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브리프_2022-1호
정부의 ‘유류세 감면’ 연장 검토 비판
대중(공공)교통 이용객과 노동자들은 유류세 감면이 아니라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재정 운용을 원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에 분석한 자료(에너지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18년의 유류세 인하는 소득계층별로 상이한 귀착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유한 계층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계층에서는 그 혜택이 미미했다. 이는 현 정부의 유류세 감면 정책이 사실상 자가용 소유자 중에서도 자가용 이용의 의존이 높은 일부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소득역진적인 정책임을 보여준다. |
요약
최근 개최된 제5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올해 4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유류세 한시적 감면에 대하여 연장 검토하겠다는 논의가 나왔다. 현행 유류세 감면은 자가용 이용자에게만 배타적으로 혜택을 귀착시키는 소득역진적인 정책이자, 기후위기에 따라 감축해야 하는 수송분야의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부정적 효과를 늘릴 뿐이다. 현재와 같이 일괄 감면 방식보다는 오히려 조성된 유류세의 사용방식을 바꾸는 것이더욱 합리적이다. 따라서 4월에 유류세 감면을 일몰시키고 현행 유류세 지출 구조를 바꿔서 공공교통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출 개혁을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1. 유류세 감면의 기본 논리
지난 2021년 11월 12일 출고분부터 휘발유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조치가 시행중이다. 이 조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유류세 인하 조치이다. 1%당 감액 효과가 1년에 1200억 원 상당이라는 수치가 보도된 만큼, 20%의 인하는 1년에 약 2.4조원에 달하는 감세의 의미가 있다. 6개월 가량의 기간동안 이어지는 감세인 만큼, 이는 약 1.2조원의 세수를 포기하고,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인해 가중되던 휘발유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를 정부가 취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휘발유 사용자는 누구인가? 휘발유는 거의 전량이 승용차에 사용된다. 따라서 휘발유 유류세 인하는 승용차 사용자만을 배려하는 감세 조치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돈은 어디에 쓰이는가? 유류세의 대부분은 교통환경에너지세이며, 특히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이 붙는다. 이 세금은 그대로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들어가 도로, 철도 시설의 신설과 유지보수에 사용된다.
이는 유류세 인하는 곧 교통시설의 건설보다는 승용차 사용자들의 부담 경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조치였다는 뜻이다. 이 자체는 타당한 판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의 대응 자금이 필요하다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고, 이를 위해 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도로, 철도 시설의 신설을 축소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재정 운영 방법이기 때문이다.
2. 위기에 빠진 대중(공공) 교통: 공공기관과 이용자 시민
그렇지만 이는 교통 시스템 내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양극화에는 눈을 감는 재정 운영 조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힘든 상황을 맞이한 것은 각급 대중교통 사업자들이다. 승객은 격감했지만, 그럼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시공간적으로 안정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운행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 도시철도, 버스, 그리고 공영과 민영을 가리지 않고 이들 사업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코로나19 3년차를 버텨야 한다.
이러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책임을 지방정부 등에게 떠넘기면서 단기적인 위기 해소를 위한 자금 지원조차 거부하고 있다. 막대한 초과 세수가 기대된다는 보도를 여기에 겹쳐보면, 재정당국은 단순한 재정건전성 신화에 빠져 우리 사회의 분배를 개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돈조차 쓰지 않으려는 구두쇠 같은 행태를 보이는 행위자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3. 유류세 감면의 역진성, 비효율성, 반환경성
앞서 휘발유 유류세 감면은 승용차 사용자를 배려하는 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승용차 이용자는, 공공교통 이용객에 비해 통상 소득이 높다. 여기에 재정당국이 대중교통 사업자의 긴급 지원 요구는 사실상 묵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겹쳐 보자. 재정당국은, 지금 교통 부분에서 역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중교통은 불가피하게 운행 조건이 악화되고 있고, 따라서 이용객의 생활 조건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 승용차 이용객은 지출 비용을 보전받고 있기 때문이다. 분배 조건을 악화시키는 이러한 조치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조치는 대중교통보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을 더 유리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빠진 시민들은 대중교통에서 탈출하여 승용차로 옮겨간 경우가 다수 있다. 이로 인해 가중되고 있는 도로의 혼잡은, 대중교통의 서비스 악화와 승용차의 운행 비용 하락이 겹치면 더욱 더 가중되게 마련이다. 승용차 이용객의 지출 약간을 아끼려다, 교통 시스템 전체의 효율이 저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악화된 효율은 교통 시스템의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게 된다. 지난 20년간, 승용차의 차량 주행거리당 탄소배출량은 답보 상태를 보여주고 있고, 그와 함께 전체 주행거리는 계속해서 증가했으므로 결국 승용차로 인한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유류세 감면으로 운행비용 상승을 막는 것은 이 경향을 강화하는 조치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유류세 감면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과는 완전히 정 반대로 가는 조치일 뿐이다.
4. 코로나19를 공공의 교통 주도권을 강화할 기회로 삼으려면 유류세의 사용 방법을 바꿔야 한다
역전적이고, 비효율적인데다, 반환경적이기까지 한 유류세 감면 조치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행된 이유는 결국 현재의 교통 재정 체계가 매우 경직되어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휘발유와 경유에서 거둔 유류세의 대부분을 건설과 유지보수에만 투입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교통 재정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바로 유류세를 공공교통 사업자에 대한 긴급 지원에 활용하는 데 있다. 더불어 이후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를 대비해 운영에 유류세를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21년 11월의 한시적 감면 조치로 감면된 유류세 세수는 6개월 약 1조 원, 1년으로는 약 2조원이다. 이 액수는 위기에 빠진 공공교통 사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는 액수인데 반해, 재정당국이 흔쾌히 감액에 동의할 정도로 재정운영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한 금액이다. 문재인 정부 5년 전체에 걸쳐, 교특회계로 유입된 자금 가운데 수조 원은 “공적자금관리기금”이라는 형태로 다시 회계를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앞으로도 이 정도의 액수가 대중교통 운영에 투입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는 이 자금이 부실하거나 부패한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러들어가 낭비되어 값어치 없이소모되어 버리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려면,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자금 투입의 조건으로 공공이 교통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야만 한다. 버스공영제의 확대나 민자철도의 공공 인수 등이 바로 이러한 주도권 확보의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요구한다.
- 재정당국은 이미 감세 조치를 통해 대중교통에 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밝혀진 액수를 기준으로 대중교통 사업자에 대한 긴급 지원 및 향후 운영 지원액을 설정해야 한다.
- 이러한 지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지원금을 바탕으로 공공 주도권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가 시급히 구성되어야 한다.
작성: 전현우 정책위원(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거대도시 서울 철도>(워크룸프레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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