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
매주 금요일 저녁 모여 식사 후에 서로의 삶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공유한다. 매주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 찬송을 부른다. 중고등학교 때 불렀던 가스펠이 종종 나온다. 30년 만에 부른다. 설교 말씀 하나하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설교를 들으며 <나는 왜 기독교인이 되지 못할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2때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읽었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사라마구의 <카인>,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런 글들이 내 반감의 기저에 있을까?
이것들은 곁가지일 뿐, 근간이 아닌 거 같다. 핵심은 이것. 나는 거룩하고 간절하게 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그런 고백들이 너무 불편한다. 내 인생은 내것. 하나님께 드리고 싶지 않다.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며 살고 싶지 않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영화 보고 적당히 취하며 살고 싶다.
아무튼, 이곳에서 크리스찬들과의 삶은 나쁘진 않다. 답답하긴 해도 선한 사람들이거나 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니,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 아이들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혹은 성인이 되어 어떤 삶을 선택할까. 크리스찬이 되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종교에 적.당.히. 세뇌되어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를 반성하고, 종교적 윤리적으로 살려고 한다. 음주가무를 멀리하고 가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행복해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그렇다.
2. 정치
윤석렬이 당선됐을 때, 나는 이명박. 박근혜 보다 떠 쓰레기가 당선됐다고 절망했다. 박근혜의 무식함과 이명박의 비열한 폭력성을 모두 갖춘 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 환멸했다. 결국은 부동산에 정신나간 수도권의 30,40대 때문에 윤석렬. 김건희가 청와대 들어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역겨웠다. 한국의 중산층이.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장할 때부터 환멸을 느꼈던 거 같다. 20대부터 한번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뽑은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 문재인. 이재명. 내 선택은 항상 이쪽이 아닌 저쪽이었다. 정동영을 찍은 건 사실 후회한다. 그냥 투표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 퇴임 시기 즈음 때부터 환멸을 느꼈던 거 같다. 나는 사실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 이명박근혜가 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끊어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 시기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재명을 좋아한다. 그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어린시절 공장에 다녔던 그의 가난이
대학을 다니고 결국은 변호사가 되어버린 그이 총명이
눈이 돌아가면 형수에게 그런 욕을 해버리는 그의 광기가
법이고 뭐고 신천지 그냥 처들어간 그의 분노가.
나는 좋다.
3. 일상
12월 23일부터 1월 4일까지 20여일 간의 휴가를 받았다. 공장에 다니니 이런 게 좋다. 아이들과 질리도록 함께 있다. 휴가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혼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잘 지키고 있다.
와이프의 짜증에 순간 마음 속으로 순간 울컥 하기는 했지만 잘 피해다녔다.
와이프와 26년 가을에는 한국에 복귀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따라서 월급 280 받는 회사는 여전히 화두이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힘든 회사를 계속 다닐 이유가 없지만, 딱히 못 다닐 만큼의 수준은 아니기에 우선 6개월 다녀 보려고 한다고 계속 다짐하고 있다.
이 정도 돈이면 그냥 벌지 말고 나중에 한국가서 좀더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과 그래도 여기서 돈 벌지 않고 쓰기만 하면 불안하니 좀만 더 고생하자는 마음이 공존한다.
얼마전 이런 말을 들었다. 인생은 사고를 치고 수습하는 것의 연속이다. 사고를 쳤으니 현명하게 수습을 해야 한다.
아무튼 올해는 퀘벡과 스페인을 가고, 내년에는 화와이를 갈 예정이다.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