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강릉(커피거리)
딸이 초대한 단톡방 이름을 여행 기록 제목으로 정했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깜짝 여행이다. 강릉을 여러 번 방문하고 2019년 10월에도 경포대, 정동진 일원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란 또 설렌다. ‘바다, 커피, 글램핑, 물회’ 여행과 어울리는 단어다.
동해 바다가 우릴 부른다. 안목해변은 강릉시 창해로 14번길 20-1 일대의 길이 500m 해변이다. 안목은 남대천 하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항진에서 송정으로 가는 마을 앞에 있는 길목이라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커피거리로 유명하다. 2009년 제1회 커피축제 시작 후 바다의 풍경과 낭만의 커피 향을 즐기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 이상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2016년 한국관광의 별 음식특화거리 분야에서 ‘강릉 커피거리’가 선정되었다. 금년 커피축제는 11월 말에 열린다.
강릉항요트마리나에서 요트투어도 즐길 수 있다. 1시간 기준 5만 원이다.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올해는 10월 말 개최 예정이다.
우린 커피를 마시고, 손자는 모레 놀이를 하고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라 텐트를 치고 노는 사람,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이 많았고, 요트가 지나가는 풍경도 볼 수 있다. 홀로 외로이 기타를 메고 노래 부르는 버스킹도 눈길을 끈다.
카페마다 연인, 가족과 삼삼오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안목해변 커피거리에 관광객이 몰려 강릉항요트마리나 베이 옆 공용주차장은 자리가 없어 헤매고, 커피거리 도로변에도 주차 전쟁이다. 따뜻한 겨울날 커피도 마시고 바닷가도 걷는 ‘낭만 커피, 낭만 포차’가 딱이다.
오죽헌에 갔다. 너무 오래되어 종전에 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늘 탐방이 손자의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오죽헌은 신사임당(1504~1551)과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생가이다. 1975년 오죽헌 정화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율곡의 이종사촌 권처균이 자신의 저택 뒤뜰에 까마귀처럼 검은 색을 가진 대나무가 자란다고 하여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권처균은 외할머니 신사임당으로부터 이 집을 물려 받았다.
정문에 ‘세계 최초 모자 화폐 인물 탄생지’라는 모형이 있다. 신사임당은 5만 원 권에 율곡은 5천 원 권에 있다. 손자가 모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훗날 성인이 되어 돈 많이 벌기를 빈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가면 우측에 율곡 선생 동상이 있다. 見得思義 글씨가 있다. ‘이득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후세에 좋은 가르침을 준 성어다. 손자가 동상 앞에서 사진 포즈를 취한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 전경이 보인다. 오죽헌에는 좌측에 주목, 율곡매, 오죽헌 건물이, 정면에 문성사가, 우측에 율곡송과 배롱나무가 있다. 주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 식수 나무이다. 율곡매는 2007년 천년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되었다. 수령 600년 홍매의 일종으로 연분홍색 꽃이 핀다.
오죽헌 건물은 보물 제165호로 좌측 1칸은 율곡이 6살까지 공부하던 방이고, 우측 1칸은 몽룡실로 태어난 방이다.
정면 문성사는 선생을 모시는 사당으로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다.
우측에 율곡송이 있다. 소나무는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군자 식물이다. 이이는 ‘우송당기’에서 “이 소나무의 기이한 형상을 보니 天功의 오묘한 조화를 빼앗았다. 한참을 바라보노라면 청아한 운치를 느낄 것이다. 소나무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어찌 사람이 즐길 줄 모르는가!”라고 했다.
배롱나무도 600년이 넘는 나이를 자랑하며 위용을 뽐내고 서 있다. 배롱나무 꽃은 강릉 시화이다.
오죽헌 건물 옆문으로 돌아 안채, 사랑채, 어제각을 보고 마당으로 나오면 5천 원 권에 있는 오죽헌 전경 촬영 지점이 있다. 관광객이 기념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이다.
자경문 반대쪽 문으로 나와 광장으로 가면 겨레의 어머니 신사임당 동상이 있다. 오래간만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역사 공부 좀 했다.
숙소는 버스글램핑이다.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940-12에 베이스캠프카라반이 있다. 글램핑, 오토캠핑, 버스글램핑 3가지 유형이 한 곳에 있다. 시내버스로 사용 하던 것을 옮겨 ‘바다로 가는 버스’라 이름 지었다. 냉장고, 인덕션, 식탁이 있다. 버스 내리는 문에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온수도 잘 나온다. 운전석 뒤에 TV가 있다. 기준 인원 2명에 15만 원, 추가는 인당 15천 원이다. 해안로 904-14에 있는 Sea Caravan은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이른 저녁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와 햇반으로 허기를 채운다. 두 사람만 반주도 한 잔 한다. 밥을 먹다가 갑짜기 손자가 한마디 한다. ‘저가 앉은 자리가 VIP석입니다.’ 가족이 놀라는 표정으로 묻는다. ‘여기서 버스 안에 있는 TV가 보이니까요!’라는 대답이다. ‘오! 축하축하’라며 한바탕 웃었다. 재치있는 녀석의 깜찍한 멘트다.
캠핑의 꽃은 모닥불이다. 2만 원에 장작을 구입했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박인희 님의 모닥불 노래도 함께 부르고 불멍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장작이 타고 나면 재를 남긴다. 불이 꺼져가는 모습에서 인생을 배운다. 우리 네 인생도 지수화풍의 인연으로 왔다가 한 줌의 흙으로 재로 돌아간다.
여행은 그 지역의 특미를 맛보는 즐거움도 있다. 도로변에 사천항 물회마을 입간판이 있다. 사천항 앞 사천진리 마을 전체가 물회마을이다.
사천면 진리항구 1길 36에 있는 사천물회집은 2019년 2TV 생생정보에 방영된 집이다. 전국 수산물 요리경연대회 수상 경력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안심식당으로 2인분 이상은 큰 뚝배기에 물회를 담아 주고 덜어 먹기 가능한 도구를 준다. 육수는 배를 갈아 숙성시키고 소화를 돕는 매실 청을 넣는다. 아삭아삭 양배추 씹는 식감이 좋고, 먹은 후 은근히 매운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바다도 보고, 커피거리도 걷고, 버스글램핑도 하고, 지역 맛집도 가고 좋은 기억이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여행이다.
‘딸, 사위, 손자’ 고맙고 사랑한다.
2021년 9월 5일 일요일
강릉을 다녀와서
첫댓글 짧앟지만 좋은 여행이였네요 멋집니다^^
강릉 가보고싶네요~사진보니 더 가고싶고 색다를것 같아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ㅎ 다음에 또 가요~~^^ ㅎㅎㅎ
같이 여행다녀온 기분입니다~ ^^ 기분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