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남지 유채 그리고....

[(이장균)흐르는강물처럼]

이번 주는 이래저래 즐거운 일주일이었습니다.
다문화지도사 시험 치러 간 계명대 대명동캠퍼스에서 수수꽃다리를 보았고
어머니, 형님과 함께한 여행지, 우포늪, 남지체육공원, 개실마을, 용연사, 대구수목원
모두에서 토종민들레를 보았습니다.
토종이 외래종에 밀려 찾아보기도 어려운 요즘
이렇게 많은 토종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지요.

계명대 대명동캠퍼스하면 친구들따라 라일락 꽃구경 갔다가
친구들과 밤드리 막걸리파티를 지속했던,
꽃향기에 취하고 술에 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추억의 장소입니다.
당시에는 꽃에 대한 지식이 얕았기에
그냥 촘촘하게 핀 라일락꽃과 진한 향기가 좋았을 뿐이었는데
몇년 전 자연관찰지도자과정 수업 들으면서
우리 토종인 수수꽃다리와 외래종인 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등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고사장이 마침 거기라 꽃도 확인하고 향기에도 흠뻑 취할 요량으로
고사시간보다 100여분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흰색과 보라색의 수수꽃다리가 어우러져 활짝 피었는데
역시 수수꽃다리의 향은 진했습니다.
수수꽃다리 향의 여운 덕분인지 시험은 무사히, 빨리,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포늪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새벽에 출발하여 일출도 보고 물안개도 감상한 후
우포랑따오기랑에서 논고동국과 논고동비빔밥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흐리다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아침을 먹고 출발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하였던 자전거대여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은 많이 걸어야 하는 일정이므로 어머니를 위하여 2인용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80 평생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신 어머니의 즐거운 표정이 참 좋았습니다.
대대제방부터 전망대, 따오기복원관을 지나 우포늪의 끝까지
형님과 제가 번갈아 어머니를 뒤에 태우고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며
우포늪의 아침을 즐겼습니다.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도, 간간이 보이는 청둥오리도,
완전히 바랜 물억새, 연두색 새순을 한껏 틔운 왕버들, 버드나무,
촘촘하게 핀 하얀 꽃을 탐스럽게 늘어뜨린 조팝나무 등 모두가 평화롭고 이뻤습니다.
쪽지벌과의 사이에서 군락하고 있다는 자운영을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몇포기밖에 못보았습니다만 덕분에 토종인 하얀 민들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연보라 자운영이 한껏 흐드러진 모습을 보진 못하였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즐겁고 눈이 호강한 아침이었습니다.

이어 도착한 곳은 남지체육공원.
재작년에 이어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축제 전날이라 붐비지 않아 좋았습니다.
차창을 열자 향기가 밀려오고 세상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인듯,
유채꽃이 반겨주었습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자태를 뽐낼만큼이어서
벌과 나비가 탐하고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있는 나무로 만든 원두막은 이미 가족, 연인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유채꽃밭을 따라 쭉 꽃분홍색 꽃잔디가 활짝 피었고
통행로 건너편에는 여러색의 연산홍이 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그 사이로 하얀 꽃이 피었기에 보니 토종 민들레였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환경연수원에서 토종과 외래종 민들레 구분하는 법을 배운 이후
눈여겨 보았지만 토종민들레는 3년여 만에 처음 보았거든요.
꽃이 흰색이면 토종,
노란색꽃 중에서 꽃받침이 아래를 항하여 말려있으면 외래종,
위로 떠받치고 있으면 토종인데
당연히 흰색 민들레는 꽃받침이 위를 향하고 있지요.

한바퀴 돌고 돌아나오려는데 주민인듯한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며
남지철교 건너편은 더 넓고 멋있다고 귀뜸을 해 주셨습니다.
재작년에 왔을 때 현재의 이곳이 전부인 줄 알았고
이번에도 다보았다고 떠나려 했는데 귀가 솔깃하였습니다.
건너편으로 넘어가 보니 아닌게 아니라
더욱 조밀하고 넓게 유채꽃밭이 조성되어 있었고
한반도 지형의 유채밭을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치장한 멋진 작품도 있었습니다.
이 멋진 곳을 놓쳤다면 후일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여기를 알려준 그 아저씨가 새삼 고마웠습니다.

유채꽃에, 향기에 취해 있다보니 점심시간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점심은 멀리 고령의 맛집 대원식당으로 계획하고 있었기에
바로 출발하여 열심히 달렸습니다.

식당 근처에 가니 관광버스 2대에 승용차들이 꽤 많이 주차해 있기에
오래 기다려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때라서
바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향토문화사랑 모임에서 한 번 와 본 적이 있었기에
주문할 음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요.
인삼콩나물해장국에 꿩만두국.
주문하고 좀 있으니 덜어먹을 그릇과 밑반찬 네 가지, 달걀 3개가 먼저 나오는데
밑반찬을 보니 작년보다 가짓수도 줄었고 맛도 작년보다 못하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조금 있다가 나온 해장국, 만두국은
잠깐의 걱정을 확 날려주었습니다. 역시 대원식당이다 싶었습니다.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형님은 물론 어머니까지 국둘도 남김없이 다 드셨습니다.

이어 들른 개실마을은 평일 오후라 조용하였는데
다양한 체험거리(죽마, 그네, 널뛰기, 투호, 굴렁쉬 등)가 비치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마을 앞뒤로 산을 두르고 내가 흐르는 안온한 마을,
점필재 김족직의 5세손부터 세거한 이 마을은 전통체험마을로 유명한데
작년말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1회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대상'에서
'색깔있는 마을' 부문 전국 최우수마을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도연재, 추우재 등 오랜 건축물과
새로 지었지만 황토와 나무, 기와를 인 집이 조화를 이루는
농부시인이 해설도 도맡아해주는 정감가는 마을이지요.
도연재는 정면에서 보면 멋있지만 옆면을 보면 이쁩니다.
나무부재의 자연적인 곡선이 하얀 회벽과 대비되어
전체적인 질감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사진으로 남기지 모새 아쉽네요.
돌아나오는 길, 내 옆에 지천으로 핀 하얀꽃은 반갑게도 토종민들레였습니다.

전국 각지에 유명한 벚꽃길이 있고 구미도 낙동강변, 금오산길이 멋있지만
이미 다 져버렸고 용연사 벚꽃축제가 20일까지라기에 속는셈치고 갔지만
그 긴 벚꽃길에 꽃잎은 이미 다 떨어지고 붉은 꽃받침과 연초록 잎만 무성하였는데
용연사로 쭈욱 올라가다보니
딱 세 그루의 벚나무가 아직 벚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덤지....
잠시 내려 꽃그늘에서 과일을 깎아 먹는데
여기도 그 귀한 토종 하얀 민들레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또 한차례 반가움과 함께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가수분을 하는 외래 민들레에 밀려 토종민들레를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은 다니는 곳마다 토종 민들레를 보았으니....

마지막으로 대구수목원에 들렀습니다.
오늘 보았던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의 기억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
역시 대구수목원은 우리 일행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아 반가운 꽃과 나무들,
처음 보아 더욱 신기한 꽃들,
자주 보았지만 이름모르던 나무와 풀, 꽃의 이름을 알게 되는 기쁨이란...
여기서도 물론 하얀 민들레도 보았지요.
이날의 대구수목원에서는 온갖 꽃들가운데서도
튤립과 수선화가 가장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대구수목원의 금낭화와 튤립

대구수목원 홀아비꽃대

오늘 하루종일 수없이 많은 꽃들을 보았지만
사실 꽃보다 더 눈을 시원하고 즐겁게 했던 것은
모든 나무에서 연두색으로 촉트기 시작한 새순이었습니다.
자그만 나무에서나 고대한 고목에서나 새로 돋아난 연두빛 작은 나뭇잎들은
하나같이 신선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원래 어머니를 모시고 남지 유채축제를 다녀올 계획은 있었으나
마침 시간이 맞아 함께 하게 된 형님과 어머니를 모시고 떠났던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번 추억만들기 여행은 올여름 어머니 팔순에 맞추어 떠날
친척들과 함께하는 팔순 기념 추억만들기 여행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던 여행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차타고 걸어다니시느라 피곤하실만도 했지만
차에서 잠깐 조신 것 말고는
집에 도착해서도 밤 늦게까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신 어머니를 뵈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도파민과 세로토닌, 엔도르핀이
듬뿍 생성된 덕분이 아닌가 싶어 더욱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도고산인]

어머님과 형님 함께했던 시간들! 참 부럽습니다.
효도가 따로 없지요 바로 그 시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