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SPC 파리바게뜨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사측과 노조, 노조(민주노총)와 노조(한국노총)간 갈등으로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소비자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가맹주주들은 갈등 후폭풍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고 갈등이 언제쯤 마무리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업계는 "SPC그룹이 포켓몬 빵 출시로 제품 호황기를 맡고 있지만 내부 악재로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파리바게뜨 배임 고소 1년' 경영진 수사 지지부진에 노조 울분 - 대학생 사이에서 불매운동 확산 중...사태해결 촉구 회견 열려 SPC그룹 본사 앞에는 제빵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주도의 '릴레이 단식'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지난 16일 서초동 본사를 찾았을 때도 사옥 앞에는 5명의 노조원이 항의글이 적힌 조끼를 입고 주변에 서 있었다. 이들 주변으로는 '7만 사무금융 노동자가 함께 파리바게트 노조탄압에 맞서겠습니다. 악덕자본 SPC는 노조탄압 중단하라', 'SPC그룹의 노동탄압 인권탄압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등의 응원 플랜카드도 걸려 있었다.
- 노사 갈등 끝 안보인다 이들은 지난 2018년 불법파견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됐던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제빵사들의 노동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불법·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공식 사과 ▲불법 행위자 처벌 ▲노동자 휴식권 보장 ▲노조 활동 보장과 교섭권 보장 ▲승진 차별 원상 회복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 등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SPC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노사 협의안 중 법적인 문제가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 모두 수용했는데도 노조 측이 이를 불응한 채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에도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는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파괴 업무방해 행위 등의 수사가 1년이 다 되도록 지연되고 있다"며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를 규탄했다.
해당 사건 고소인의 대리인인 손명호 변호사는 이날 "고용노동청은 노조파괴 행위를 일부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파리바게뜨 사업장에 대해 강제수사를 지휘했다"면서 "노동위원회는 파리바게뜨의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는데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발당한 30여 명의 피의자들 중 지금까지 고작 4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다른 중요한 사건이 있어서 중단이 됐다더라.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한 범죄 피해 사건을 중단시킬만한 더 중요한 사건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덧붙였다.
최유경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조는 처음부터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 사안의 중대성을 공감한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를 구성하고 압수수색을 줄기차게 요구했다"며 "파리바게뜨가 지속적인 노조 파괴 불법행위를 이어가고 증거인멸을 할 동안 경찰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은 지난해 7월 파리바게뜨 대표와 지역 사업본부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경찰청과 성남중원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노-노 갈등도 심각 수준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자회사 ‘PB파트너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 호소
갈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SPC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 중이다. 지난 13일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는 63개 전국청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바게뜨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과 노동착취를 규탄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밝혔다. 이들은 주 소비층이 청년층으로 알려진 파리바게뜨, 던킨도넛츠,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버거 등을 대상으로 불매운동 품목을 선정해 공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거대기업의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에 노동조합으로 맞서는 또래 청년노동자들의 싸움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며 "노조할 권리, 쉴 권리가 온전히 보장된 일터 없이 청년에게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바게뜨가 속한 SPC그룹이 직접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뉴시스]
누리꾼들도 최근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동네빵집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파리바게뜨 대신 동네 빵집을 이용하자는 취지다. SPC 계열사에서 만드는 ‘포켓몬 빵’ 불매에 나서자는 얘기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에 따른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의 피로 누적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공문을 통해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 제품 불매 및 동네빵집을 이용하자는 ‘빵빵 맛잇는 동네빵집 응원 챌린지’에 참여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며 "이런 불편한 상황을 초래한 양대 노조와 함께 본사 뿐 아니라 가맹점에도 위해가 되는 조직과 경영요소들을 제거해 지속가능한 파리바게뜨를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