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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World Congress(MWC)!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는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린다. 내로라하는 통신, 휴대폰 관련 업체들의 신제품과 기술 수준, 사업전략을 가늠하는 자리로, 참여하는 기업마다 혁신 제품을 대거 선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열린 MWC도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 개발한 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였는데, 이 중 한국의 중소기업이 전 세계 바이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립감 하며 패턴 하며, 특히 울을 가공해서 만든 이 특수 캐시미어 소재는 너무 놀랍습니다. 스마트폰 케이스가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 있습니까? 정말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입니까?” “물론입니다. 이 제품은 100% Made in Korea. 한국에서 만든 겁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과 우수한 품질로 세계를 놀라게 한 ‘케이디랩’.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100% 한국에서 만든다는 ‘Made in Korea’의 K! 제품에 디자인과 꿈(Dream)을 담았다는 D! 스마트폰 케이스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laboratory라는 의미의 LAB! 이 단어들을 결합해서 ‘케이디랩(KDLAB)’이라는 사명을 지은 이 기업은 스마트폰 케이스 벤처 기업이다.
종류는 많지만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은 없고 기종에 맞는 제품을 선택했다 해도 막상 케이스를 씌웠을 때 딱 들어맞지 않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해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은 제품 스마트폰 케이스. 이규철 대표는 ‘케이디랩’을 통해 이러한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 ‘껍데기에 불과한 케이스’가 아니라 ‘온전한 보호제’이자 ‘가치를 높여주는 액세서리’! 즉, 휴대폰에 최적화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인이 명품 의상을 만들 듯, 끊임없이 디자인을 연구하고 최적의 소재를 선택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 기종의 스마트폰에 딱 들어맞도록 제작할 수 있는 금형 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제대로 된 솜씨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규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마이마이 카세트’와 MP3플레이어 ‘옙(yepp)’ 등의 커버를 설계하며 쌓은 디자인과 기계공학 기술, 대학에서 전공한 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의 ‘케이디랩(KDLAB)’을 만들었다.
2008년 출발한 ‘케이디랩’은 사업 초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이나 ODM(제조자개발생산)을 진행하면서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2년 자체 브랜드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휴대폰 업체들이 서로 일하고 싶어 하는 OEM, ODM 업체로 순항할 수 있지만 기업을 만든지 5년, 이제는 ‘케이디랩’의 이름을 내걸고 자체 제품을 개발하는 진검 승부를 펼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아라리(araree)’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민요 아리랑의 가사로 익숙한 ‘아라리’는 ‘넓은 들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케이디랩’의 기업 모토를 ‘아라리’에 담은 것이다.
실제로 ‘아라리’는 구매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 비싸도 반드시 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케이스. 지금껏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운다. 무엇보다 아리랑을 떠올리게 하는 ‘아라리’는 한국 제품임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중국의 기술력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추면 품질은 아무래도 떨어지게 된다. 물론 ‘케이디랩’도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그렇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제품이 지닌 ‘가치’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하는 제품, 눈으로 봤다면 손에 쥐어보고 싶고 스마트폰에 씌워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제품, 그런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케이디랩’은 100% Made in Korea를 선택했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한국에서 진행하는 ‘아라리’지만 시장만큼은 해외를 지향한다. 휴대폰, 화학, IT, 자동차 등 ‘글로벌 No.1’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Made in Korea 제품에 대한 지구촌의 인식이 높아졌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케이디랩’의 우수한 제품과 디자인을 세계가 먼저 알아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규철 대표의 신념은 통했다. 2014년 2월, ‘케이디랩’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서 KOTRA 한국관에 입성했는데 이곳에서 4개국의 바이어와 계약을 성사시켰고 그 해 10월까지 수출한 금액이 40만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도 글로벌 기업 30여 군데와 미팅 선약을 하고 현장에서 8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세계적인 액세서리 업체들로부터 협찬 제안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40-50개 해외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은 것도 큰 성과다. ‘아라리’만이 가진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 우수한 품질! 무엇보다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라는 호감이 ‘스마트폰 케이스는 저렴할수록 좋다’는 바이어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케이디랩’도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 전시회의 데뷔 무대였던 '홍콩 글로벌 소싱 페어'에서는 뜨거운 현장 반응 속에 무려 200여 업체와 상담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처음 참가한 MWC에서는 한 기업과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남긴 단발성 계약에 그치고 말았다.
초기 경험의 아쉬움은 다음 기회의 약으로 쓰였다. 다음 해 참여하는 전시회부터는 ‘우수한 제품이 곧 영업사원’이라는 믿음으로 바이어에게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제품의 디자인이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부스는 최대한 깔끔한 바탕의 역할만 하도록 해서 바이어들의 시선을 끌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눈에 띄는 디자인과 색감에 압도되어 아무 말없이 다가와 제품을 만지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를 하러 왔다기보다는 내 마음에 드는 케이스를 고르는 듯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봤다. 그러는 동안 ‘케이디랩’은 바이어가 뭘 원하는지를 읽어내고 적절한 제품을 제시하며 계약의 포문을 열었다. 바이어가 원하는 것을 간파하는 노하우도 전시회에 참가하는 횟수가 늘어 갈수록 쌓여갔다. 그 결과, 태국의 한 업체와 10여 회 이상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결과를 낳았고 스페인에서 소매업체들과 거래하는 수입업체들은 앞다투어 거래를 요청해옴에 따라 오히려 ‘케이디랩’에서 거래 조건을 비교해 보고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래서 KOTRA에서 마련한 해외 전시회에 ‘와라’! 디자인부터 수출까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으니 어느 바이어든지 오면 만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케이디랩’은 2008년, 단돈 천만 원으로 시작해서 2010년 30억 원, 지난해는 8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올해도 출시 2년 만에 30여 개국에 진출한 ‘아라리’의 성장에 힘입어 매출 1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해외 전시회 참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규철 대표는 전시회를 5일장에 비유한다.
고품격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케이디랩’과 시골의 5일장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케이디랩’이 전시회를 ‘5일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땀 흘려 지은 것을 선보일 수 있고 공들여 기른 것을 내다 팔 수 있다는 기대에 5일이 자꾸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5일장’. 사는 사람들도 “이번 전시회에 ‘아라리’가 나올 텐데 보러 가야지, 만나러 가야지” 기대하게 되는 5일장. 파는 이의 정성이 있고 사는 이의 설렘이 있고 만남의 즐거움이 있어서 자꾸만 끌리는 5일장은 ‘케이디랩’이 전시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참으로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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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TRA & globalwindow.or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