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병영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최근 군에 불미스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또다시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60만이 넘는 군대에 온갖 사고가 있을 수 있다. 군대는 전쟁을 하는 특수집단으로 나름대로 군기와 규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때로는 얼 차례나 고된 훈련도 따른다. 그러나 상식을 초월한 비인격적인 구타 폭언, 총기, 성추행 등 군기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윤 일병 폭행사건은 지난 4월6일 부대 PX에서 사온 냉동식품을 나눠먹던 중 선임 병에게 가슴 등을 폭행당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사망을 하였다. 군은 4월 9일 단순폭행 사건으로 처리하고 전 부대에 폭행, 폭언 등 병사 관리 실태를 조사하여 병영부조리 3900여건을 발견하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不信)이다. 특히 군에 자식을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한집안 형제들과 학교 동료들도 다툼은 있다. 생활환경이 다르게 성장한 동료들과 상하관계로 조직된 군대에서 조그만 사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필요시 국민에게 소상히 밝혔으면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유사 사건이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윤 일병 사건은 지난 4월에 발생한 것을 지금까지 은폐했던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으며 군에서도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미 사단장이 직위 해제되고 육군 참모총장까지도 사의(辭意)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국방부장관도 8월 2일 군 지휘관을 소집하여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1)전군차원의 병영 내 ‘구타. 가혹행위 색출 근절 작전’ 시행 (2) 보호 관심병사 관리시스템 개선사항 조기 시행 (3) 병사 고충신고 및 처리시스템 전면개선 (4) 민. 관. 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운영 등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4일에는 윤 일병 사건에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고 ‘우리 군은 입대한지 120일 만에 순직한 윤 상병 (5월8일자 상병 추서)의 희생과 교훈을 입지 않겠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진 병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군 관련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군대는 말단 병사부터 장성급 까지 군기문란, 도덕성이 실종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군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자식들의 입대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걱정이다. 그러나 병역은 국민의 헌법상 의무다. 군은 국민의 이번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지휘관의 무사안일주의, 보신(保身)주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관행을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사회 가치가 다원화 되면 병영문화도 유연해져야하며, 시대조류에 맞게 교육훈련도 시키고 동기(動機)도 부여해야한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종래의 무비판적 조건 반사적 복종만 강요하는 병영문화도 개선해야 하며, 기본적 인권위에 군기가 확립되어야한다.
전투실패도 아니고 병사관리 부실책임으로 오랜 전투경륜을 쌓은 고급지휘관들의 전력 상실이 안타깝다. 이번 윤 일병의 사건으로 군은 뼈를 깎는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론도 군의 현실과 사기(士氣)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보도해야한다. 죄 없는 자식들을 군에 보낸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가 하루속히 여물고, 이러한 불미스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질 않기를 간절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