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전철 안에서 노부부가 내게로 슬그머니 다가와 앉는다. 그러더니 노부인이 아주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남자란 여자의 상냥함에는 누구라도 정신이 혼미해지기 마련이라 쉽게 입을 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행선지를 말했더니 자기들도 그곳까지 간단다. 거기까지면 좋겠는데 결국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팸플릿을 꺼내들며 하나님을 믿으라는 말이다. 나는 단호히 무신론자라고 말했더니 그들은 뜨악한 눈빛을 내게 건넸다. 그 순간 마침 전철이 내가 내릴 역에 정차했다.
세상은 종교 갈등으로 갈가리 찢기고 바람 잘 날이 없다. 공부 좀 했다는 세계의 유수한 과학자를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은 대부분 무신론자다. 특히 진화론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종교에 빠져 있으며, 나의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는 터부시한다.
따지고 보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의 비행기 폭파도 종교 갈등의 결과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은 그 연륜을 넉넉히 천년을 헤아린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모르기는 해도 종교는 인류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종교는 두려움의 반사적 산물일 것이라는 말이다. 두려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인간의 힘 외적인 것에서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이러저러한 신들이 생겨났을 것이며, 그 중 많은 신들은 미신의 영역으로 전락하고 그 중 몇몇은 신화라는 비단 옷을 입고 살아남아 오늘의 종교가 되었을 것이다.
즉 플라톤이 정의를 화두로 집필에 몰두하던 그 비슷한 시기에 인도에서는 석가모니가 인생의 고락에 대해 ‘자비’라는 화두로 열심히 사유하고 있었고, 중국에서는 공자 또한 ‘인’이라는 주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유는 불교와 유교로 이어졌다.
플라톤 사후 400년 이상이 지나 예수는 ‘사랑’이라는 화두로 플라톤의 이데아를 보다 구체화하여 기독교로 이어갔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를 체계화한 것은 바울일 테지만. 유대인들이 예수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수백 년이 지나 중동에서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의 틈새를 비집고 구약을 계승한 종교가 만들어졌다.
기독교와 유대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사이가 냉랭한 것은 그런 역사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손을 맞잡는 것은 서로 태생이 달라 갈등이나 앙금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힌두교)와 파키스탄(이슬람교)은 종교적 피해와 가해가 얽혀있으므로 화해가 어렵다.
결국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운 것을 누군가는 ‘문명의 충돌’이라고 명명했지만 그 속살은 종교 간의 갈등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종교는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어떻든 수천 년 동안 우리 의식 속에 종교가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그 빌미를 제공한 사람 중의 하나가 플라톤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론’의 책 말미에 제시된 ‘영원의 세계’가 바로 기독교와 불교의 원형질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윤회에 관련된 이야기는 풍문으로라도 석가모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다.
물론 석가모니와 플라톤을 연결 짓는 것은 어떤 근거도 없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러나 내용 정황으로 볼 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세상이 아무려면 어떨까. 종교는 필요악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어떻든 그 일로 '국가론'을 다시 읽었다. 여기서는 지난 번에 담아놓지 못한 ‘이상국가’ 건설을 위한 플라톤이 구상하는 교육에 대해서만 정리해 두고 싶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위한 교육
◦국가는 미래의 수호자와 통치자의 재능을 미리 아이들 때부터 배려하고 있다. ◦가장 고귀하고 건장한 남자는 가장 고귀하고 건장한 부인과 결합해야 한다. ◦철학자는 이 목적 을 위해서 성적 생활에 대한 간섭도 주저하지 않는다. |
구분 | 교육 내용 | 비고 |
◦처음 3년 동안 | ◦오직 육체적인 교육을 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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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년 동안 | ◦공통으로 실시되는 소년 교육 -육체와 정신 훈련 병행 -그 목적은 오로지 조화로운 인간을 육성하는 데 있다 -정신교육은 우선 신화를 통해 실시한다. 그러나 부도덕 하고 존엄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이야기에서 모두 제외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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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년 동안 | ◦읽기와 쓰기를 가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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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세 | ◦감수성이 풍부할 무렵에 시작(詩作)과 음악을 가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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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세 | ◦수학과 그 밖의 학문을 정신의 양식으로 제공 ◦방자하고 나약한 풍속을 배격하고 불순한 것은 일체 음악과 시에서 배격(호메로스까지도 이 부류에 속함) -다만 인간을 고귀하게 하고 진리와 선과 미로 인도하는 예술만 허용한다. -이를 통해 참된 도덕국, 높고 순수한 신의 관념, 죽음과 무상이 따르는 현세적 복리에 대한 멸시감을 어린 영혼 에게 싹트게 하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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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세 | ◦군사교육 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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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선발 (20세) | ◦학문적 천분이 많은 자는 더욱 높은 학문을 열심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연구 | 합격자 |
◦학문적인 천분(재능)이 적은 자는 군인의 신분에 머물며, 수 호자가 됨 | 탈락자 |
◦제2차 선발 (30세) | ◦우수한 자 선발 -5년 동안 존재자의 인식(이데아론, 변증론)에 대한 연구 -보다 높은 정사의 임무를 맡음 ◦15년 동안 그 소임을 원만히 마치면 50세가 되어 완성의 단계에 이르며, 비로소 ‘통치자’와 ‘철학자’가 된다. ◦순번이 돌아오면 국가의 중책을 맡아 다른 자들을 지배하 고 교육함 ◦죽으면 행복의 섬(죽은 자들이 살고 있다는 섬)으로 옮겨 져 ‘행복하고 신과 같은’ 인간으로서 기념되고 국가의 존 경을 받게 됨. | 합격자
공산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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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덜 우수한 자 -그 밖의 여러 관직을 맡게 됨 | 탈락자 |
**플라톤은 모든 아이들은 10세가 되면 먼 고장에 보내 부모의 관습에 젖지 않도록 한 곳에 수용해서 교육을 하면 이상국가와 제도는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존재하는가? 플라톤은 그것은 하늘에 있다고 한다. 즉 하늘에 그 모형이 있다는 말이다. 원하는 자의 눈에는 그 나라가 보이며, 그 나라를 보면서 그 안에서 살 수 있다.
그 나라가 실제로 존재하느냐 또는 앞으로 존재할 것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그 나라의 풍습을 좇아 살 뿐이며, 그 밖의 것을 본받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이것과 그의 ‘영원의 세계’를 잘 음미해보면 종교의 원형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