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BXNKCnvagcg&t=24s
늦게온 소포 : 고두현 / 남기선낭송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해동된 겨울은 모락모락 녹고
남녘 꽃소식은 들려오는데
그리운 어머님안부는
영 들을 길이 없습니다.
“고생 만았지야~”
다독이시던 그 말씀 한마디면
가슴에 이 서러움이 다 가시겠건만.....
이 봄날
늦게 온 소포에 어머님 정담을 더해 올립니다.
평안하시길....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고정희
어제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끄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미움을 지워내고
희망을 지워내고
매일 밤 그의 문에 당도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러나
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완강한 거부의 몸짓이거나
무심한 무덤가의 잡풀 같은
열쇠 구멍 사이로
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돌아서면 그뿐,
문 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고
문밖에는 내가 오래 서 있으므로
말 없는 어둠이 걸어 나와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모든 길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술 한잔 권했습니다
하늘이 내게도 술 한잔 권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때
하늘에서 술비가 내렸습니다
술비 술술 내려 술강 이루니
아뿔사,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아마 내일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아마 모레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열리지 않는 것은 문이 아니니
닫힌 문으로 나는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