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얻고 열을 잃는 어리석은 말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 친다는 소리다. 반대로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까먹는 이도 있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인가? 열은 몰라도 셋 정도는 깨우친다 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러나 하나 때문에 열을 까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나에 너무 집중하다 가지고 있던 열을 잃어 버리는 경우이다.
몇 년 전, 모 그룹의 계열사인 OO자동차에서 있었던 일이 다. 총력을 기울인 신차新車의 개발과 함께 대대적인 유럽 출시를앞두고 파견 직원을 대상으로 유럽문화 적응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다방면으로 강사를 물색한 끝에 회사는 '이異문화 전문가' 김 모 강사를 초빙하기로 결정을 내 렸다. 얼마 전까지 유럽에서 공부를 해 현지 사정에 밝을 뿐만 아니라 특히 임원과의 면담에서 반듯해 보이는 매너와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유럽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낙점을 받아 흔쾌히 교육을 맡겼던 것이다.
임원과의 화기애애한 면담이 끝난 뒤, 인사팀의 교육담 당 실무진과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행사 책임을 맡고 있던 대리가 특강에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기 위해 물었다.
"인원이 50여 명 정도가 되니 자리 배열은 어떻게 하는게 효과적일까요?"
"뭐 되는 대로 앉히면 되지 않겠습니까?"
강사의 반응에 직원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이어진 논의에서도 강사의 심드렁한 태도는 여전했다. 직원을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것저것 꼬치 꼬치 물어보면, 대기업 직원이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빈정거 리는 말투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강사의 돌변한 태도
에 갈피를 못 잡던 직원들은 얼마 후 어찌 된 일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룹의 임원 앞에서는 갖은 아침을 떨었지만 다른 직원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강자일 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속물근성이 몸에 배인 이 였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대충 논의를 끝낸 그가 직원들의 인 사는 얼버무리며 넘겨버리고는 임원실을 순회하며 깍듯이 인사를 한 것이다. 사람 좋은 미소를 마냥 지어보이며,
결국 이문화 전문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특강은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담당직원의 노력으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임원과의 사적 유대관계에만 목숨을 건 그는 자동차 파트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에서 단 한 건의 강의요청도 받을 수 없었다. 아무리 임원 이 신경을 써주려고 해도 실무진에서 보따리를 싸들고 쫓아다니며 반대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 은 좋지 않은 소문이 업계에 퍼져 다른 곳에서도 강의요청이
두절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던 것일까? 알고 봤더 니 외국문화에만 익숙했지 오히려 한국문화에는 익숙지 않았 던 그는 한국사회, 특히기업의시스템구조는 아직까지 결정
권자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의 시스템이라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만 알았던 것이다. 그 까닭에 담당 실무자에게는 소홀히 대해도 별 상관이 없으리라는 착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오직 한 곳만을 주시하다가 그 외의 것을 무시해 되레 전체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강의 성사여부에만 관심 을 가지고 임원과의 친분 쌓기라는 목적만 중시하다가 전체 를 잃은 전문가처럼 말이다.
당신 또한 눈앞의 목적고객에게만 열중한 나머지 큰 실수를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당신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 람에게만 예의를 갖추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행동이다. 당신 의 관심은 특정한 이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위 를 향한 것이다. 고객에겐 자신이 가진 것 모두가 소중하다. 고 객의 친구, 고객의 물건, 고객의 동료,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한 다. 그 때만이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는 문일지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