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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나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식 습관 때문에 친구들이 걱정해요. “너는 고기를 너무 안 먹어. 때론 고기도 먹어야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지~!”, “소고기에 철분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이유식에도 꼭 소고기 넣으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삼겹살이 얼마나 고소한데 그걸 안 먹다니” 소곱창은 그렇게 홀대할 음식이 아냐. 얼마나 쫀쫀하게 맛있는데~ 오발탄 안 가봤어?”, “나는 없어서 못 먹는 회를 줘도 안 먹는다니..”, “스테이크 가끔씩 먹어줘야 뿌듯한데, 스테이크보다 파스타가 더 좋다구?”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부분이 그렇듯 제 주위에도 고기 마니아가 많답니다. 맛있는 한우 먹겠다고 고속도로 타고 횡성까지 가서 오직 고기만 먹고 돌아오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선 가족들과 외식, 또는 회사 사람들과 회식하면 고깃집이나 횟집 같은 델 많이 가잖아요? 전 회사생활을 안 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고깃집 횟집 그냥 별로예요. 맛도 잘 모르겠거니와 냄새가 싫어요. 특히 고깃집은 특유의 달콤한 듯 구수한 냄새가 옷에 배는 게 싫고, 횟집은 그 각종 해산물 비린내가 영 별로라서요.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할 때 그래서 전 항상 다른 메뉴 뭐 없나 메뉴판을 한참 뒤적뒤적~하죠. 그나마 고깃집엔 냉면을 팔아 다행~! 전에요.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날이면 일부러 더 산책 나가고 그랬어요. 삼겹살 냄새 가득한 집이 너무 싫어서. 엄마가 한 쌈 싸서 입 앞으로 갖다주시는 데도 불구하고 도리도리하고 입을 안 벌릴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요즘엔 식성을 좀 바꿔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워낙 육류나 해산물을 안 좋아하니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정을 나눌 기회가 줄어들더라고요. 으레 윤준 그런 거 안 먹는 애로 여기니까요. 지인들과 식사 약속을 잡을 때 꼭 저한테 메뉴랑 식당을 고르라고 해요. 그런데 사실 그건 제가 워낙 맛있는 곳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 워낙 입맛이 까탈스러워 못 먹는 거 싫어하는 게 많으니까요. 그래서 맘 편히 윤주 입맛에 맞추자 이런 이유가 더 큰 것 같아요. 가족과 친구들이 제 입맛에 여태 많이 맞춰줬는데.. 이젠 거꾸로 제가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맞춰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님 못 먹더라도 그 자리에 같이 앉아서 다른 거라도 함께 맛있게 먹자! 짙고 강한 구수한 고기 냄새, 해산물 특유의 비린 냄새 까짓 거 참고 좋은 시간 함께 보내고.. 옷이야 향 좋은 세제로 빨면 되고, 몸과 머리카락에 밴 냄새야 샤워하면 그만이지 뭐~!’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어요. ‘함께 먹는다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일’이란 말도 있잖아요. 그 말의 뜻을 요즘에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뭘 함께 먹는다는 건, 그 맛을 음미하며 서로 마주본다는 건, 먹는 것 그 이상의 교감이 이뤄지는 시간이니까요. 한국 사람 특유의 “식사하셨어요?” 인사는 돈 없어 끼니 거를 일이 없는 요즘에도 여전하잖아요? 그건 그 사람을 향한 관심의 발로인 것 같아요. 관심 없는 사람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잖아요.
지금은 혼자 살아서 엄마 아빠랑 식사할 일이 더 없지만, 같이 살 때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별로 없던 저에요. 좋아하는 메뉴가 확연히 다르니까. 그런 저 때문에 함께 식사할 때에도 엄마 아빤 늘 저를 신경 쓰셨거든요. 윤주가 좋아하는 게 없다고 맘 쓰시면서 제 밥그릇 쪽을 쳐다보시는데.. 저는 또 그게 귀찮은(?) 거에요. 어쩌다 한 번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면 “윤주는 통 먹은 게 없어서.. 어쩌니?” 그러세요. 밥공기를 받으면 1/4만 남겨놓고 다 덜거든요. 제가 그냥 흰밥을 별로 안 좋아해요. 어른들은 왜 보기 좋게 밥 한 공기 뚝딱 비워내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사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들이라 젓가락이 안 가서 그렇지, 좋아하는 음식엔 엄청 식탐 부리면서 먹는데도.. 부모님은 잘 모르시죠. 엄마 아빠 앞에서 먹성 좋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별로 없으니까. 그래서 저의 혼자 사는 독립 생활에 끼니는 잘 챙겨 먹을까, 밥 잘 챙겨 먹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셨던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엄마 아빠보다 더 잘 먹고 사는데.. 이젠 안 하던 요리도 제법 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요리 감각을 분출하는 중인데..
제가 20대 때 아빠랑 둘도 없는 친구였거든요. 친구들이 “넌 베프가 아빤 거 같아!”라고 할 정도였죠. 남들은 2002년 월드컵 친구들이랑 약속 잡으며 밖에서 우르르 분위기 즐기며 볼 때도 저는 항상 아빠랑 함께였어요. 아빠랑 함께 열광하고, 치맥을 즐기면서. 맥주 브랜드별 맛평가와 치킨 브랜드별 맛평가를 곁들이면서. 그러다 20대 끝자락에요, 아빠한테 크게 배신감을 느낀 일이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그냥 잊어줘도 될 법한 일인데, 스스로의 상처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람인 거죠 저란 사람이. 그래서 그 이후로 아빠에게 전 차가운 딸, 말수 적은 딸이 되어버렸어요. 아직까지도 그래요. 아빠랑 제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담벼락이 있어요. 아빤 그래도 저랑 다시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붙이고 싶어하시거든요. 그런데 말을 걸어도 대화가 잘 안 이어지니까 긴 대화는 안 되곤 하죠. 전 결혼을 안 해서 모르지만, 부부가 싸우더라도 각방은 쓰지 말라고 하잖아요? 자꾸 얼굴을 마주해야 금방 풀린다고. 저랑 아빠도 그렇게 마주하는 일이 많았더라면, 그러니까 한 식탁에 앉아 밥이라도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 같이 먹었더라면 지금처럼 ‘데면데면’이란 단어로 아빠랑 제 사이를 정의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요새 들어요. 다시 아빠와 함께 까륵까륵 웃기에.. 데면데면한 세월이 습관이 되어.. 이젠 어렵더라고요.
‘빵’이에요. 아빠가 저랑 말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자 수단으로 삼으셨던 게. 밥보다 빵을 더 잘 먹던 빵순이였거든요. 엄만 빵이 건강에 안 좋다고 저한테 한번도 사주신 적이 없는데, 아빤 가끔 빵을 사오셔서는 굳게 닫힌 제 방 문을 두드리며 “윤주야! 너 좋아하는 빵 사왔다!” 이러시곤 했어요. 알죠. 그건 제가 굶어서 빵이라도 먹이고 싶어 그러신 게 아니라, 빵에 환장하는 딸과 함께 마주앉아 함께 빵을 먹으며 식탁에 앉기 위한 미끼였다는 걸. 빵이 있음 방문을 두드릴 이유가 생기니까요. 뻔히 알면서도 아빠랑 둘이 식탁에 있는 게 어색해서 많이 호응해드리지 못했어요. “아빠! 그냥 식탁 위에 놔두세요.” 이랬던 적이 대부분. 아빠에게 빵은, 그냥 빵이 아니라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라는 시간, 말수가 뚝 끊긴 딸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자 함이었는데..
지난 추석, 가만히 있다가도 펑펑 눈물이 나서 맘이 잘 안 추스려지던 시간이 있었어요. 한번도 상상조차 안 해봤던, 전혀 준비되지 않았던 장면이었죠. ‘윙~’하는 이명 현상을 모처럼 느꼈을 정도였으니. 그 장면은 핸드폰 너머로.. 평소와 달리 목이 맨 엄마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었죠. “아빠 암이래!”
위암이래요. 그런데 위암 수술 전 여러 가지 검사를 하시다가 대장암까지 발견이 되어.. 남들처럼 작게 3군데 구멍을 내고 복강경으로 수술한 게 아니라, 아예 배를 쩍 가르고.. 위암 교수님 팀이 먼저 수술하시고, 바통 터치 후 대장암 교수님 팀이 이어서 수술하시고 그랬대요. 추석 직후 입원하셨는데 다행히 회복이 빠르셔서 며칠 전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하셨어요. 아빠의 평소 식습관이 워낙 고기를 좋아하시고(우리나란 특히 숯불 고기 메뉴가 많잖아요. 겉이 타기 쉬운), 짜고 맵게 드시는 데다가, 술 엄청 좋아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하셔서 외식 잦으시고, 영양제나 건강식품 따위 선물 받아도 까먹고 있다가 유통기한 넘겨서 버리시고. 그런데 운동은 안 하셨으니.. 환경적인 위험성이 있었죠. 하지만 이미 중기라는 위암이었음에도 전혀 모르셨을 정도로 겉으론 건강하셨거든요. 건강 관리 안 하고 둔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저씨 스타일이었죠. 요샌 유병장수 시대라고 하니까, 큰 경각심 가지고 앞으로 건강 관리 잘하실 거라, 그런 계기가 된 좋은 사인일 거라고 생각하며 가족들 모두 힘내는 중이에요.
전 항상 그런 생각하거든요. “먹는 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을 만드는 물질이다.” 그래서 잘 먹으려고 해요. 건강하게 먹으려고 해요. 남들이 고기와 밥을 주식으로 삼을 때 채소 과일 요거트 견과류를 즐겨먹는 것도 어쩌면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제 성향 때문이죠. 건강에 안 좋으니 빵이나 케익, 쿠키도 전처럼 자주 즐기진 않고요. 전 비타민 영양제도 물론이거니와 그보다 더 관심 많은 게 수퍼푸드! 자연의 재료 그대로 바른 먹거리를 통해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에 관심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남들이 열광하기 오래 전부터 함초나 아사이 베리, 블루베리, 가지,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 연어, 견과류, 그리고 최근엔 아직 우리나라엔 생소한 곡물인 퀴노아까지. 자주 골고루 먹으려 애쓰거든요. 그리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이런 거에 완전 관심 많죠. 있잖아요.. 저 자주 강조하지만 진짜 프로바이오틱스는 꼭 좀 드세요! 단지 장을 튼튼하게 하고 좋은 배변습관을 가지게 하는 것에서 그친다 하더라도 매력적인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니까요.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게 프로바이오틱스라서요. 저는 확실히 프로바이오틱스 매일 먹는 뒤로 배변습관도 정말 건강해졌지만, 확실히 알러지 반응이 줄어들었어요. 툭하면 피부에 두드러기나고 가렵고 하며 고생했었는데, 재채기와 맑은 콧물 달고 살았는데, 그런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프로바이오틱스 예찬론자거든요. 맞다! 아빠 퇴원하실 때요, 보호자에게 앞으로 어떤 걸 먹어야 하는지 설명해주잖아요? 위가 아주 조금만 남겨진 상태라서요. 엄마가 얘기해주시더라고요. 플레인 요거트랑 생선 한 토막씩 매일 드시라고 했대요. 플레인 요거트는 그 속에 가득 담긴 프로바이오틱스 때문임에 틀림 없고, 그리고 그냥 육고기는 소화가 잘 안 되지만 생선은 소화도 잘 되면서 건강에 좋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으니까 그런 듯해요.
저 그래서 주말에 집에 가면 엄마한테 번거롭게 요거트 제조기 사용하지 않고, 그냥 우유 사다가 플레인 요거트 뚝딱 만드는 법 전수해드리고 오려고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 매일 먹거든요. 다음에 여러분에게도 사진 찍어 보여드리면서 가르쳐드릴게요!
아빠 병원에 계실 때도 며칠에 한번씩 갔었는데 아빠랑 둘이 있는 시간이 영 어색해서 엄마 있을 때만 갔거든요. 그리고 아빠가 아픈데도 여전히 살갑지 못하고..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하는 어색함이 미안해서.. 대신 책을 한 권씩 사다드렸어요. 얼마 전 윤주메일에서 소개했던 <지선아 사랑해>도 그 중 한 권인데 그 책을 제일 잘 읽으셨다 하시더라고요. 절망의 순간을 딛고 일어서 삶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책이라 그랬을 거에요. 그거 말곤 제가 해드린 게 없네요. 퇴원할 때 맘씨 어여쁜 담당 간호사님이 “뭐야~ 아버님 사복으로 갈아입으니까 완전 멋쟁이신데요? 그러니까 다신 아프지 마세요! 앞으론 환자복 입을 일 없이 꼭 건강하셔야 해요?” 이러시면서 진심을 담아 토닥이며 안아주시더라고요. 아빠도 퀭한 얼굴로 모처럼 웃으셨는데 입원 이후 처음 보는 아빠의 미소였어요. 간호사님의 행동과 말에 진심이 가득 느껴져서.. ‘이런 멋진 분이 간호해주셨으니 우리 아빠가 한편으론 복이 많구나!’ 이랬네요.
앞서 말했지만 육류나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저에요. 아빤 너무 좋아하셨고. 과거형으로 얘기가 되네요. 이제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일이 없겠죠? 위암 수술 환자 전용 식이요법을 하셔야 할 테니까. 함께 나눌 식사 자리는 언제까지나 무한한 게 아니라는 걸, 누구에게나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이제야 느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육류나 해산물도 적당히 즐겨보기로 했어요. 입맛이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가을이면 해산물 종류 중에서도 특히 갑각류를 사람들이 많이 찾잖아요? 대하, 영덕대게, 꽃게, 킹크랩, 랍스터 같은 애들요. 갑각류! 남들은 없어 못 먹는다지만 제겐 그냥 그런 애들이거든요. 그나마 새우랑 랍스터 정도가 제 입맛에 딱인데 새우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해서 손이 잘 안 가고, 랍스터는 맛은 좋은데 너무 비싸서 자주 먹을 일이 없었어요. 근데 작년부터 유난히 랍스터가 킹크랩이 마트나 백화점 수족관에서 눈에 띄더라고요. ‘호텔에서 랍스터 코스 시키면 캡쑝 비싸던데.. 저건 안 비싼가? 집에서 직접 요리해먹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저렇게 잔뜩 팔겠지?’ 그랬어요. 근데 소셜몰에서도 살아 있는 랍스터를 팔기 시작하더라고요. 마트나 백화점에서 통통하게 살 오른 애들은 비싸고, 가락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데 가면 그래도 싸다지만 왔다갔다 시간 버리고, 막히는 도로 뚫고 운전하는 걸 생각하면 엄청 손해고. 그런데 소셜몰에서 아이스 박스 포장으로 냉장 배송을 해준다니 솔깃하더라고요. 온라인 시세가 곧 수산시장 시세래요. 그러니 택배로 받는 게 훨씬 간편하죠. 댓글 읽어보니 재구매자가 많고, 다들 엄청 맛있다는 거에요. 특히 부모님 댁으로 선물로 보내는 자녀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보니까 확실히 호텔에서 먹는 것보단 싸더라고요. 그렇게 살아 있는 랍스터에 호기심이 생기던 차에 지인이 랍스터를 선물해주겠다 했는데, 제가 그랬거든요. “에이~ 됐어요! 선물해주셔도 그걸 어떻게 집에서 해먹어요! 저 랍스터 요리할 줄 몰라요!” 그런데 안 먹어봤음 말을 말라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해산물이 랍스터라고. 그리고 가장 쉬운 요리가 랍스터 찜이라고, 다른 손질 필요 없이 그냥 찜통에 쪄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고 하는 거에요. “제 말 믿고 한번 잡숴봐요~” 그렇게 선물로 랍스터 2마리를 받았어요. 그때 받았던 애들이 대충 750g 전후 사이즈로 제법 토실토실 살이 오른 애들이었더랍니다.
그게 올 봄 5월의 얘기에요. 제가 랍스터를 난생 처음 직접 만져본 날이었고, 무서워서 랍스터를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부모님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한테 SOS를 해서 아빠랑 함께 랍스터를 요리했던 날이었고, 또 평소 육류 해산물 안 즐기던 제가 엄마 아빠랑 처음으로 맛있게 해산물을 먹은 날이었고. 아빠는 그 날 제게 든든한 존재로, 그 무섭게(?) 생긴 애들을 아이스 박스에서 꺼내 물로 헹구고 배를 위로 가게 해서 찜통에 넣어 쪄주셨죠. 함께 요리했다곤 하지만 사실 저는 옆에서 신기하다고 눈 깜빡거리며 구경한 것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2마리를 엄마랑 아빠랑 저랑 셋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네요. 보통 호텔에서 랍스터 먹을 땐 작은 애들이었거든요? 근데 750g 정도도 엄청 크더라고요. 작은 애들이 먹으며 느꼈던 식감보다 더 훌륭한 쫄깃함! 특히 랍스터는 테일(꼬리)이 최고라던데.. 와~ 정말 랍스터 테일이 그렇게 쫀득쫀득 맛나다는 걸 그 날 처음 알았어요. 소스 영향이 컸어요. 함께 받았던 레몬 크림 소스가 예술적으로 맛있어서, 레몬 크림 소스를 듬뿍 찍어먹었거든요. 나중엔 모자란 거에요. 엄만 “윤주야! 이 소스 도대체 정체가 뭐니? 이거 어디서 안 팔까? 진짜 맛있다. 이거 나중에 새우 같은 익혀서 찍어 먹어도 진짜 맛있겠는데..” 이러셨거든요. 그리고 아빤.. “밖에서 먹었음 셋이 30만원은 줘야 먹는 비싼 랍스터를 윤주 덕에 진짜 맛있게 먹었네! 고맙다!” 그러셨죠. 랍스터가 뭐라고, 고맙단 소리까지 듣고. 아빠랑 엄마가 진짜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도 뿌듯했던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에, 뭔가 효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호텔이 아닌 집에서 처음 먹은 랍스터는 그래서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맛 자체도 정말이지 호텔에서 나온 갈릭 & 버터로 오븐구이된 랍스터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따끈따끈한 속살의 온도와 엄마 아빠, 저를 사로잡은 마법의 레몬 크림 소스 덕분에. 참고로 그 소스가 하도 맛나서 마트 백화점 다 뒤졌거든요? 샐러드용 레몬 크림 드레싱은 있어도 해산물 찍어 먹는 레몬 소스 크림은 파는 데가 없더라고요. 물어 물어 알아봤는데.. 그 소스 CJ푸드에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소스 전문 업체에서 만든 건데, 원가가 비싸다는 거에요. 유통되는 곳이 많지 않아서 랍스터 판매하는 곳 중에서도 주는 곳이 딱 1군데밖에 없더라고요. 그것조차도 매번 주는 게 아니라 일찍 떨어질 땐 스위트 칠리 소스를 준다며.. ㅜㅡㅜ 왜 눈물 표시냐고요? 그건 레몬 크림 소스와 스위트 칠리 소스의 맛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죠.
랍스터 첫 요리가 대단히 폭발적인 반응이어서 제 어깨가 으쓱했거든요. 그래서 그 뒤로 랍스터 자주 시켰어요. 5~6월에 한창 집들이가 며칠에 한번씩 있었는데 손님대접용으로 랍스터 찜을 자주 했었죠. 다들 어찌나 좋아하는지 원~ 대접 받는 사람들이 랍스터라고 너무도 열광했던 지라 저도 기분 좋았고요. 사실 밖에서 먹는 게 아니라서 직접 사면 그리 비싸지도 않았는데 되게 근사한 거 해준다고 좋아라 해서 저도 행복했었네요. 뭔가 대단한 요리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랍스터 여러 번 주문할 때 레몬 크림 소스가 안 오고 스위트 칠리 소스가 올 때면 마음이 털썩~ 이랬어요. 스위트 칠리 소스에 찍어 먹을 거라면 차라리 랍스터 오븐구이를 해먹을 테다, '랍스터의 진리는 폭~ 쪄서 레몬 크림 소스에 퐁당 찍어먹는 거다!' 전 이렇게 결론을 내렸거든요.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저에게 강렬했던 홈메이드 랍스터 찜! 소개해드리고 권해드리고팠어요. 혹시 집에 어린 애기 있으세요? 그렇다면 더욱 더 강추! 랍스터 살아 있는 거 보여주면 되게 좋아해요. 무섭다고 하면서도 팔을 쭉 뽑아서 손가락 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 용감한 애들은 까륵까륵 웃으며 랍스터를 덥썩 들고. 그리고 짙은 초콜릿 컬러의 껍데기가 잠깐 찜통 들어갔다가가 주황색으로 변한 걸 보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그래서 애기 있는 집에서 랍스터를 요리하면 랍스터 찔 때 가득 퍼지는 짠내 뿐 아니라 웃음 소리가 집 안에 가득 차더라고요(짠내가 싫어서 전 랍스터 요리를 한 뒤엔 창문을 오래 열어 환기를 시키고 꼭 향초를 켜둔답니다^-^;)! 저도 처음엔 랍스터가 무서웠는데 이젠 좀 익숙해졌어요. 살아 있다고 얘네들이 막 팔을 휘휘 저으며 꿈틀대는 건 아니고 톡톡 건드리며 움직이는 정도거든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전에 동영상으로 찍어놨는데, 도무지 동영상 바로 올리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이런 컴맹윤주 같으니라구.. >_<
전 랍스터에게 참 고마워요. 20대 후반 이후로 아빠랑 했던 최고 행복했던 식사 시간을, 추억을 마련해준 해산물이라서요. 아마 앞으로도 전 랍스터를 먹을 때마다.. 랍스터 집게가 무서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저를 위해, 랍스터 손질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해 멍 때리던 저 대신 뚝딱뚝딱 요리해주셨던 아빠가 조건반사처럼 떠오를 것 같아요. 파블로프의 개처럼 랍스터를 생각할 때 아빠가 반사적으로 연상되겠죠.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함께 랍스터 찜 요리를 먹진 못하겠지만, 랍스터를 엄청 좋아하셨던 아빠를 생각하며 랍스터로 죽을 만들어드릴 계획이랍니다. 위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자잘하게 손으로 뜯고 칼로 다져서 넣어야겠어요. 그래도 너무 꼬들꼬들해서 씹어도 잘게 안 부서지는 전복 대신 랍스터가 들어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찢은 건 저를 위해 랍스터 크림 파스타를 만들 거에요. 제가 제일 잘하는 요리 중 하나가 파스타라서. 이건 한번도 안 해 봤지만 성공할 자신 100% 히힛!
저요. 사실 며칠 전에 처음으로 혼자 죽을 만들어봤어요. 처음 만들어본 죽은 킹크랩 죽이었어요. 그 비싼 재료를 써서 죽을 만든 건 퇴원 후 아빠에게 갖다드리고 싶어서였고(아빠에게 유난히 무뚝뚝한 제가 할 수 있는 마음의 표현이 거기까지니까요), 또 마침 멀리 캐나다에서 친한 동생이 잠깐 한국 들어와서 집에 오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이것 저것 맛난 거 먹이고 싶어서요. 제가 동지팥죽을 좋아해서 한겨울 엄마가 동지팥죽 만드실 때 옆에서 새알심 예쁘게 빚으며 도와드린 적은 있거든요? 그치만 혼자 뚝딱뚝딱 죽을 만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어렵고 복잡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쌀 미리 불려놔야 하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오래 휘휘 저어줘야 하는 거 매우 귀찮잖아요? 포장해오는 음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본죽>은 제법 맛있는 편이고 전화하고 20분 뒤면 뚝딱 찾을 수 있으니까 가끔 애용했는데 요샌 제가 직접 요리를 하면서 미각이 더 살아나고 더 까탈스러워어요. 그래서인지 이젠 죽도 직접 해먹는 게 더 낫더라고요. 밖에서 사오는 죽은 너무 짜요. 아무래도 재료도 직접 고르고 손질한 것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거고. 정성도 그렇고. 물론 오만하게시리 처음 죽을 써 본 날 결심한 거에요. ‘어라~ 이 정도면 죽 만드는 실력 괜찮은데? 나 앞으로 본죽 말고 직접 내가 죽 쒀야지!’ 제 생애 첫 죽 요리라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아이폰을 들이댔는데.. 나름 그럴 싸하죠? 제가 요새 매우 즐겨 쓰는 그릇에 요거트랑 카인드 그라놀라랑 같이 해서 에피타이저로 2인분!
지난 여름, 레몬 크림 소스에 랍스터 찜을 먹을 생각해 행복해하며 랍스터를 주문했는데 제가 고대하던 레몬 크림 소스는 오지 않고 스위트 칠리 소스가 온 거에요. 털썩~ 제가 말했죠? 레몬 크림 소스에 찍어 먹는 거랑 스위트 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 거랑 하늘과 땅 차이라고. 그냥 랍스터만 쪄서 먹어도 맛있다는데, 전 첫 만남을 레몬 크림 소스랑 해서 레몬 크림 소스 없는 랍스터는 제게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거죠. 아참! 그리고 저 랍스터 가장 맛있는 사이즈를 알았는데 1~1.5kg 사이 중량이요. 랍스터가 1년에 100g씩 커지기 때문에 랍스터는 크기가 커질수록 중량에 비례하며 비싸지는 게 아니라 아주 비싸진대요. 근데 랍스터 전문가가 말하길 상품으로서 가장 최소 중량인 500g짜리 랍스터는 발라먹을 속살이 별로 없다네요? 그런 사이즈는 그냥 랍스터 파스타에 데코로 올라가거나, 메인 디쉬로 쓰더라도 1명이 그냥 맛 좀 볼 정도라고. 2kg 넘어서 마리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랍스터도 있대요. 그런데 또 너무 크면, 랍스터가 일정 중량을 넘어가며 그 무게가 살이 아닌 껍데기에서 나온다네요. 특히 집게발? 그래서 비싼 가격만큼 충분히 살이 나오질 않는데요. 그리고 크기가 적당해야 살이 더 쫀득쫀득 쫄깃쫄깃하다고. 바로 그게 1kg 전후의 사이즈라는 거에요. 제가 750g 정도되는 걸 2마리 먹었던 게 처음 선물 받았던 랍스터였는데, 제가 그랬어요. ‘어렵게 발라먹는데 귀찮아! 좀 더 비싸도 더 큰 걸 먹어야겠다! 한번 먹어도 맛있게 먹어야지 어설픈 사이즈로 최고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거 난 싫어!’ 한번을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 된단 주의라서요 전. 그렇게 해서 오븐구이를 했던 녀석이 1.3kg짜리였거든요. 확실히 먹을 살이 더 많아서 1마리를 3명이 먹었어요. 아주 배불리는 아녔지만. 그리고 500g짜리 제일 작은 사이즈, 아무래도 싸니까 그 사이즈도 먹어봤는데. 땡~ 다신 안 먹기로 했어요. 작고 낑낑대며 가위로 껍데기 발라냈는데 속살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요.
아 맞다! 요새 마트에서 랍스터 전쟁인 거 아세요? 랍스터 500g 조금 안 되는 사이즈 완전 파격 특가에 팔고 있어서. 1인당 3마리 한정 이렇게 파는데, 마트 문을 열자마자 동이 나서 항의가 빗발친대요. 근데 그게 싸긴 진짜 엄청나게 싼 거라고. 도매업자들이 그건 항공직송 도매로 받을 대에도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가격이라는 거죠. 아마도 작은 랍스터 중에서도 좀 상품성이 떨어지는 걸 대형마트들에서 미끼상품으로 직수입하는 모양이라고, 그리고 또 손해 보면서 팔 거라고. 그래서 충분한 물량을 풀 수 없는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마트 온라인몰 가서 랍스터 후기 뒤져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속이 텅텅 비었다거나 맛 없어 실망이란 후기가 많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싸니까, 랍스터 파스타 같은 거 만들 땐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마트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드라마에서 보는 것마냥 쪼르르 뛰어들어가 “랍스터 3마리요!” 전 이거 못하겠어요. 창피하고 싫어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리고 또 이런 저런 사이즈를 다 먹어본 제가 내린 결론은, 랍스터 작은 건 그냥 밖에서 쉐프가 요리해준 걸로 먹을 때 모양내기 좋고 근사한 거지.. 오직 랍스터로 배를 채우기 위해 배불리 먹기엔 택도 없다는 거. 500g 2개를 사먹느니 1kg짜리 하나 사서 먹는 게 훨씬 더 살이 많거든요. 750g 2마리랑 1.3kg 1마리 사진 찍어놨는데 보실래요? 생각보다 대~박 커요!
1.3kg짜린 너무 커서 뒤에 있는 르 쿠르제 냄비가 무슨 장난감 데코처럼 보이네요. 아참! 제가 랍스터 오븐구이했던 거 보실래요? 그것도 사진 찍어놨거든요. 맛은 성공적이었는데 크게 고생했어요. 아이스 박스를 열었는데 레몬 크림 소스가 아닌 스위트 칠리 소스가 들어 있어서 멘붕이 와서 갑자기 계획에 없던 오븐구이를 했던 거라.. 오븐 팬에 쿠킹호일을 깔아야 한다는 습관을 잊은 거죠. 랍스터 국물이 오븐에 흘러 새카맣게 타서 그거 설거지한다고 며칠씩이나 베이킹 파우더로 분노의 문지름을 했었던 아픔이.. 흑흑~
동생이 갑각류 알러지가 있어요. 갑각류를 먹으면 빨갛게 부으면서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미치도록 가려워하거든요. 근데 진짜 괴로운 건 겉으로 보이는 데가 아니라 입 속과 목구멍 속이 간질간질 따끔따끔한 거라고. 그래서 갑각류 절대 안 먹거든요. 오븐구이한 랍스터를 차에 싣고 부릉부릉 부모님 집으로 갔는데 마침 동생도 있었어요. 근데 갑각류 알러지 있는 녀석이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함께 자리하더니 분노의 포크질을 하는 거에요. 식탐도 별로 없는 앤데.. “언니~ 이게 무슨 요리야? 이게 랍스터야? 나 처음 먹는데 진짜 되게 맛있다. 와~ 어떻게 요리했어?” 그러더니 엄마 아빠가 포크질할 틈도 안 주고 나중엔 껍데기 붙잡고 싹싹 긁어먹어서 다들 어안이 벙벙해져선 쳐다봤거든요. 저러고 괜찮을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진짜 배불러! 진짜 맛있어!” 이러더니 곧이어 “언니~ 랍스터 이것도 갑각류잖아?” 이러더니 “내 얼굴 좀 봐. 목구멍 간지러워. 슬슬 부어온다!” 하더니 데굴데굴~ 응급실 갈 정돈 아녔지만 약 먹고 그 날 엄청 고생했어요 동생이. 갑각류 알러지도 잊고 달려들게 할 만큼 랍스터는 매혹적인 요리인 것 같아요. 그렇게 동생의 첫 랍스터는, 알러지도 잊고 갑각류의 맛을 한껏 느낀 웃지 못할 추억이 됐네요. 아마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랍스터겠지만.
전 랍스터 오븐구이보다는 랍스터 찜을 강추해요! 레몬 크림 소스랑 먹는 랍스터 찜이 세상에서 최고! 물이 끓기 시작한 찜통에 랍스터 넣고 25분쯤 찌면 끝이에요. 꺼내서 찬물에 살짝 헹구고(그래야 껍데기와 살이 잘 분리되요, 가위질하다 뜨거운 속살 국물에 손 댈 일도 없고!), 가위로 잘 껍데기 분리해서 레몬 크림 소스에 팍팍 찍어먹음 되요. 완전 간단하죠? 그래도 제가 했던 오븐구이 레시피도 간단하게 알려드릴까요? 먼저 랍스터를 찜통에 가볍게 10분 정도 쪄요. 그리고 자잘한 다리는 가위로 잘라버리고 배 부분을 갈라서 비린내를 잡기 위해 살짝 화이트 와인을 발라주고, 버터/마늘/허브/레몬즙을 섞은 걸 토핑처럼 얹어주고 오븐에 넣어 10분 정도 구워주고, 조심히 꺼내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 얹은 뒤 치즈가 야들야들 녹을 정도로 2~3분 잠깐만 더 구워주면 끝! 참고로 랍스터 배를 가르고 랍스터 꼬리가 말리지 않게 하려면 젓가락이나 요리용 쇠꼬챙이를 꼬리 쪽에 꽂아서 평평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전 꼬리 말린 채로 먹고 말지, 혼자 있을 땐 다시 랍스터에게 젓가락 똥침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살아 있는 애한테 못할 짓이더라고요. 흑흑~ 요가할 때 배운 심호흡을 한 10번쯤하고 어렵게 랍스터에게 젓가락 똥침을 하면서 되게 미안했어요.
그리고 전 전 이 날 하필 너무 큰 1.3kg짜리 거대한 랍스터를 사서 집에 그 사이즈를 익힐 찜통이나 냄비가 없어서요. 오븐으로만 요리했거든요. 제대로 하려면 먼저 찌고, 그 담에 오븐에 넣는 게 좋아요. 전 찜통 대신할 게 없을까 해서 쿠쿠밥솥 열었다가 웃었답니다. 랍스터 몸통이 반쯤밖에 안 들어가길래.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오븐 트레이에 대각선으로 앉히고도 은근히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으니까요.
오늘은 참 얘기가 길었죠? 이 윤주메일 며칠에 걸쳐서 썼어요.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단지 랍스터 식욕을 돋구려고 쓰는 메일이 아닌 거 아실 거에요. 집에서 처음 해먹었던 랍스터 찜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추억 속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맛있는 걸 함께 먹는다는 건.. 단지 배부름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는 걸, 때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는 걸 얘기해드리고 싶었어요. 꼭 랍스터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함께 하며, 여러분도 여러분들만의 음식에 얽힌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누군가는 랍스터를 주문해 직접 요리해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해 폭풍감동을 주고 프로포즈에 성공한 남자분도 계시더라고요. 그것 봐요! 함께 먹는다는 건, 분명 먹는 것 이상의 소중한 것이에요. 그건 분명 영혼을 나누는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저 친한 사람들에게도 아빠 수술 얘길 안 했었어요. 그런데 윤주메일 통해 커밍아웃하게 됐네요. 미리 얘기 안 해주고, 윤주메일 통해 그런 소식 알게 했다고 서운해 할 지인들에게.. 미안하단 얘기 함께 전해요. 이젠 저 씩씩하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ps-랍스터의 맛과 추억이 제겐 너무도 강렬해서요. 그리고 진짜 레몬 크림 소스에 찍어먹는 랍스터 찜이 기가 막혀서 그 레몬 크림 소스를 유일하게 함께 보내주는 업체를 건너 건너 알게 되어 랍스터를 진행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공직수입 랍스터 업체라 매주 2번씩 비행기로 살아 있는 랍스터가 들어온대요.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거든요. 해산물 안 좋아하는 저도 사로잡은 그 미친 듯 맛난 레몬 크림 소스와 랍스터 찜! 그걸 여러분도 꼭 경험해보셨음 했거든요. 다른 데서 팔 때 마리당 1개 담아준대요. 그것도 랜덤이라 레몬 크림 소스가 갈 지 흔해 빠진 스위트 칠리 소스가 갈 지 모른다는 거! “우리 회원님들한텐 꼭 레몬 크림 소스 2개씩 담아주세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아니라면 랍스터 파는 데가 이미 많은데 굳이 진행할 의미가 없어요! 그리고 단 몇 천 원이라도 깍아주세요! 최고 맛난 크기의 랍스터를 진짜 기막히게 잘 먹었다는 좋은 추억이 남도록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은 게 제 의도거든요!” 그렇게 해서 진행하는 거에요. 생물이라 시세가 수시로 변한다는데 랍스터가 갈수록 더 비싸지고 있대요. 아~ 그리고 전에 제가 추천했던 그 풍미 기막힌 훈제연어를 수입하는 데가 알고 보니 랍스터 수입 업체랑 같은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배송비 어차피 한번 낼 때 연어도 같이 살 수 있으니까 이왕이면 연어도 드셔보세요. 이 연어 드시면 다른 훈제연어엔 눈길도 안 주시게 될 거에요. 이 연어 계속 또 먹고 싶은데 파는 데가 없다며 도대체 이젠 어디서 사야 하냐며 애타게 찾던 분들이 꽤 계셔서 연어도 함께 하는 거랍니다.
특히 연어는 제 친구들이 너무 저에게 보채서. “그 연어 다시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해~ 빨리 좀 업체에 연락해봐!”, “언니! 저 입덧이 심해서 다른 거 잘 못 먹는데, 언니가 해줬던 그 연어샐러드가 너무 생각나서 그거 만들어먹고 싶은데 연어 어디서 사야 해요?”, “짜긴 한데 그 훈제연어 진짜 맛있더라. 백화점에서 훈제연어 많이 사봤지만 걔보다 다 맛이 없어! 그거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 방법은 없는 거야?” 이런 조름 때문에요.. ^-^;
첫댓글 지지난번 윤주메일에서 윤주님이 누군가 아프시다했는데 아버지께서 아프신거였군요ㅠㅠ저도 몇년전 엄마가 암이셨어서 윤주님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아요.저희도 그정도이길 다행이야, 이걸 계기로 건강에 더 신경쓸수 있어 다행이야 했답니다. 힘내세요 윤주님! 토닥토닥-
네, 건강이란 것도 참 정직한 것 같아요.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그대로 몸에 드러나고. 특히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지니까요. 저 원래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심 많지만, 아빠 보면서 진짜 되게 건강하고 살고픈 욕구도 더 강해지고, 먹는 거 고루 건강하게 잘 먹어야겠다 이래요. 그리고 요샌 정말 유병장수 시대니까 아빠도 이제 진짜 먹는 거 당장 혀 끝이 좋아하는대로 드시면 안 된다는 거 혹독하게 느끼시고 앞으론 어쩔 수 없어서라도 꽤나 조심하실 듯 싶어요. 루나 님 맘 써주셔서~ 감사해요!
윤주님이 만든 음식들 정말 먹고 싶네요~ 기회가 없는걸까요~?헤헤♥
저 요리 만들어서 대접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그러게요. 기회만 닿는다면 정말 요리와 함께 커피나 와인하며 도란 도란 얘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인 듯해요.
가족이 아프면 내 삶도 흔들리죠 ... 힘든 시간을 잘 버티신 아버님께 감사드려야 겠네요 :)
네, 고맙습니다! 긴 수술 마치시고 중환자실에 계실 땐 너무 해골처럼 퀭해지셔서 그 모습 보고 동생은 놀래서 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구토를 해버렸어요. 제일 힘든 사람이 당사자죠. 더 늦게, 말기여서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때 발견된 게 아님에.. 감사하려고요.
윤주님 아버지께서 아프신거였군요..윤주님이 만든 죽드시고 아버지께서도 빨리 회복되시길 기도할께요!
아버지께서 빵 사들고 오셔서 소통의 길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에 맘이 짠했어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한편으론 알지만 그래도 무뚝뚝하고 냉정한 딸일뿐이네요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식구란 글귀도 떠오르고 윤주님 메일통해 식구라는 단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하구요, 기운내셔요 윤주님!
네 쩌니 님.. 아빠가 크게 아프셔도, 여전히 다정다정 살갑살갑, 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진 못하겠어요. 엄마랑은 티격태격해도 끈끈한 정이 있는데 아빠랑은 참 어려운 거 있죠. 그래도 다른 방식으로 챙겨드릴 수 있고, 또 그걸 서로 느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려고요!
힘내세영!!!
암요! 감사합니다!!! 저 근데 벌써 힘 내버렸어요. 그래서 이렇게 '그랬었다..'라고 토해낼 수 있었던 거죠. 원래 힘들 땐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잖아요? 보내주시는 긍정 에너지 잘 받아서 더 힘낼게요!
윤주님 메일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드네요~랍스터찜 제가 사랑하는 가족이랑 꼭 먹어보고싶단 생각. 글구 아버지에 대한 윤주님의 사랑과 이 윤주메일을 보는 저희들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껴지네요~ 한번도 윤주님을 만나본적은 없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글구 아버지에대한 윤주님의 사랑표현이 아버지를 더 건강하게 만들꺼예요^^
아니에요. 정말 저, 아빠한텐 좀 그래요. 마음 따뜻하게 해 줄 딸은 아니에요. 히유~ 그리고 얼굴 한번 못 봐도, 글로 연결되는 뭔가의 소통과 정이 있어요. 우리 회원님들에겐. 묘하죠~ ^-^; 아참! 랍스터 찜과 레몬크림 소스는 진짜 해산물 안 좋아하는 저도 쏙~ 빠져들 만큼 최고!
플레인요거트 우유만사다 똑 만드는 비법전수가 궁금하네요 ~~~ ^^
집안에 아픈 식구가 있음 손가락 앓듯이 늘 신경쓰이고 아프죠...저도 집안에 평생 관리해야하는 환자가 둘이나 있어서 그맘 짐작해요....중환자실은 머..나중엔 일반병실 들어가듯..살아있음에 다행인적도 있었지만..지나고 보니...가족의 힘이 젤 든든하더라구요....얼렁 쾌유 되시길 바래요...올여름 휴가때 연어샐러드로 맛있게 먹었는데..다른데선 이 훈제연어만큼 맛있는걸 못사겠더라구요...얼렁 주문해야 겠어요.....
힘내세요 윤주님~ 랍스터도맛잇어보이지만 윤주님글은항상 맛잇네요^^ 요새 얼굴이 너무 건조해 지는데 내피부같은 파운데이션도 추천부탁드려요! 저는 아무리 찾아도 모르겟네요 ㅜㅜ 감기조심하세요~
요거 구매가 뷰키닷컴에서 사라졌네요. 어디서 살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