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이 어른들 몸에 좋다고 아이들에게도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리자. 특히 소화능력이 어른들에 비해 떨어지는 4세 미만 아이들에게 4~5가지 잡곡을 섞은 밥은 소화기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아이 잡곡밥 제대로 먹이는 법.
알고 먹으면 건강해지는 잡곡밥 이야기
예전에 비해 잡곡밥을 먹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잡곡밥이 어른들에게 좋다고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잡곡밥이 몸에 좋은 이유는 쌀은 90%정도가 탄수화물이고, 나머지 6~7%가 단백질과 그 외 유무기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쌀로만 밥을 해서 먹게 되면 성장기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유무기질이 충분히 섭취될 수 없기에 단백질이 풍부한 콩류와 그 외 유무기질 영양분이 풍부한 다른 잡곡을 섞어서 밥을 해 먹으면 성장발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쌀로만 된 밥을 먹었을 경우 탄수화물만 소화시키면 되기 때문에 소화장애를 일으키지 않지만 단백질을 함유한 잡곡밥은 탄수화물 보다 소화시키기가 더욱 힘들고, 소화기에 많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특히 잡곡밥은 일반 쌀밥보다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몸의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심각한 소화기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까지는 과도한 잡곡밥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6세 이전의 아이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잡곡밥을 효과적으로 먹이려면
잡곡밥이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기타 유무기질의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1년 내내 잡곡밥을 먹으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장기 어린이의 신경계 발달에 가장 필요한 영양분은 단백질도 지방도 아닌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뇌 발육이 왕성한 6세 이전에는 충분한 탄수화물이 공급되어야만 한다. 때문에 잡곡밥은 일주일에 2일 정도가 적당하다. 이미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는 당장의 잡곡밥보다는 위장기능을 튼튼하게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아이들은 잡곡밥 피해라
허약하다고 한의원을 찾는 어린이의 반수 이상이 비위 등 소화계통이 좋지 않아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잡곡밥을 너무 이른 나이에 먹이는 것은 과히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기가 정체하는 것을 기체증(氣滯症)이라 하는데 이러한 기체증이 목 부위에 발생하게 되면 액상으로 된 음식을 잘 삼키는데 딱딱한 음식이나 덩어리진 음식은 잘 삼키지 못하고, 입에 오래 물고 있거나 삼키려고 할 때 토하려고 하는 연하곤란증(嚥下困難症 - 음식물을 넘기기 못하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어린이는 절대로 잡곡밥을 주면 안 된다.
또 잡곡밥을 먹고 나서 아이의 배변상태가 일정치 못하고, 설사를 한다거나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면 그 곡식이 아이와 잘 맞지 않는 것이므로 당장 중단하는 것이 좋다.
과도하지만 않다면 잡곡은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유무기질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찹쌀 … 부드럽고 소화시키기 좋아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먹여도 아무런 탈이 없고, 맛이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식습관 형성에도 좋다. 이유기 때부터 달착지근한 과일이나 가루 이유식에 맛들이게 되면 야채나 곡류의 싱거운 맛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해 편식하는 아이로 자라나기 쉽기 때문. 특히 배탈에는 찹쌀죽이 효과적이다.
배탈은 보통 속이 차거나 찬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생기는데 찹쌀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이다. 불린 찹쌀과 가늘게 채친 무를 넣어 푹 끓인 죽을 2~3일 정도 먹이면 효과적이다. 찹쌀로 미음을 만들면 건강 이유식이 된다. 물에 충분히 불린 쌀을 약간만 눌러도 형태가 없어질 정도로 충분히 끓여서 사용한다.
콩 …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미네랄이 풍부해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한다. 그러나 단백질 음식이라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콩을 이용한 음식은 만 2세 이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콩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이유로 딱딱한 음식물이나 덩어리진 음식물은 잘 삼키지 못하고 입에 물고 있거나, 음식물을 삼킬 때 자주 토하려고 하는 아이는 밥에 콩을 넣어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소화기 기능이 더욱 저하되어 식욕부진,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신 콩을 이용해 만든 부드러운 두부나 두유 등을 간식으로 조금씩 먹이는 것이 좋다.
현미… 씨눈에 많은 영양소가 남아 있어서 피를 잘 통하게 하며, 오장을 고르게 하여 안색을 좋게 한다. 또한 쌀겨층에 있는 식물성 섬유는 변의 양을 많게 하고 장벽을 자극하여 장의 연동 운동을 도우므로 변비와 설사를 멎게 한다. 대신 현미:백미 비율은 2:8이 적당하다. 현미밥은 거칠기 때문에 잘 씹어 먹어야 하고 소화기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현미대신 시금치나 당근으로 대체한다.
전문가 어드바이스 “잡곡밥은 비율을 제대로 지켜서 먹이세요” 조현상(키우미 한의원 원장)
한의원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상당수의 아이들이 잡곡밥으로 인한 소화기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과는 달리 장부가 미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소화가 어려운 거친 잡곡을 지나치게 많이 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무리 없이 먹일 수 있는 것은 찹쌀과 콩. 전문가들은 또 유아들에게 잡곡을 먹일 때는 한가지만을 넣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동치미나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함께 먹여 소화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6세 이하 어린이들 중 특히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은 혼식을 하더라도 잡곡의 비율이 20~30%가 넘지 않는 것이 좋고 찹쌀, 보리 등 소화기에 도움을 주는 잡곡을 섞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잡곡이 좋다고 한꺼번에 현미, 조, 수수, 흑미 등의 잡곡을 섞어 먹이는 엄마들이 많은데, 소화기가 완성된 성인의 경우는 흑미, 현미 등의 피막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은 소화도 안될뿐더러 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잡곡을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육식, 면류,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는 비만 어린이들에게는 잡곡의 유효 성분이 비만에 도움이 되므로 잡곡밥을 먹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잡곡은 다양한 영양 성분으로 장점이 많은 곡물이지만 아이들이 먹었을 때 소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