 성행하게 한 것 같다. 사용하는 낚싯대는 바다용 원투(遠投)대. 즉 길이가 약6.3m에 달하는 것으로 바다에서는 백사장 등에서 사용하는 장비다. 재질은 당시로서는 귀한 혼카본(카본100%)으로 두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 낚싯대의 특징은 긴데다 끝이 비교적 연하여 끝 보기로 낚시를 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낮(가물치 낚시는 기본적으로 대낮에 한다. 여름이면 이 놈들은 수면의 표층을 유영하면서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를 취이하기 때문임) 못의 상류에 앉아서 채비를 던진다. 미끼는 피래미. 던진 지 한시간도 안됐는데 낚싯대 끝이 약1cm정도로 까딱인다. 잠시의 긴장된 기다림 끝에 낚싯대를 들이 채는데 어라! 낚싯대가 의외로 가볍다. 고기를 놓쳤나 싶어 서서히 릴을 감는데 갑자기 엄청난 반동이 온다. 꾀 많은 놈이 바늘털이를 위해 앞으로 미리 전진했던 것이다. 만일 그때 릴를 제대로 감지 않았다면 놈은 바늘털이에 성공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낚은 놈은 길이가 약70cm에 최소 3kg이상의 대물이다. 다시 낚시를 채비하여 던져 놓으니 역시 10분도 안돼서 입질이 온다. 또 한마리를 낚는다. 여기서 참고 할 사항은 대형 어종일수록 의외로 입질이 미미하고 꾀가 많다는 것을.
두번째 놈은 먼젓번 보다 길고 크다. 약5kg에 육박하는 초대형이다. 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 고기를 갈무리하여 나오는데 젊은 부부가 건너편에서 낚시를 하던 중 나를 보고는 곧 산모가 되니 산후 보신용으로 팔으란다. 명색 낚싯꾼이 어부와는 달라야 하기에 그냥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 흘리며 귀가하였더니 아내는 비린내 난다고 다른 사람에게 주란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사람들한테 다 줄걸. 그러나 바로 소방서로 가서 주었더니 즉시 회로 만들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 왔다.
첫댓글 이양반도 걸어온길이 우리랑 별반 다를게없구만!
글이 눈에 쏘~~~옥 들어 오는걸보니...
봉굴덤도 4대강 정비사업땜에 다 묻혓뿟다.
고향서 메기낚시는 이제 어디가서하지....
아숩다..쩝!
이명바기 나뿐 늠 우리 메기를 돌려 달라!!!
대신에 꺽지 메운탕 끓여 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