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말한 은근한 명령조의 이 광고가 한때 우리를 사로잡았던 때가 있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당신만의 파라다이스로 떠나라는 그 권유가 위로와 힘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일할 줄만 알았지 쉬는 것에 대해서는 막상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다면 확실하게 휴식할 수 있는 정석을 제안한다.
주5일 근무제 시행령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대인들에게는 이제 여가를 알차게 보내는 삶, 휴식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 2의 성공학이 최고의 명제가 되었다.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놀라는 명언도 있으나 ‘멍석 깔아주면 못한다'고 휴가 일정이 잡히거나, 모처럼 생긴 휴일에는 무력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제 이런 걱정은 한 수 접어두자. 명지대학교 여가정보학과 김정운 교수의 휴테크 7계명을 소개한다.
제1계명 아이와 놀아주는 데 헌신하지 말아라
모처럼의 휴가이니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김정운 교수는 잘라 말한다. “아이들은 의무로 함께 놀아주는 아빠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직감적으로 눈치를 챕니다.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놀아준 아빠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의무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놀아주는 것도 억지 춘향이었던 아빠가 놀았으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등의 과제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오랜만의 휴일이 누구를 위한 휴일도 되지 못한 결과라고 하겠다.
“함께 재밌어야 진정한 휴가이며 아빠도 재미있고 아이들도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2계명 ‘나는 운전 기사가 아니다’를 선포하라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 기간에 아빠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역할은 운전기사이다. 여행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운전하는 아빠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으로 여행이 끝이라면 그것처럼 허망한 것이 또 있을까. 운전하는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아빠보다는 아이들과 관심을 공유하며 노는 친구로서의 아빠가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제3계명 일상탈출! 다른 방식으로 살아라
휴가의 진정한 의미는 ‘일상의 낯설게 하기'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일상과 똑같은 휴가는 휴가가 아닙니다. 일상과 똑같다면 그것이 무슨 휴가입니까? 낯설음 속에서 과거의 잘못과 실수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휴가동안 가져야 한다."며 휴가기간 동안 일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볼 것을 권장한다.
제4계명 시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라
시계는 우리 삶을 지배하고 피폐하게 한다. 배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이니 으레 밥을 먹는다. 졸려서 자는 것이 아니라 잘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잠자리에 든다. “비만과 불면증은 시계가 삶을 지배하기 때문에 생긴 병입니다. 휴가 때만이라도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는 인간 본래의 삶의 방식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줍시다."
제5계명 아내에 대한 환상은 버려라
가족을 위해 휴가를 계획하는 아빠는 생색이라도 내지만 엄마의 역할은 웬만해선 생색도 나지 않는 일이 많다. 생색내지 못하는 일처럼 속 터지는 일도 없다. 속 깊은 사람이라면 휴가기간 동안만이라도 아내가 생색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아내에게 며칠만이라도 휴가를 주고 아이들과 아내 없는 며칠을 지내봅시다. 아내가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가 항상 즐거울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제6계명 가식적인 역할 극에서 벗어나라
우리에게는 의무와 역할이 너무도 많다. 아버지, 아들, 남편, 선배, 과장 등 몸은 하나인데 역할은 수도 없다.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이러한 역할간의 갈등에서 야기됩니다. 하루라도 자신의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관계에 지쳤다면 당장 풍광이 좋은 근교의 카페에서 여백이 많은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도 저도 귀찮다면 생각나는 단어를 두서없이 끄적이다 돌아오는 것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제7계명 처녀 총각 시절의 재미를 되살려라
잊고 있던 취미를 되살려라. 먹고 살기에 바빠 재미있게 즐기던 취미도 잊었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내가 잘하고 즐기던 취미를 하나씩 되살려보자.
“재미있는 일에 몰입하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타 연주, 그림 그리기, 습작, 프라모델 조립, 농구, 족구 등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창조력도 그렇거니와 자신감까지 생겨 ‘더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의 재발견은 휴(休)테크인 동시에 노후를 위한 테크이기도 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