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늘어나면 척추·무릎 관절 충격 커져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 흔히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먹을 것이 흔치 않던 옛날에는 알찬 햇곡식과 탐스러운 과일 등 각종 수확물이 비교적 넉넉한 이즈음이나 돼야 몸에 살이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현대인 역시 가을이 되면 비만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입맛이 당기고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되기 때문. 쌀쌀한 날씨로 인해 열량 소비가 줄고 지방층이 두터워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제철 과일 등 풍부해진 먹을거리는 비만을 부채질하게 된다.
이같은 비만 혹은 과체중은 척추가 약한 사람에게는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 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태를 악화시키는 독과 같다. 대구 우리들병원 안용 병원장으로부터 가을철 비만이 부를 수 있는 척추의 위험성과 예방, 치료법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비만이 부르는 척추 질환들
비만이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척추가 받는 하중을 늘리기 때문이다. 척추 관절과 무릎 관절 등은 체중에 따른 하중을 견디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몸무게가 늘어나면 그만큼 충격도 커지게 된다. 체중이 1㎏ 증가하면 척추가 받는 부담은 그 다섯 배인 5㎏까지 늘어나 질환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노화에 따라 척추뼈와 디스크가 이미 약해진 경우라면 힘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척추 근육의 약화다. 비만은 근육의 힘과 기능을 약화시켜 척추 질환을 부를 수 있다. 척추를 둘러싼 근육은 흔히 돛대에 비유되곤 한다. 척추가 인체라는 배를 움직이는 돛대라면 척추 근육은 그것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며 우리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밧줄의 기능을 한다. 이처럼 척추 뼈가 올바른 정렬을 유지하며 유연하고 힘있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5년 북미 척추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척추 전문의의 87%가 비만을 허리 통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또한 대다수 전문의가 비만 환자의 체중 감소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비만 환자들은 디스크 치료 후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학회에서는 비만이 퇴행성 디스크, 척추 전방 전위증, 디스크 파열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요통 환자는 허리 통증과 불편함으로 인해 움직임을 줄이려는 경향이 많다. 운동 부족은 결국 비만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체의 근육과 인대를 약하게 만든다.팔이나 다리에 깁스를 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1~2개월 뒤 깁스를 제거한 해당 부위가 반대편보다 얇아진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몸의 근육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만으로 인해 운동량이 줄어든 사람의 허리 근육은 약해지게 되고 척추 역시 그만큼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생활 습관 바꾸고 꾸준히 운동해야
진료실에서 보는 많은 환자들이 체중을 조금만 줄여도 허리 통증이 가벼워졌다고 좋아하곤 한다.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이 줄면 허리에 가는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근육까지 강화되는 이중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센타르라는 장비를 통해 비만 환자들의 허리 근력을 측정해보면 정상인에 비해 부위별로 약해져 있는 결과 수치를 보인다. 이 장비는 허리 근육을 앞뒤좌우 등 8개 부위로 나누어 각각의 근력을 숫자로 보여주는데, 그에 해당하는 맞춤형 운동을 1개월 정도 진행해 근육을 강화시키면 요통이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에는 생활 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식단 관리를 통해 식사량과 칼로리를 제한하는 기본 사항 이외에도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는 앉지 말고 서서 갈 것을 권한다. 마트에서는 카트보다 바구니 이용하기, 평소 걸을 때 속도를 좀 더 내기, 외식 후 노래방으로 마무리하기 등 생활 속에서 의도적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허리 건강에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빠르게 걷는 운동을 매일 30분 가량씩 꾸준히 해 줄 것을 권한다.
비만으로 인한 척추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일단 허리가 약해진 사람은 잘못되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전문 병원을 찾아 본인의 상태에 맞는 방법과 강도의 운동을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 척추 전문 병원에서는 정밀한 진단을 거쳐 다양한 운동법을 제공해 효과적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허리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표적인 것이 센타르와 자이로토닉 운동법이다. 이 중 자이로토닉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기르며, 체중 감소 효과까지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수하게 고안된 기구와 전문가의 일대일 관리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발달된 근육이나 체지방을 조절하며 약한 부위는 한결 탄력있고 강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