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 사는 일에 신중을 거듭했다. 첫 여름, 그 여름이 오기 전에는 당연히 낫으로 풀을 다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이 오니 낫질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장마철에는 무성한 풀들에 부대낄 대로 부대꼈다. 낫으로는 불가항력이었다. 첫해 여름은 이렇게 갔다.
이듬해, 예초기를 검토하다가 내린 결론은 낫으로 버티는 데까지 버틴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예초기에 대한 검토는 시작했다. 우선 착수한 것은 그 이름에 대한 고찰이다. 예초기라는 말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예취기’가 맞는 말이었다. “풀을 베는 기계”를 예취기라고 불렀다. ‘제초기’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보니 이는 “잡초를 뽑아 없애는 기계”라고 되어 있다. 뽑는 것과 베는 것은 다른 문제, 그렇다면 예취기가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둘 다 익숙한 단어는 아니다. 예취기는 더 생소하다. 국어 사전에는 ‘예취기’로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예초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주로 휘발유를 쓰는 동력 예취기를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말렸다.
지난해에는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가스 예취기’를 검토했다. 출시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말하면 편과 가족이 말렸다. 나 또한 선뜻 결심을 하지 못했다. 이제 낫질에도 이력이 붙었으니 올해에도 낫으로 넘기겠다는 결심을 오히려 더 강하게 했다. 낫질, 많이도 했다. 물론 낫질은 풀의 키를 조금 낮추었을 뿐 왕성한 번식력과 성장력을 방해하지 못했다. 낫으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을 좀 더 강하게 하면서 겨울을 넘겼다.
그리고 지금, 6월 중순이 되니 풀, 뿌리가 발동기를 세게 돌리기 시작한다. 올해엔 지난해 보다 풀을 베거나 뽑기 위한 낫질과 괭이질을 더 많이 했다. 그래도 가속이 붙은 풀들은 나의 낫질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쑥쑥 자라 땅을 점령한다. 사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검토를 구체적으로 했다. 동력 예취기는 제치고 가스 예취기를 검토하다가 문득, 안중에 없던 충전 예취기가 퍼뜩 생각에 떠올랐다. 둘을 대조하면서 장단점을 살펴보고는, 나에게 있어서는 충전식 예취기의 장점이 단점을 압도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침 최근에 출시된 충전식 예취기는 성능이 많이 개선된 것이라고 했다. 값도 다른 종류의 예취기보다 많이 쌌다.
사실, 예취기 구매를 이렇게 늦춘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예취기 사용 시에 사고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돌멩이들을 치우는 데까지 치우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한 3년 동안 밭의 돌을 부지런히 골라냈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사게 된 제품이 ‘애니 컷 2009년형’이다. 예취기, 예초기…, 이름도 생소하고 생긴 것도 낯설지만, 자주 만져서는 이름에도 동작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이 여름의 과제이다.
첫댓글 글쎄요! 기차 떠난후지만 가솔린 예취기가 더 좋았을것 같네요. ^^
그렇죠? 예취기 사용을 말릴 뿐 아니라 만일 선택한다고 할 때 충전식은 가장 기피 대상이더군요.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내 조건에는 가장 적합한 것이었습니다. 써보니 성능도 좋구요. 전기가 바로 옆에 있고 한번의 작업시간이 1시간여 정도일 때는 괜찮은 품목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사용하실때 보안경 꼭 쓰시고 발에도 안전화 꼭 신으셔야 해요. 저희 동네 예초기 때문에 한쪽눈 실명한 분이 두분이나 계시고 다리를 심하게 베인분도 여럿 계시답니다. 편리한 대신 아주 위험하기도 하답니다.
맞습니다. 예초기 안전사고, 장난이 아니데요. 특히 일자형 2도날로 인한 사고 빈도가 가장 높답니다. 안면보호기와 보안경 또 무릎 보호대를 함께 구매하려다가 미루었습니다. 안전모와 안전화가 있어서 그랬고 또 대부분 나일론 줄 날을 사용할 것이어서 그랬습니다.
매일 풀 뽑는 무설재로서는 아직 상상하지 않은 기구입니다만 조심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사건 사고가 많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 너른 무설재 터를 기계없이 손으로 다 관리하는 그 정성, 보통이 아닙니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풀의 번식력은 그보다 훨씬 앞서던데 말입니다.
일소일소 하이소~!
별님 잘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