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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은 진짜 구름사진이다. 그리고 두 번째 , 세 번째 사진은 컴퓨터가 만든 사진이다. 하지안 이 두 사진의 차이는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이 조작하여 만들었지만 세 번째 사진은 컴퓨터가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 컴퓨터에 어떠한 규칙성을 부여하면 컴퓨터가 스스로 그림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규칙'은 어떤 것인가?
구름이나 번개, 유리파편, 겨울철 유리창에 서리는 성애, 비바람에 시달려 꼬부라진 소나무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계에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모양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다양한 모양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수학자 만델브로(Mandelbrot) 는 '프랙탈' 개념을 사용하여 이러한 다양한 모양의 자연현상을 통일관점에서 설명했다.
프랙탈 도형그리기
프랙탈 도형을 만들 때에도 최초의 직선이나 도형이 필요하다. 이것을 창시자(initiator)라고 부른다. 여기에 프랙탈 도형을 만드는 규칙이 주어졌을 때 생긴 도형을 생성자(generator)라고 부른다. 이 생성자를 어떻게 반복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프랙탈 도형이 얻어진다.
코흐라인(Koch)
먼저 코흐라인의 생성자는 선분이다. 이 선분을 3등분해서 가운데의 선분을 위로 구부려 올려 만든다. 이렇게 해서 생성자는 길이가 원래 선분의 1/3인 선분 네 개로 이루어진다. 이 생성자를 축소해 가면서 새로 생긴 네 개의 선분과 바꾸어 간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코흐곡선을 얻을 수 있다.
프랙탈은 본래 '무한'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프랙탈 도형은 생성자를 무한히 반복하여 얻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무한을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프랙탈은 무한을 기하학적으로 나타내어 다루는 새로은 무한 수학의 탄생을 알린다.
램던코흐라인 (Random Koch)
프랙탈 도형은 약간의 조작의 변화로 매우 다양한 모습이 생성된다. 앞에서 코흐곡선을
만들 때 선분을 3등분하여 가운데
부븐을 꺽어서 위로 솟아오르게 하였다. 이 작업을 각 선분마다 계속 무한의 반복하는 것만으로 프랙탈 도형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런데 가운데 부분을 꺽어서 위로만 솟아오르게 하지 않고 위와 아래로 번갈아 가며
해보면 아주 판이한 모습이나타난다. 이것은 코흐곡선과는 아주 다른 이미지이다. 마치 어느 해안선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러한 곡선을 램덤(random) 코흐곡선이라고 부른다. 랜덤 코흐곡선과 보통의 코흐곡선의 차원과 똑같다. 복잡하고 정교한 프랙탈 도형의 특징은 아주 작은 기하학적 변화의 반복에 의하여 생선되는 것이다. 변수의 약간의 오차가 반복되는 알고리즘이 누적되면 전혀 다른 모습의 프랙탈 도형이 만들어진다.
꽃양배추(모란채)
유럽 원산의 관상용 식물에서 이름을 딴 꽃양배추라는 프랙탈 도형을
만들어 보자. 꽃양배추의 창시자는
수직선분이다. 그리고 생성자는 창시자의 꼭대기에서 그 절반 길이의
두 개의 가지(선분)가 좌우 30도 씩
벌어진 Y 자형을 이룬다.
꽃양배추를 만드는 방법을 약간 고쳐서 가지가 나오는 자리를 바꾸면 나무를 만들 수 있다. 아마 식물의 진화도 이 프랙탈 도형의 변형처럼 DNA 암호코드를 약간 바꿈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건 어쨌든 나무의 생성자는 가지가 3개로 늘어나고, 위치가 어긋나는 것뿐이다. 여러 가지 나무의 모습은 가지가 벌어지는 각도와 가지의 위치, 그리고 가지의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칸토르 먼지
칸토르 먼지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길이가 1인 선분을 생각하고 그 중에서 중간의 1/3
부분을 제거하고 야쪽
0~1/3, 2/3~1 부분은 그대로 남긴다.
그리고 어러한 것은 무한히 반복하여 아리에 그린다. 이렇게 칸토르 먼지를 만들면먼지에 포함되어 있는 점의 집합이 자연수 전체의 집합보다 더 큰 비가부번의 농도르 갖는다는 것이다.
프랙탈 도형의 특징
프랙탈 도형의 특징은 첫째, 정수차원이 아닌 프랙탈 차원을 갖는다는 점과 둘째, 도형의 어느 부분을 확대하여도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기닯음 구조라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자기닯음 구조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 길이가 무한대라는 점이다.
프랙탈 차원
프랙탈 도형의 특징은 프랙탈 차원을 갖는다는 것이다.
도형의 양에는 길이, 면적, 부피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양의 크기를 '측도' 라고 한다. 1차원 도형의 측도는 '길이' 이며, 2차원 도형의 측도는 '넓이' 이다. 이처럼 도형은 그 차원에 따라 측도가 달라진다. 차원이 다른 도형을 확대할 때 그 크기, 즉 측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정한 길이의 1차원 도형인 선분을 3배로 확대하면 그 길이는 3배가 된다. 그러나 2차둰 도형인 정사각형을 3배로 확대하년 넓이는 9배가 되고, 3차원 정육면체의 경우에는 부피가 27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차원이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차원=(측도)/
(확대율)
그러면 코흐라인을 3배 확대하여 보자. 이
때 코흐라인의 측도는 3배가 되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코흐곡선의 길이는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배로 확대해도 여전히 길이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무한대를 3배하여도 여전히 무한대인 것이다. 따라서 코흐라인의 경우에는 길이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코흐곡선은 확대하기 전의 코흐곡선의 일부가
확대된 코흐곡선 속에 몇 개나 들어 있는지를 보고 그것으로 측도를 삼을 수 있다. 왼쪽 그림을 보면 3배로 확대된 코흐곡선에는 원래의 코흐곡선이 4개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차원 =
(측도)/
(확대율) =
4/
3 = 1.2618
코흐곡선은 1차원도형도 아니고 2차원도형도 아닌 1.2618 차원을 가진다.
칸토를 먼지를 3배로 확대하면 원래의 칸토르 먼지가 두 개 생간다. 따라서 프랙탈 차원은
log2/log3=0.6309 이다. 이러한 비정수차원을 만델브로는 프렉탈 차원이라고 이름지었다.
자기닮은 구조
프랙탈 도형은 부분의 부분 또 그 부분을 반복해서 확대해가도 도형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무한소까지 확대를 하여도 전체와 일치하는 자기 닮음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어느 부분이나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인간의 시각은 직관적으로 프랙탈 차원에서의 질서를 간파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빠르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 하나만 보고도 그것이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고, 가죽의 일부만 보고도 그것이 호랑이 가죽인지, 고양이 가죽인지 알 수 있다.
무한대 길이
이등변 삼각형의 두변을 이등분해 보자, 그리고 나눈변의 위쪽 반을 각각 밑변을 향해
꺽어 내린다. 그러면 작은 이등변 삼각형이
생긴다. 이 조작을 새로 생간 이등변 삼각형에 대해서도 똑같이 실행한다. 이러한 조작을 무한히 반복한다. 이 때 이 선분의 길이는
어떤가? 원래의 길이와 똑같다. 이것은 프랙탈 도형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프랙탈
도형이 아니다.
하지만 코흐 곡선은 생성자의 조작을 반복해 나갈수록 길이가 늘어나고 결국에는 길이가 무한대로 발산되어 간다. 과연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까? 그것은 단순히 2등분해서 반복적으로 꺽어가는 것과 생성자를 복잡하게 방향을 바꾸어 가면서 반복하는 차이에서 나온다. 이 사실은 단순함과 복잡함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이등변 삼각형은 단순하게 위 아래로만 교대로 나타나지만, 코흐곡선은 매우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복회수가 거듭될수록 이등변 삼각형과 코흐곡선의 늘어나는 선분의 개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코흐라인과 칸토르 먼지
코흐라인은 앞서 말했다시피 주어진 선분애서 한 가운데의 1/3을 위로 꺽어 올리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여 만든다. 그런데, 이
코흐곡선에서 위로 솟아로은 부분만을 전부 잘라내고 남은 밑변
부분을 살펴 보면 놀랍게도 바로
칸토르 먼지가 된다. 즉 코흐곡선의 어느 부분에나 칸토르 먼지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코흐라인의 수학적 의미
2차원의 평면은 복소변수 의 평면 (복수평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코흐라인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1차의 축소사상에 대한
자기상사 집합이다.
,
여기서 를
로 잡고
를 만족하는 복소평면의 집합
를 잡으면
가
코흐라인이 된다.
코흐라인의 일반적인 형태는
,
로서 를 만족하는
라는 집합도형을 그린다.
여기서 라는 복소수의 파라미터를 여러 가지로 변화시킴으로서 여러 가지형태의 프랙탈 도형을 그릴 수 있다.
(ⅰ) a = 0
b = 0.4+0.5 i
c = 0
d = 0.4-0.5 i
(ⅱ) a = 0.4614+0.4614 i
b = 0
c = 0.622-0.196 i
d = 0
(ⅲ) a = 0.5+0.5 i
b = 0
c = 0.5-0.5 I
d = 0
(ⅳ) a = 0
b = 0.5+0.2887 I
c = 0
d = 0.6667
(ⅴ) a = 0.707 I
b = 0
c = 0.5
d = 0
(ⅵ) a = 0.4614+0.4614 I
b = 0
c = 0
d = 0.2896-0.585 I
만델브로 집합
가 복소수일 때 하나의 재귀함수
를 생각해보자, 이 복소함수
는
로부터 하나의 복소수열
이 만들어진다.
=
,
,
......
......
복소수는 복소평면에 한 점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위의 복소수열은 복소평면 상에 하나의 점열로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복소평면상의 점열이 그리는 시스템을 복소함수 에 의한 '복소역학계'라고 부른다. 이때 이 점열
은 복소함수
라는 법칙에 정해진다.
복소역학계가 만드는 점열은
초기값
에 따라 한 점에 수렴하든지, 아니면 무한대로 발산하는지, 아니면 주기적인 진동이 일어나든지 결정된다. 복소
재귀함수
를 생각해보면 이 함수에 의해 샌기는 점열은 초기치와 함께 상수
값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초기값
를 0 으로 고정해 놓고
의 값만을 변화시켜보면
값이 일정범위내에 있을 때 이 복소수열은 한점에 수렴한다.
이 복소함수에서
값의 변동폭을 점점 넓혀가 보면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의 인력권이 나타나게 된다. 프랙탈한 복고편면 성의
인력권을 만델브로 집합이라고 한다. 좀 더 정확히 정의해 보면
를 변화시켜서
이 무한대가 되지 않는
의 집합을 만델브로 집합이라고 한다.
만델브로 집합은 어느 부분을 확대해도 다시 전체의 모습, 즉 매우 조그만 만델브로 집합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따라서 만델브로 집합의 경계의 둘레의 길이는 무한대이다.
줄리아 집합
줄리아 집합은 만텔브로 잡합과는 반대로 복소상수
를 고정하고,
의
값을 변화시키면서 수렴하는 점들만을 찾는 것이다.
의 근을
구할 때 뉴턴법에서 3개의 근 주위에
작은 원판을 설정하여 각각의 원판을
두 가지 색, 예를 들면 흑과 백을 칠해둔다. 그리고 1회
에 앞의 점화식을 적용하여 여기에
이 들어가는
의 영역을 흑 또는 백으로 각각 나누어 칠한다. 다시 더 1회 실시하여
가 들어가는 것을 조금 엷은 색을 칠하고 차례차례
칠해가서 언제까지나 색을 칠할 수 없는 집합이 남았을 때, 이것이
줄리아 집합니다.
자연은 멀티프랙탈 구조
일반적인 프랙탈 도형들은 전체를 보아도 그 일부분을 보아도 프랙탈 차원은 똑같다. 코흐곡선 전체의 차원은 약 1.26 이고 그 일부분의 차원도 역시 약 1.26 이다. 이처럼 보통의 프랙탈 도형은 대역적인 차원과 국소적인 차원이 일치한다. 그것은 생성자가 하나였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만델브로 집합은 대역적인 차원과 국소적인 차원이 다르다. 국소적으로 1.5 차원인 것들을 모아서 만들 전체의 차원은 1.3 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프랙탈을 멀티프랙탈이라고 한다. 자연의 형태는 대부분 이러한 멀티 프랙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번개의 전파는 습도, 기압, 온도, 이온화의
경향 등 여러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 경로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직선이 아니고 구불구블 진행하며 가지치기를 한다. 그 모습은 불규칙하지만 전체와 가지의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강은 프랙탈 적이다. 큰 강줄기나 그 지류는
서로 비슷한 분기상태를 하고 있다. 한강의 일부 지류를 큰 강줄기와 비교하면 금방 닯음의
관계을 알 수 있다.
구름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통게적인 프랙탈 구조를 갖는다. 뭉게구름도 마찬가리로 프랙탈의 입장에서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그 차원은 대략 1.35 정도가 된다.
뇌에는 커달란 주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시 더 작은 주름이 계속되어 간다. 뇌가 프랙탈 구조를 갖는 이유는 좁은 공간안에 되도록
많은 뇌세포를 배치하기 위해서이다. 뇌의 구조는 2.72~2.79의 차원을 갖는다.
주가의 그래프를 하루 단위 또는 1개월 단위로 그려도 그래프는 같은 정도의 복잡한 모양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시간을 확대 또는 축소해 보아도 변화의 상태가 같다는 것인데 이것은 주가의 변동이 시간에 관해서 프랙탈 적임을 의미한다. 하루동안의 주가 변동이 1개월 후의 주가 변동과 동계적으로 닯은 꼴이라는 것은 내일의 주가를 예상하는 일이 1개월 후의 주가를 예상하는 것만큼이다 어려운 일임을 알게 한다.
밤하늘 에 있는 별들의 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다라서 밤하늘은 대낮보다 밝아야 한다. 그런대 왜 밤하늘은 칠흙처럼 어두운가?
이문제가 바로 '올버스의 역설' 이다. 그 해답은 별의 분포가 프랙탈 구조이기 때문이다. 별군은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고 그 별군을 확대해 보면 그와 유사한
구조로 별군이 나타난다. 그리고 확대를 계속하여도 그 유사구조는
한없이 나타난다.
카오스의 등장
앞서 말한 이등변삼각형을 따라 여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은 나침반을 들고 여행하고 있다. 이 사람이 나침반을 보면 바늘은 두 방향 사이를 되풀이하여 왔다갔다 할 뿐이다. 하지만 코흐곡선을 위를 여행하는 경우에는 나침반이 불규칙적으로 360도 어느 방향으로나 돌아간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전혀 종잡을 수 없다. 패턴이 없다. 코흐곡선은 반복회수를 늘려감에 따라 선분의 수가 폭팔적으로 늘어나며, 그 방향도 종잡을 수 없이 변한다. 정보가 폭팔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코흐곡선을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나지 않는 이유는 파도치는 해변에서 바다를 보는 것처럼 순간마다 조금씩 변하는 그 모양에 수없이 많은 정보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복잡성과 단순함에는 이처럼 질적 차이가 난다.
프랙탈과 카오스는 종이의 앞뒤면과 같다. 카오스는 얼핏 무질서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질서와 무질서는 서로가 대립적인 개념이지만 카오스는 그 안에 질서와 무질서의 양면성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질서란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물의 조리나 순서로 이해되어 왓다. 반면에 무질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의 이성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라고 여러분이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왜? 우연히! 우연히라고, 전혀 우연히, 다행스럽고 불행하게, 끔찍하거나 온화하게, 중요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일이 일어나듯이 :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특성상 완전히 애매 모호한 일, 또한 무의미하게도 더욱 헤아릴 수 없는 우연성의 근원을 모른다면 여러분은 도대체 왜 그런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의아해야 할 것이다. - Joseph Conrad -
카오스의 정의
카오스 이론은 잘 정립된 많은 분야의 오래된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새로운 구분을 그으며 과학적 탐구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은 잘 정립된 하나의 이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모든 카오스 현상을 설명할 단순하고 명확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은 없으며 이는 여러 이론적 모델이나 수학적 도구, 실험적 기술을 엮어 묶은 것이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스티븐 캘러트는 카오스를 "결정론적 비선형동역학계(dynamical system)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한 비주기적 운동양상을 정성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정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는 '결정론적', '비선형동력학계', '불안정한' 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하나 너무나 번잡스럽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좀 더 간결하고 쉬운 정의를 발견했다. "외관상으로는 무질서하고 불규칙해 보이지만 속에는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 현상" 이 그것이다. 카오스 현상은 규칙이 있는 듯이 보이면서도 어디에도 그 같은 것은 없고, 그 구조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규칙적인 패턴만으로는 충분히 파악할 수가 없다.
카오스 현상의 기본적인 특징인 '단순한 법칙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현상' 과 '초기조건의 민감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네가지 사례를 설명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사례 1 : 나비에-스토크스 (Navier-Stokes) 방정식
냄비속의 물은 아래부분부터 균일하게 순차적으로
데워져서 끊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물은 일정온도를 넘으면 대류를 일으키며 상하를 도는 흐름이 일어나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 난류가 발생한다.
이 난류현상은 온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데 이것의
수학적인 구조를 연구한 사람이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위드 로렌츠이다.
그는 대류의 세기에 비례하는 양인 , 대류로 오르내리는 2개의
흐름의 온도차에 비례하는 양인
, 상하방향의 온도분포의 차가
어느 정도 공간적으로 선형함수에 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양인
를 포함한 연립의 상미분 방정식계로서 난류현상을 해석하였다.
여기에서 (프란틀수) 는 '유체의 확산계수와
열전도계수의 비' 로서 유체의 흐름 전체를 변화시키는 상수이며,
,
는 용기의 모양이나 유체의 성질에 관계되는 파라미터이며 이것을 일정하게 해두면 이것 또한 상수이다.
이 때 로 잡으면 이 방정식의 우변의 식은
가 된다.
여기에서 가 모두 0 인 점, 즉 ( 0, 0, 0 )과 , 다음 2개의 점 C,
C' 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 평형점이다.
,
그러면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 평형점 ( 0, 0, 0 )을 근소하게 피하여 ( 0, *, 0 ) 이라는 점에서 부터 궤도를 추적해 보다. 이 점에서의 이 식은 근사적으로
이 된다
첫 번째 식에
의해서
는 갑자기 양으로 커진다. 그러면
두 번째식에 의하여
도 양으로 커진다. 이것은 대류의 두
가지 온도차가
커지고, 친 부분은 아래로,
뜨거운 부분은
위로 들어가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잠시 이렇게 궤도가 늘어나면
의 값은 앞에서 설명한 불안정화되어 버린 평형점 C 또는 C' 의 X 와 Y 의 부호는 반대가 된다. 즉 뜨거운 유체가 내려가고, 찬유체는 올라간다. 또 위의
궤도는 또 하나의 평형점 C' 가까이에 떨어지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같이 C' 도 불안정이므로 C' 주위에 불규칙으로 돌면서 밖으로
튀어나가서 거기서 다시 Y의 부호가 변화하여 C 주위에 떨어진다.
다시 앞에서와 같이 C 도 불안정이므로 또한 C 주위를 불규칙하게
돌고 나서 뛰어나간다. 이것이 되풀이 된다.
이 궤도는 한정된 범위의 공간 내를 무한히 되풀이해서 돌고 있다. 무한히 긴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과 같은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초기값에 관계없이 해는 반드시 두 개의 눈구멍 주위를 돌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던 두 점이 차츰 멀리 떨어져 나가고 끝내는 두 구멍중의 어느 쪽 둘레를 돌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즉 카오스 상태가 된다.
사례 2 : 로렌츠의 물레방아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양동이가 달린 물레방아가 있다고 하자. 위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면 양동이는 물을 흘러내리면서 돌아간다. 그러면 물레방아는 과연 어느방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예측해보자.
물레방아는 어쨌든 한 쪽 방향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양에 따라서 물레방아의 회전방향은 바뀐다.
① 유량의 속도가 느리면 수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② 물의 양이 늘어나면 물레방아는 어느 한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③ 물의 양이 계속 늘어나면 물레방아는 더욱 빨리 돌게 되고 양동이 내의 물을 미쳐 흘러 버리기도 전에 반대편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다시 회전 속도가 저하되면서 결국에는 회전의 방향이 바뀐다. 이런 식으로 회전의 방향은 규칙적으로 바뀐다.
④ 더욱 수량을 증가시키면 물레방아의 회전은 점점 복잡한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은 제멋대로 돌기 시작한다. 즉 카오스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례 3 : 로지스틱 사상 ( 박테리아의 번식 )
단순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박테리아의 개체수의 변화를 살펴보자. 한 마리의 박테리아가 1분에 두 마리씩 분열한다면 박테리아의
수는 간단한 결정론적인 법칙이 적용된다. 분 후의 박테리아의
개체수
는
으로 표시되며, 초기치만 주어지면 각 시간마다 박테리아의 수가 유일하게 결정된다. 만약에 박테리아의 분당
번식률을 두 배로 정하지 않고
배라고 하면 다음 1분후의 박테리아의 개체수는
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박테리아가 배양되고 있는 실험실의 유리그릇 안에는 영양분의 한계가 있다는 조건을 감안하면, 박테리아의 증식은
어느 한계선에서 억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테리아 개체수 증가의 방정식은 이 된다. 여기서
은
박테리아가 증식하면 그들의 개체수가 많아져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때문에 번식률이 저하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번식률
를 변화시켜 보면, 박테리아 개체수에 미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번식률과 최초의 박테리아 수는 자연수이지만
계산의 편의상 소수를 도입하였으며, 엑셀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그래프를 만들었다.
■ 번식률 a = 0.8 인 경우
번식률이 1 이하인 경우에는 박테리아 개체수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 물론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개체수는 결국 0 에 수렴하며, 이는 박테리아가 멸종됨을 뜻한다.
■ 번식률 a = 2.5 인 경우
번식률이 1보다 크기 때문에 개체수가 증가한다. 그러나 계속 증가하지 않고 0.6 에 수렴된다. 이처럼 일정값에 수렵하는 이유는 개체수가 어느 적정한 수에 이르면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같아져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 번식률 a = 3.1 인 경우
번식률이 3 이상인 경우에는 일정값에 수렴하지 않고 0.6 과 0.78 사이에서 진동한다. 이처럼 두 개의 값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주기분기점이 발생했다고 하며, 두 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요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 번식률 a = 4 인 경우
번식률을 계속해서 증가시키면 반복되는 주기점은 2개에서 4개 8개 ... 로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가 4.0을 넘어서면 이제는 불규칙한 수들이 나열된다. 다음 세대의 개체수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분명하게 결정되지만 아무런 규칙성이 없이 멋대로 진동을 한다.
번식률에 따라 개체수의 변동 양상을 나타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된다.(그림에서는 번식률이 r 로 표시되어 있음) 번식률이 3 이하인 경우에는 궁극적인 개체수가 결정이 되지만 3 이 넘어가면 2개의 주기를 가지고 요통을 치며, 번식률이 올라갈수록 주기점은 점점 늘어난다. 결국 번식률이 4 를 넘어서면 규칙성이 없이 멋대로 진동을 시작한다.
즉 박테리아의 개체수는 카오스 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례 4 : 포앵카레(Poincare)의 삼체문제
1887년 스웨덴의 국왕 오스카 2세는 "태양계는 과연
안정된 상태인가" 라는 천문학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2만 5천 크라운의 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태양과 9개의 행성, 그리고 소행성과 수많은 위성들이 안정된 궤도를 계속 돌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하나가 궤도를 이탈해 버릴 것인가? 를 묻는 문제였다.
프랑스의 수학자 포앵카레는 이 문제에 대하여 연구하는 가운데 태양계의 운동을 규정하는 뉴턴의 방정식이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이러한 것이다. 가령 지구의 공전궤도에 대하여 계산하기로 하자. 사실은 지구의 공전궤도는 태양 뿐 아니라 달이나 그 밖에 행성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뉴튼의 법칙을 적용하는데 태양과 지구만을 고려한다. 왜냐하면 고려하여야 할 대상이 세가지 이상이 될 경우에는 뉴턴 방정식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질량이 똑같은 세 개의 행성이 정삼각형의 세 꼭지점에 있다고 하자. 이들 세 천체에 작용하는 인력권은 정삼각형의 무게 중심에서 평형을 유지한다. 이 때 세 천체 사이를 연료가 떨어진 우주선이 지나가게 되면 어떤
궤도를 그릴까?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이끌려 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세 개의 인력권이 그리는 도형이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프랙탈적인 인력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력권의 어느 부분을 확대해 보아도 원래 모습과 닮은 구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된다. 이 때문에 우주선의 궤도는 복잡하게 된다. 삼체문제가 이 정도로 복잡한데, 태양계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체문제이다. 따라서 행성이 만드는 인력권은 카오스적인 양상을 보인다.
카오스의 특징 1 : 초기조건의 민감성 (나비효과)
프랑스의 수학자 아다마르(Hadamard)는 자연현상을 묘사하는 방정식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하였다.
① 해의 존재성 : 초기조건을 알면 미래에 관한 방정식은 반드시 풀린다.
② 해의 유일성 : 현재의 상황이 분명하면, 방정식의 해는 꼭 한 가지로 정해진다.
③ 해의 안정성 : 현재의 상황이 조금 변할 때, 방정식의 해(미래의 모습)도 그에 대응해서 조금만 변화한다.
하지만 해의 존재성은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 해의 유일성은 양자역학에 의해서, 해의 안정성은 카오스 현상에 의해서 무너졌다. 지금부터 우리는 해의 안정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앞서말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서 유추할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로렌츠(Edward Lorenz)는 대기의 순환을 예측하기 위하여 기온과 기압에 관한 방정식, 기압과 풍속에 관한 방정식 등 12개의 결정론적인 방정식을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였다. 그 프로그램은 워낙 많은 양의 정보처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번 프로그램을 돌리면 일주일 동한 컴퓨터가 계산하는 것이었다.
어느날 연구실에 정전이 되어 컴퓨터가
동작을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그때 까지의 계산결과가 0.375485 가 나타난 것을 보고 0.37548 을 초기값으로 입력한 후 중간에서 계산을
다시 시작했다. 그랬는데. 그 결과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1/10,000 의 근소한 차이가 갈수록 증폭되어 걷잡을 수 없이 그래프를 흐트려 놓았던 것이다.
로렌츠는 자신이 발견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두 상태가 시간이 흘러 궁극적으로는 크게 상황이 다른 상태로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태를 관찰하는 데 어떤 오차가 있다면 어떤 실제 계에서도 그러한 오차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카오스의 특징 2 : 단순한 규칙에서 복잡성이 출현한다
앞서 "프렉탈에 대하여(Abour Fractal)" 에서는 단순한 규칙을 반복하여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진 프렉탈 도형으로 발전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위에 언급한 네가지 사례에서 보았듯이 간단한 규칙을 되풀이 함으로써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보를 가진 카오스 현상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카오스 현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시스템이든, 복잡한 시스템이든 하나의 변수를 바꾸어 가면 일정한 경로를 거쳐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카오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카오스가 무질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무질서는 질서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카오스는 결정론이라는 흐름 안에서 무질서 직전의 상태이다. 이것은 시간과 더불어 질서 → 질서의 붕괴 → 카오스 출현 → 무질서 순으로 전이됨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카오스는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상전이를 뜻하는 것이다.
카오스 이론의 중심적인 통찰력은 수학적으로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계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운동양상을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론에 관심을 갖는 큰 이유는 불안정한 비주기적 운동이 수학적으로 간단한 계들에서 나타난다는데 있다. 이러한 계들은 몇 개의 미분방정식이나 차이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간에 결정론적인 계이다.
예측 불가능성에 대하여 (나비효과와 관련하여)
우리가 비록 자연법칙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초기 상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사치' 에 불과하다. 초기상태의 근사치와 같은 정확도로 다음 상태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조건의 민감성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은 리아푸노프 지수와 연관되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카오스 계에서 유용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 초기조건이 명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나타난 작은 오차가 나중에 거대한 오차를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예측은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카오스의 초기조건의 민감성으로 인한 예측불가능성은 양자역학적 예측불가능성이 개입되면 모든 논의는 중단되고 게임은 끝난다.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하여는 불가능성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아야 알 수 있다.
불가능성이란 말에는 다음 세가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① 논리적인 불가능은 가능자체가 논리적 모순을 담고 있는 경우이다. ② 이론적인 불가능은 가능자체가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경우이다. ③ 실제적인 불가능은 말 그대로 현실적인 불가능한 경우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양자역학적 관점으로서의 예측불가능성은 이론적인 예측불가능을 보아야 하다. 그것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명확히 정해지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자연이 그러한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오스계는 어쨌든지간에 결정론적인 계이며, 초기조건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예측은 가능하다. 따라서 카오스의 초기조건의 민감성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은 실제적인 불가능성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무엇인가?
유체의 난류 흐름의 거대한 계인 지구의 대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2015 년에 처음 발생하는 태풍으로 인하여 소양강 댐의 수위를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 이것을 예측하기 위하여는 아마도 은하계에 있는 전자들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가 요구된다. 이것은 불가능할 정도의 정확성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정확성을 가질 수 없는 한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론불가능을 단순히 실제적 한계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스티븐 캘러트는 칸트의 용어를 빌어 '선험적 불가능' 이라는 제4의 개념을 제안하였으나 그것에 대한 설명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결정론적인 계와 예측가능한 계를 동일한 계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이름이리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카오스 현상은 결정론적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카오스 계는 예측가능한 계와 결정론적인 계를 이간시켰다. 결정론적 이라는 개념이 예측 가능성을 내포하지 않으며, 예측 가능성이란 개념도 결정론을 내포하지 않는다.
결정론의 의미
결정론의 직관적 개념은 세계가 활동사진 필름과 같다는 말로 요약될지도 모른다. 화면에 지금 비취지고 있는 장면은 현재이다. 이미 비취진 필름의 부분들은 과거를 구성한다. 그리고 아직 비취지지 않은 부분은 미래를 구성한다. 필름에서 미래는 과거와 함께 존재한다. 과거의 똑같은 의미로 미래는 고정되어 있다. 비록 관객이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과거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미래도 존재하므로 미래는 과거와 똑같이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확실하게 알려져 있을 수도 있다. - Popper -
결정론의 여러 가지 의미를 구조적으로 다음 네 단계로 나타낼 수 있다.
① 미분동역학 : 현재 계의 존재방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미분방정식들에 의해 다음 순간에 있을 방식을 결정한다. 이것은 (미분가능한) 동역학적 계인 카오스 이론의 핵심 연구과제이다. 카오스 계는 이 정의에 의하여 결정론적이다.
② 독특한 진화 : 어느 순간에 두 세계가 모든 것에서 일치한다면, 그것들은 다른 모든 시간에서도 일치해야한다. 결정론적인 계에서 한 순간의 완벽한 설명은 과거와 미래를 고정시킨다.
③ 값의 결정성 : 계의 모든 속성들, 즉 물리량들은 잘 정의된 실수값을 갖는다.
④ 완벽한 예측가능성 : 전지(全知)한 지성을 가진 존재가 어느 순간에 계의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미래의 완벽한 예측은 가능하다.
카오스는 물리적으로는 ①, ②, ③ 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결정론적이지만 계들은 완벽하게 예측될 수 없다. 하지만 카오스계가 결정론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양자역학적인 관점이 개입되면
게임은 끝난다. 양자역학은 하나의 입자로 이루어진 계가 상태공간에서 한 점의 상태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계에 관한 물리적 정보의 총체는 오직 최소 한계를 갖는 유한한 영역의 작은 구획으로 규정할 수 있다. 카오스 이론은 약간 다른 초기조건을 가진 두 개의
동일한 카오스 계가 초기의 차이가 얼마나 작든지 간에 결국은 서로 크게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몰리적으로 동일하며 동일한 경계조건과 법칙을 갖는 두 카오스 계에서는 의 순간에 동일한 상태에 있는 각 계의 한 개의 입자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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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다른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즉 진화의 독특성을 가는 결정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카오스 동역학은 양자역학적 계의 작은 불확실성을 엄청난 변화로 확대한다. 어떤 의미에서 카오스계는 카오스 계와 결합되어 일상의 효과에 관찰할 수 없는 변화를 증폭시키는 양자계의 측정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죽이는 장치가 매우 작은 변화에 민감할 정도의 충분한 불안정성을 가져야 함을 기억하라.
결정론과 비결정론(질서와 무질서)의 경계
결정론적인 계와 비결정론적인 계는 직관적으로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결정론적인 역학계에서 비결정론적인 법칙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결정론적인 역학계에서는 전단계의 결과가 원인이 되어 다음 결과를 유도하며 이러한 인과의 사슬은 계속된다.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며 이며, 이것은 최초의 원인인
가 결정되면
인 수열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좌측 그림에서 삼각형의 아래변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죄측을 A, 우측을 B 라고 하자. 그러면 처음 출발점을 임의로 잡고 정사각형을 이등분하는 사선을 향햐여 움직여보자. 그리고 사선과 만나는 점에서는 삼각형의 변으로 꺽고, 다시 사선으로 꺽고, 다시 삼각형의 변으로 꺽고를 반복하자. 그러면 삼각형의 아래변에는 순서대로 1,2,3,4,5,6,7,8,9 .....인 삼각형 아래변을 거쳐갈 것이며, 이것으로 A, B, B, A, B, B, B, B, A, ...... 인 수열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수열을 나타내는 방식을
라고 하자. 이것은 결정론적인
수열이다.
비결정론적 예로 대표적인 것이 동전던지기가 있다. 이것은 독립시행으로서 오로지 우연에 의하여 수열이 생성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A, 뒷면이 나오면 B 로 표시한다고 하자. 그러면 A, B, A, B, B, B, A, B, A, A . . . . . . . . . 과 같은 무한한 수열을 얻을 수 있다.
동전던지기를 무한히 시행하여 나온 수열을
으로 나타내기로 하자,
는 A
또는 B 의 어느쪽이다.
라는 것은 A, B를 나타내는 모두, 어떤
방식이든 나타낸다고 간주한다. 이것은 인과관계가 없는 비결정론적 수열이다.
이럴 경우 A 또는 B 로 되는 기호열이 되는 궤도 에 대해서 어느쪽인가가 대응한다. 즉 앞에서
로 나타낸 것의 실례가 대응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역도 성립힌다는 것이다. 그 역이란 다음과 같다.
동전을 무한히 던져사 앞이 나오면 A, 뒤가 나오면 B라 하여 이 무한시행을 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1개의 기호열을 얻게될 것이다.
이 임의의 수열에 대하여 모든
에 대하여 동등한
수열을 구할 수 있는 초기값
를 구할 수 있다. (증명은 생략.. 나의 능력 밖)
이 것은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질서도 카오스의 한 단면이며, 카오스의 존재 양식의 하나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완벽한 질서 속에서도 얼마든지 혼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역으로 혼돈 안에서도 한 가닥의 질서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무질서와 질서,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장자가 본 카오스
우리는 뉴턴 역학의 세계에 길들여져 있지만
실제의 자연현상은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담배꽁초로부터 흘러나온 연기는 규칙적으로 올라가다가 나선형으로 돌며 불규칙하게 공기중에 흩어진다. 풍선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고 그 주둥이를 놓으면 풍선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한
운동을 보인다. 수도에서 나오는 물도 유속이 작으면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만 유속이 커지면 카오스가 된다. 커피 잔 속에서 크림이 뜨거운 커피와 격렬하게 섞이는
현상, 기상이 안 좋은 날 비행기의 고도가 갑자기 떨어지거나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때의 기류 흐름, 에너지 손실이 없는 당구대 안에서의 당구공의 운동방향에서 조차도 카오스는 발견된다.
추상적인 기호들 사이에 관계를 연구하는 수학과는 달리, 역학은 현실적인 물리적 현상이 연구의 대상이다. 물론 물리적인 세계에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것은 아니며, 연구를 쉽게 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요인은 제거하고 보다 단순한 세계를 재구성한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마찰, 점성 공기저항 등과 같은 요소들이 실제로는 전체 운동을 지배하는 '야전 사령관' 노릇을 톡톡히 한다.
간단하고 결정론을 따르는 법칙들이 반드시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한 현상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카오스 현상으로 인하여 자연현상은 다양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대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어도 살아숨쉬는 실상은 파악할 수 없다.
옛날 남쪽바다에 '숙', 북쪽 바다에는 '홀', 중앙 바다에는 '혼돈(渾沌)' 이라는 황제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숙과 홀은 혼돈의 땅에서 만나 혼돈에게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숙과 홀은 혼돈의 대접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들은 말했다. "사람에게는 일곱구멍이 있어
이로써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쉴 수 있다. 그런데 혼돈은 이런 구멍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그들은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고 마지막 날 일곱구멍이 완성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장자, 응제왕편 -
인간은 유일하게 자신을 인식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인식은 필연적으로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만 가능하다. 세계에 대한 인식은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가능하며, 이것이 불가능한 혼돈은 인간에게는 두려움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는 혼돈 그 자체이다. 일찍이 장자는 질서를 통하여 세계를 인식하려는 인간의 방법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가 필연적이라함은 그것이 세계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 특유의 인식방법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