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제주도 2박3일 여행 갑시다."
동생의 전화였다.
조카딸이 모 화장품 회사에 응모해 일등으로 당첨 되어,
여행으로만 쓸 수 있는 패키지 상품권 삼백만원을 받아 일본 갔다 오고 남은 것은
기안안에는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고 병원엔 휴가를 내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방을 싸기시작하였다.
차는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선 한적한 곳에 세우고 시내버스를 타고
동생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비 내리는 제주 공항에 도착 하였다.
잠시 후 예약했다는 렌터카 사무실에 가보니,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내 차 마티즈 두 배는 돼 보이는 큰 차를 직원이 대더니
"누가 운전 하실 거예요. 자 차 빼주세요.“
조카는 운전석에 빨리 탑승하라고 옆구리를 꾹 찌르며 사인을 보낸다.
나는 고개를 쑥 내밀고 차 안을 들여다보니
기능도 많고 번쩍번쩍한 차는 길기도하고 넓었다.
눈앞이 캄캄하고 주체 할 수 없어 직원에게 작은차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의논도 없이 차를 예약한 조카를 나무랐지만 특별한 묘안이 생각나질 않았다.
시골길만 다니던 나로선 낮선 차와, 낮선 제주도에서의 운전이 난감했다.
하늘에서 비는주룩주룩 내리고 2박3일 제주도를 운전하고 다닐 생각을하니 근심이 되었다.
동생과 조카는 타는 속도 모르고
계획표와 맛집 까지 메모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해 왔다.
대리 운전수도 없다니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마음을 억제하고 탑승하여
이것저것 만져보며 네비가 시키는 대로 운전하게 되었다.
필요한건 큰길가 마트에서만 사고 넓은 주차장 만 골라 다녔다.
아이들이 장을 보러 시장으로 들어가면
“할머니, 차, 빼 세요."
뒤에선 빵빵거리고 나는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며 온몸이 오그라지기 시작한다.
못들은 척 얼굴을 돌리고 아이들이 빨리 나타나 주기를 기다리면서...
장대같은 비는 밖에도 내리고 내 등골에서도 땀비가 내린다.
간신이 호텔에 도착하여 긴 한숨을 토해냈다.
아, 아직은 살아있구나.
아들에게 나의 고충을 위로 받으려 전화를 했다.
"네, 제주도는 그냥 길 따라 가시면 돼요, 워낙 좁아서
한 바퀴 돌면 제자리니 살살 몰고 다니세요, 엄마는 좋겠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도움도 안 되는 몇 마디하고 뚝 끊었다.
내일 아침부터 운전할 일을 생각하니 잠도 안 오고
호텔에서 주는 조식도 먹는 둥 마는 둥 입맛도 뚝 떨어졌다.
아름다운 제주도 출렁이는 파도, 그 속에서 미역 따고 소라잡고, 물질하는 해녀도,
호텔의 멋진 산책길도 주변 조경도 즐겁지가않다.
대포소리 펑펑 나는 철원이 마냥 그리웠다.
무정하게 웬수같은 비는 내리고 일정표에 맞추어 운전을했다.
조카는 신이 났는지 음악을 틀더니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렸다.
“이모 점심엔 회 먹을까요?"
" 정신없어 꺼, 회고 뭐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여행을 온 건지 고생 하러 온 건지 운전하고 다닐 일이 아득한데 음악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어쩌다 좁은 주차장에 못 들어가면 일단 내려
" 아저씨 주차 좀 해 주세요 초보라서요"
"아저씨 차 좀 빼 주세요 초보라서요"
‘초보라면서 큰차도 몰고 오셨네’ 하며 비를 맞고 주차해준 고마운 아저씨,
킥킥 거리며 오금은 저려오고 마지막 날 짐을 챙기며 멋진 추억 만든다고
선글라스, 카메라는 만져도 못보고 가방에 쑤셔 넣었다.
공짜 좋아하다 단체로 죽을 뻔 했던 제주도 여행.
나는 살만큼 살아 죽어도 후회 없지만, 시집도 안 간 조카딸과 동생이 염려되었다.
오는 날까지 비는 내리고 울고 싶었던 내 마음의 눈물이 비가 되어 주룩주룩 내렸었다.
한적한 곳에서 먼지의 옷을 하얗게 쓰고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 애마 마티즈
공짜 좋다고 떠난 여행, 좋은 차도 공짜도 나는 다 싫다.
차에 앉으니 아ㅡㅡㅡ이렇게 편한 것을 내 작은 애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