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대회-한국시 미래콘서트
시인들, 무산을 만나다
2023.5.20.(토). 서울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무산선원(霧山禪院)’에서는 <시인들, 무산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시인협회 행사가 열렸다.
문단원로인 이근배 시인(전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신달자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이건청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나태주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권영민 평론가(서울대명예교수), 정현종 시인(연세대 명예교수), 김송배 시인(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 한분순 시인(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이숭원 평론가(서울여대 명예교수) 등을 비롯,
100여 명의 시인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특히 미국 하버드 대학 한국문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매켄 명예교수도 참석하여 행사를 더욱 뜻깊게 했다.
무산선원은 2018년 입적한 ‘무애(無碍)도인’ 무산스님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선양하는 공간이다. 생전 문화예술을 각별히 아꼈던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문화예술인들이 언제나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든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과거 홍련사라는 작은 암자를 리모델링해 태어난 무산선원은 약 660㎡(200평) 부지에 작은 법당과 강당 등 두 개 동으로 이뤄졌다.
법당 좌우와 뒤편 벽면에는 무산스님이 생전 남긴 그림을 복원해 누구나 법당 주변을 돌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강당에는 스님이 남긴 그림 10여 점과 유골함, 가사(袈裟)가 전시돼있다. 시조와 그림에 능했던 스님 작품에는 사람들이 화합하며 차별과 분별이 없는 세상에 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마당에 있는 석조 불상 옆에는 약 2m 높이의 성모마리아상이 세워져 있다. 누구나 종교 구분없이 선원을 찾아와 안온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종교 간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사)한국시인협회, (사)한국문화예술저작권협회,(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약회가 공동 주관했다. 5월 20일 14시부터 16시까지 진행된 행사에서는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사회로, 시인이기도 했던 무산스님의 대표시 <절간 청개구리>, <산창을 열면>, <내 삶은 헛걸음>, <침목>, <나의 삶> 등이 낭송됐다.
나의 삶/무산 조오현
내 평생 찾아다닌
것은
선의 바닥줄
시의 바닥줄이었다
오늘 얻은 결론은
시는 나무의 점박이결이요
선은 나무의 곧은결이었다
초대가수 유현상 씨가 <너라서>, <여자야> 등을 불러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정현종 시인의 <시와 함께 살다> 문학강연과 자작시 낭송에 이어, 나태주, 최금녀, 박무웅, 안지은, 김종태, 우정연, 곽효환, 곽인숙, 이규형, 이노나, 김수복 시인 등의 자작시 낭송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풀꽃> 시 등 서정적, 감성적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이번 행사에서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고 하는 삶의 좌우명 같은 시를 선보였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중략)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주최측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점심식사와 각종 차, 시내 한복판인데도 깊은 산사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무산선원’에서 시인들은 오후 반나절 생전 무산스님의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되새기고, 차향(茶香)과 시향(詩香), 그리고 숲의 향기를 함께 즐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글,사진/임윤식)
*위 글 중 '무산선원' 소개 부분은 <불교저널> 2022.9.18일자 기사에서 인용한 것임.
https://www.youtube.com/watch?v=60b7Yjn6YY4&t=39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